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에바의 세계는 끝나지 않았다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9.11.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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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으로 변신한 마리


에바의 세상은 1997년 그렇게 완전히 끝난 줄 알았다. 모든 것이 애매하게, 서로에게 '마음의 벽' AT필드만을 남긴 채.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이 26부작으로 끝난 게 1996년 3월, 극장판 '데스 앤 리버스'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선보인 게 1997년 3월과 7월.


당시 TV판과 극장판을 본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은 환장했다. TV판의 결말이 가뜩이나 모호했었는데 극장판까지 확답을 안줬으니까. 그래도 오타쿠들은 안노 히데아키의 세계관과 에바의 존재이유를 이해하려 했고 나름 속상해하며(열광하며) "에바여, 안녕"을 외쳤더랬다.

그러나 지난 2007년 9월 다시 일본에서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가 개봉하면서 "뭔가 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에바 월드가 끝날 수는 없었다" 등의 기대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인간형 사도 카오루가 조기 등장한 것을 빼면 내용이야 거의 새로운 게 없었지만(TV판 6화까지 축약. 제5사도까지 출현), '에반게리온: 서'의 존재만으로도 앞으로 이어질 신극장판 2, 3, 4부(각각 '파(破)' '급(急)' '최종완결편')에 대한 오타쿠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됐다. '에반게리온: 파'가 기존 TV판을 '대파(大破)'했다는 평가가 일본 현지에서 나온 것. 한국에서 오는 12월3일 개봉하는 '에반게리온: 파'는 이미 일본에서 지난 6월27일 개봉,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제치고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11월 현재 올해 일본 박스오피스 전체 5위까지 올라있다.

과연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뭐가 달라졌기에 '대파'라는 소리까지 들었을까. 과연 기존의 에바 월드는 이 '파'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까지 수정 보완돼야 하는 걸까.

우선 기존 TV판에 기초한 '에반게리온 달력'(이하 에바력)을 기준으로 '서'와 '파' 등 신극장판이 나오기 전까지 '에바 월드'를 재구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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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 등장했던 양산형 에바 5호기


에바력 : 1999~2015년

<1999년>

=후유츠키 교수, 당시 학생이던 이카리 유이(신지의 어머니)와 만남

=유이, 겐도(신지의 아버지)와 사귐

<2000년>

=9월13일 남극에서 세컨드 임팩트(대홍수급 재난) 발생

=가츠라기 조사대, 가츠라기의 딸 마사토만 남기고 전원 사망

**세컨드 임팩트와 관련, 훗날인 2015년 아카기 리츠코 박사는 "인간은 우연히 신(오리지널 아담=빛의 거인)을 주웠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하다가 벌을 받아 세컨드 임팩트가 일어나고 힘들게 주운 신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엔 자신들의 손으로 신을 부활시키려 했다. 그게 아담(실은 릴리스. 지하에 봉인된)이었고, 그 아담(릴리스)을 통해 신을 닮은 인간을 만든 게 에바다. 원래 에바에는 혼이 없었지만 사람의 혼이 깃들게 됐다. 그게 사라진 유이의 엄마다"라고 폭로(이 내용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에만 나옴)

**이어지는 리츠코 박사의 진술. "모든 사도는 아담(오리지널 아담)에게서 태어났다. 마지막으로 태어난(세컨드 임팩트 당일날) 마지막 사도가 바로 (인간형 사도인) 카오루다. 다른 사도가 각성하기 전에 사람들은 아담을 알의 상태로까지 돌리려고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세컨드 임팩트였다. 이때 사람의 유전자를 이용해 태어난 게 카오루이고 이를 제레가 손에 넣은 것이다."

<2001년>

=유이와 겐도 사이에 신지 탄생(여자애가 태어나면 '레이'라고 하려 했음)

<2002년>

=후유츠키, 겐도가 소속된 의문의 조직 제레가 세컨드 임팩트에 대한 중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확신

<2003년>

=후유츠키, 겐도가 소장인 인공진화연구소 실체 파악. 겐도는 후유츠키를 연구소 지하의 센트럴 도그마로 안내. 자신들을 '게힐른'으로 칭함. 그곳에 생체컴퓨터공학의 권위자 아카기 나오코 박사가 있었고, 에반게리온 영호기가 건조중이었음

**에바 영호기와 관련, 겐도가 이런 말을 함. "이건 오리지널이 아니다. 아담으로부터 사람이 만든 것, 에바다. 우리의 아담재생 계획. 통칭 E계획의 초보단계인 에바 0호기인 것이다."

<2004년>

=유이, 신지가 보고 있는 가운데 실험중 소실. 겐도 실종.

