해운대vs선덕여왕vs소녀시대, 1등은 달랐다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9.12.07 13:54 / 조회 : 2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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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중문화계 1등은 누구, 어느 작품일까. 2009년은 유난히 1등 판별이 쉽다. 영화에선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 드라마에선 유일하게 시청률 40%를 넘긴 MBC '선덕여왕'을 꼽으면 그만이다. 가요에선 지드래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NE1이 각축을 벌이지만 미니앨범을 2번이나 내 합계 16만장을 판매(한터 집계 1위)한 소녀시대를 1위에 올려도 과히 틀린 결정은 아닐듯하다. 이들 각 1등의 최대공약수는 무엇일지, 짚어봤다.


우린 남들과 달라, 안하던 걸 해

설경구 하지원 주연의 '해운대'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재난영화였다. 쓰나미가 해운대에 몰려든다는 설정. 무엇보다 빌딩 높이만한 쓰나미가 화려하고 정교한 CG와 맞물리며 실감을 내 영화 볼 맛이 났다. 일취월장한 한국의 CG 기술이 없었다면 이 새로운 시도는 빛을 잃을 뻔했다. 여기에 해운대를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인연들의 저간 사정이 스며들면서 '해운대'는 대박을 냈다. 7월22일 개봉해 1139만명이 봤다.

'선덕여왕'은 전투력 강한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색다른 시도로 빛을 봤다. 신라시대가 기존 사극이 좀체 택하지 않던 시대인데다, 궁중사극에서 요부나 눈물의 왕비 정도에 그쳤던 여성을 '여왕' 자리에까지 앉힌 시도가 제대로 먹힌 것. 덕만의 어린 시절 선보였던 이국적인 사막풍경, 천문을 비결로 여겼던 미실(고현정)과 이를 쟁취하려 했던 덕만(이요원)의 이색 대결도 '선덕여왕'을 기존 사극과는 다르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최고시청률 45%로 보답했다.

소녀시대의 '지'는 그야말로 올해 벽두를 밝힌 메가 히트곡이다. 이효리의 '유고걸' 작곡자인 이트라이브가 만든 '지'는 한 번 들어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후렴구를 가진 까닭에 중독성 강한 매력을 낳았다. '텔미' '노바디' '소 핫' 등 소위 후크송의 정점을 찍은 곡이라 할 만하다. 또한 소녀시대는 비주얼과 오디오가 조화된 국내 몇 안 되는 국내 걸그룹 중 하나다.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만약 '해운대'(7월 개봉)가 할리우드 재난영화 '2012'(11월 개봉)보다 늦게 개봉했더라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는 현재 500만 관객을 향해 나아가며 흥행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 같은 재난영화이지만, 아무래도 물량공세가 빛난 '2012'가 먼저 개봉했다면 '해운대'도 흥행을 장담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선덕여왕' 역시 타이밍이 좋았던 경우다. 만약 올 초 광풍처럼 인기가도를 달렸던 KBS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맞붙었다면? 반대로 '선덕여왕' 시간대, 줄줄이 참패를 면치 못했던 KBS와 SBS가 오히려 초강력 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졌더라면? 또한 국내 톱스타 고현정의 사극 도전, 김남길과 비담 캐릭터의 행복한 만남, 아역 연기자들의 명품 연기 등 '선덕여왕'은 유난히 이것저것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흔치 않는 드라마다.

소녀시대는 올해 타이밍의 극과 극을 경험했다. 지난해까지 걸그룹 양대산맥 중 하나였던 원더걸스가 올해 미국 활동에 집중한 덕을 상대적으로 본 것. 또한 1월 '지'로 대박을 냈지만, 6월 '소원을 말해봐'는 기대에 못미쳤다. 한터 집계 음반판매 기준으로는 '소원을 말해봐'(8만5000장)가 '지'(8만1000장)를 앞서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지금도 '지'가 앞선다. 바로 뒤인 7월 발표된 신예 2NE1의 미니앨범 '아이 돈 케어'(8만9000장)가 워낙 돌풍을 일으켜 그 위세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멤버들이 많을수록 좋아

요즘은 흥행배우, 티켓파워라는 개념 자체가 약해졌다. 다수의 주인공이 정교한 플롯이나 꽉 쪼이는 스토리 라인, 화려한 CG 등과 맞물려야만 성공하기 때문이다. '과속스캔들'이 그랬고, '7급 공무원'이 그랬고, '국가대표'가 그랬다. '해운대' 역시 설경구와 하지원을 내세웠지만 김인권 이민기 한예원 엄정화 박중훈 김지영 등 주연급 조연들의 맹활약이 없었으면 다소 김이 빠질 뻔했다.

'선덕여왕'이 비록 '미실' 고현정의 카리스마에 큰 덕을 봤지만 수많은 다른 배우들의 버팀목 역할이 없었다면? '덕만' 이요원은 말할 것도 없고, '비담' 김남길, '유신' 엄태웅, '칠숙' 안길강, '천명' 박예진, '설원' 전노민, '춘추' 유승호, '소화' 서영희, '미생' 정웅인, '문노' 정호빈, '죽방' 이문식, '고도' 류담 등이야말로 '선덕여왕'을 빛낸 일등공신들이라 할만하다.

서현 써니 유리 제시카 윤아 태연 수영 효연 티파니의 소녀시대는 국내 걸그룹 중 최다 멤버를 자랑한다. 노래와 춤 실력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 9명을 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건 현재 SM엔터테인먼트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KBS 일일극 '너는 내운명'으로 주가를 올린 윤아를 비롯해 수영 태연 등 개별 활동이 빛난 멤버도 다른 걸그룹 중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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