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기, 행복하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7.01 11:49 / 조회 : 19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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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 ⓒ 홍봉진기자 honggga@


하지원은 만나는 작품마다 여름 아침의 억센 푸성귀처럼 청청한 생기가 있다. '1번가의 기적' '키다리 아저씨' 등에선 가난에 정면으로 억척스럽게 사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원은 이번 '해운대'(개봉 23일)에서 마포 선착장에서 무허가 횟집을 하고 있는 연희 역을 맡았다. 무허가로 장사를 하는 통에 종종 수모를 당하지만 언제나 밝고 당당하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위해 3개월 동안 부산 사투리를 배웠고, 직접 횟집을 돌아다니며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찾아보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힘들었지만 반면 어떤 영화보다 즐거웠다고 한다.

하지원은 실제로 억척스럽냐는 질문에 "실제는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성격이다"고 답했다. 아니 '1번가의 기적'에서 술에 취해 구토를 하던 하지원이 조용한 성격이라니. 그녀의 생활과 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진짜로 머리 잡힌 리얼 '해운대' 촬영 현장


"정말 머리가 붙잡혀 뽑히는 줄 알았어요. 윤제균 감독님 특유의 리얼함이 묻어났어요."

그녀가 '해운대'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단순히 부산 사투리 때문이 아니었다. 윤제균 감독 특유의 리얼함이 묻어나는 신을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초반부 상가번영회 회장 만식(설경구 분)의 어머니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는 탓에 머리끄덩이가 붙잡히는 장면이 있다.

"윤제균 감독님이 머리끄덩이를 잡는 신에서 손을 머리카락 사이로 넣어서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5-7번 동안 촬영하는데 정말 많이 아팠다. 윤 감독님이 가짜로 잡히는 것 같다고 '좀 더 세게'를 연발했다."

당시 그녀가 만식 어머니를 째려보는 장면은 이 같은 현장의 리얼함이 살아있는 신이라고. 쉽지 않은 과정에도 불구하고 '해운대'를 택한 것은 윤제균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을 통해 쌓인 믿음이 큰 고민 없이 선택을 하게 했다. 그녀의 표현 을 빌리자면 '해운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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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 ⓒ 홍봉진기자 honggga@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법 "행복하다"

하지원은 정상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특별한 스캔들도 없고, 크게 실패한 작품도 없다. 관객들도, 영화관계자도 하지원이 선택하는 작품에 무언의 신뢰를 보낸다. 그녀의 작품 중 가장 관객이 안 들었던 영화는 '역전에 산다' 정도다. 그 외에는 모두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역시 하지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원은 "일단 저는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까지 내일 당장 연기를 안 할 수도 있지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혹독한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서 추락하는 스캔들 또는 실패한 작품이 없기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행복한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제가 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기사화가 됐을 때 정말 속상했다. 거대한 스캔들이나 죽고 싶을 정도 힘든 일을 당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기사를 보면서 조금만 더 이해를 해준다면 좋았을 텐데. 여배우도 사람인데 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보면 상처를 덜 받고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지원과 대화를 하면서 넘쳐흐르는 따뜻함에 고요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감을 느꼈다. 털털하고 발랄하기만 할 줄 알았던 그녀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 너무도 단단한 현실 속에 뿌리를 깊게 박은 강인한 나무로 다가왔다.

"솔직히 위기를 느낀 적은 없었다. 항상 넥스트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감사한 게 영화 현장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 2편의 영화를 개봉한다. 항상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녀에게 다음 작품은 항상 첫 번째다. 새로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항상 첫 번째로 생각하고 연기한다고 강조했다.

"항상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싶다. 작품 전에 설레는 마음에 밥도 많이 안 먹게 된다. 음악을 직접 선곡도 해보고 의상도 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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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 ⓒ 홍봉진기자 honggga@


하지원이 제안하는 집에서 노는 방법은?

사실 하지원은 스캔들이 난 적이 없다. 동료 배우들과 식사나 차를 하더라도 스캔들이 날 법한데 특별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 그녀의 삶은 집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방콕족이냐고?' 하지원 은 "집에서 할 게 얼마나 많은데"라고 강조했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커피를 한 잔 하고 족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를 너무 좋아해 매일 커피메이커를 닦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배우는 것이 너무 좋아해 집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하지원이 배웠던 것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다. 가장 매력 있던 것은 탱고다.

"'형사duelist'를 위해 탱고를 배웠다. 와인 한 잔을 마시고 낮은 조명에서 '여인의 향기'의 'Por Una Cabeza'에 맞춰 춤을 췄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복싱이다. 승마 등 액티브한 운동을 즐기는 그녀지만 복싱은 다시 배우기 싫은 운동이다.

"1번가의 기적'을 하면서 마지막 경기 장면에서 짜놓은 합 없이 실제로 싸웠다. 상대방이 쌍코피가 나기도 했다. 정말 하지원의 주먹이 세다고 했었다."

이 같이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 때문이다. 콘솔 축구게임에 빠져 살기도 했고, 외국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성악과 뮤지컬 공부를 했다.

그녀의 알려지지 않은 취미는 미니어처 수집이다. "영화나 만화 캐릭터, 로봇 같은 미니어처를 모은다. 직접 조립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미니어처)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희귀품이라고 할 때는 정말 갖고 싶어진다."

하지원은 앞으로 전자 기타를 배울 욕심이다. 최근 팬들에게 하얀색 전자 기타를 선물 받았다고. "원피스를 입고 하얀색 전자기타를 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한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계획이기 때문에 곡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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