=복귀한 겐도, 인류보완계획과 아담재생계획 추진 공표. "주계획과는 별도로 오리지널 아담의 재생도 추진한다. 인류보완계획도 추진한다."

=이후 신지는 아버지와 떨어져서 삶

<2005년>

=마사토, 실어증에서 회복. 아버지를 닮은 카지와 사귐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세컨드 칠드런으로 선출. 같은날 정신분열 상태의 어머니가 입원중 사망

<2007년>

=마사토, 카지와 이별

<2008년>

=아카기 나오코, 생체컴퓨터 마기(MAGI) 기초이론 완성. 딸 리츠코 박사, E계획 근무를 위해 어머니와 게힐른의 같은 부서 배속

=리츠코, 어머니와 겐도가 연인관계임을 파악

<2009년>

=마사토, 게힐른 입소

<2010년>

=아야나미 레이(첫번째), 게힐른 도착

=마기 완성. 같은날 아카기 나오코는 자신이 겐도의 야망을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레이를 통해 파악. 격분한 아카기, 레이 교살 후 추락사.

=다음날, 제레는 인류보완위원회 조사기관이었던 게힐른을 해체하고 새 특무기관 네르프 신설

<2012년>

=이카리 유이의 8번째 기일. 신지, 아버지와 참배

<2014년>

=이야나미 레이(두번째), 제3 신동경시 중학교에 전학

<2015년>

=이카리 신지,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제3 신동경시에 도착. 같은날 15년만에 사도(제3사도) 습격

=신지,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탑승해 사도 격퇴

=이어지는 사도의 침공 VS 영호기(퍼스트 칠드런 레이 탑승)+초호기(서드 칠드런 신지 탑승)+이호기(세컨 칠드런 아스카 탑승)

=카지, 일본에 도착해 아담을 전달

=미국 네르프 제2지부 소멸. 원인은 에반게리온 4호기에 S2기관 탑재중 사고. 공포를 느낀 미국, 제1지부에 있던 에반게리온 3호기를 일본으로 수송. 네번째 칠드런 토우지 선발, 탑승. 사도 침식으로 폭주, 초호기에 의해 처리

=이 사건으로 신지, 격분해 도망치지만 제14사도 침공으로 복귀

=폭주한 에반게리온 초호기, 제14사도 포식해 스스로 S2기관 획득

=카지, 네르프 염탐하던중 제레에 의해 사살

=제15사도에 맞서 롱기누스의 창 사용, 달에 도달

=에반게리온 영호기, 제16사도와 맞서다 자폭. 탑승자 레이(두번째) 사망. 세번째 이야나미 레이 활동

=E계획 책임자 아카기 리츠코, 모든 이야나미 레이 파괴

=아스카 대신 5번째 칠드런 나가사 카오루(사실은 인간형 사도), 네르프에 도착. 추격해온 에반게리온 초호기에 의해 압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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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파'에 처음 등장한 마리 캐릭터


마카나미 마리, 넌 누구니?

흰색 블라우스에 넥타이, 붉은색 체크 스커트에 머리를 양쪽으로 묶고 붉은색 뿔테안경을 쓴 이 여자애. 신극장판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캐릭터가 바로 '에반게리온: 파'에 처음 나온 마카나미 마리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마리가 지금까지의 에바를 파괴해줬으면 한다"고 밝힌 것 같이 마리는 새 에반게리온의 변화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마리는 '05'를 새긴 플러그 슈트를 입고,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가설 5호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으로 나온다.(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 창공에서 등장한 9기의 양산형 에바 5호기와는 다른 종류. 양산형 에바는 탑승자가 없음)

그럼 마리는 도대체 누구? 하지만 아쉽게도 '에반게리온: 파'에서도 그 정체는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신지와 우연히 두번의 만남을 갖지만, 아스카와 레이와는 단 한 번도 접촉하지 않았고, 미사토조차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 그리고 플러그 용액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

하지만 확실한 건 에바를 능숙하게 다루며 사도와 싸움을 즐기는 파일럿이라는 것.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와 고통 속에서도 "재미있으니까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열혈 소녀라는 것. 결국엔 저마다 마음의 벽에 갇힌 신지와 레이, 아스카와는 분명 다르다는 것. 마리의 등장으로 신극장판을 통한 새 에바 월드가 탄생할지, 한국의 오타쿠들은 극장에서 이를 확인하길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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