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제 출신 가수들은 어디로 갔나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9.05.01 11:20 / 조회 : 5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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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와 1990년 초반까지 한국 가요계를 이끌었던 가수들 중 상당수는 일명 '가요제' 출신이었다. 1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MBC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한국 가요계에서 신인 등용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걸출한 가수들을 배출해냈다.

유열, 신해철(무한궤도), 노사연, 심수봉, 배기성, 김동률(전람회), 김경호, 이한철 등 수많은 실력파 가수들이 '대학가요제'를 통해 가요계에 발을 내딛었으며 이선희(4막5장), 이상은, 이상우, 박선주 등은 '강변가요제'로 데뷔했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보다 역사는 짧지만 현재 가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뮤지션을 배출해낸 가요제가 하나 더 있다. 조규찬, 러브홀릭의 리더 강현민, 토이의 유희열, 불독맨션의 이한철, 루시드폴 조윤석, 작곡가 방시혁, 심현보 등을 배출해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처럼 한국 가요계에서 '가요제'는 실력파 가수들을 발굴해내는 일종의 거대한 오디션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스타 가수를 배출하지 못한 채 급격한 위상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인기와 기능을 상실한 '강변가요제'는 2001년 22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대학가요제'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출신 가수들이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이처럼 '가요제'들이 몰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먼저 오디션, 연습생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연예 기획사의 등장과 맞물린다. 가수가 되기 위한 문이 좁았던 예전과 달리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기획사에 편입되면서 가요제에 굳이 출전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다른 원인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씨는 "1990년대에는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의 권위가 대단했다"며 "음악을 차치하고서라도 지상파 방송의 가요제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엄청난 반향의 무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하지만 미디어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지상파 방송의 1회 출연 정도로는 화제를 모은다거나 하기 힘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음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강 씨는 "예전에는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 보는 풍속관, 가치관 등이 반영된 전통적이면서도 실험성이 강한 창작곡들이 많이 나왔다"며 "하지만 지금 가요제 출전곡들을 볼 때 창작자로서의 권위나 음악적 카리스마를 갖춘 곡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 씨는 "수상자들이 흔히 볼 수 있는 패턴들을 답습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답습이 정교하고 섬세하거나 참신하고 풋풋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닌 아마추어리즘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수준이 과거만 못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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