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루크 외면한 美아카데미, 속사정은?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2.23 14:04 / 조회 : 3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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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슬러'의 미키 루크


올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가장 화려하게 부활한 이가 있다면 바로 그가 아닐까. 배우 미키 루크.

그러나 미키 루크는 22일(현지시간) 열린 제 8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데 실패했다. 대신 연기파 배우로 칭송받는 배우 숀 펜이 2004년 '미스틱 리버'에 이어 '밀크'로 생애 2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대런 아로노브스키 감독의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의 열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미키 루크는 '레슬러'에서 왕년의 스타 프로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 역을 맡았다. 퇴락한 그에게 남은 것은 일그러진 얼굴과 심장 이상, 그리고 그를 외면하는 딸 뿐. 그는 세상과의 화해를 뒤로 하고 자신의 세계, 사각의 링 위에 오른다.

이같은 주인공 로빈슨의 삶은 배우 미키 루크의 삶과 절묘하게 겹친다. 영화의 다큐멘터리 같은 촬영 기법이 마치 기법으로 끝나지 않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스크린 위에 펼쳐진 미키 루크의 연기가 뛰어난 연기인지 그저 실제의 모습인지 헷갈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미키 루크는 영화 '나인 하프 위크'(1986), '엔젤 하트'(1987) 등을 통해 범접하기 힘든 매력을 뽐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톱스타가 되고서도 권투선수로의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링에 오르고 얼굴을 다치고 수술한 뒤 다시 링에 오르기를 반복했다. 알코올 중독과 폭력 전과도 악명을 더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는 더이상 198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 스타가 아니었다. 세상은 그대로 그를 잊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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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슬러'의 미키 루크


미키 루크의 존재를 다시 세상에 알린 것은 프랭크 밀러의 2005년작 '씬 시티'였다. 성형 수술의 후유증으로 표정조차 굳어버린 그는 명작 그래픽 노블을 스크린에 옮긴 '씬 시티'의 스트리트 파이터 마브 역에 제격이었다. 한 순간 사랑을 나눈 여인을 위해 벌이는 처연한 복수극은 그의 개인사와 겹쳐진 탓에 비장미를 더했다. 그해 시카고 비평가협회는 미키 루크에게 남우조연상을 선사했다.

그리고 미키 루크는 '레슬러'를 통해 당당한 주연으로 건재함을 알렸다. '레슬러'는 이미 지난해 제 56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종려상으로 작품성을 입증받았고,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는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선사하며 '돌아온 탕아'를 환영했다.

아카데미는 하얀색 재킷에 멋들어진 선글래스를 쓰고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미키 루크를 향해 "웰컴 백"을 외쳤다. 그러나 수상 결과에서는 그를 외면했다.

물론 아카데미 청중들이 모두 기립 박수를 보낸 숀 펜 역시 오스카상에 결코 모자람 없는, 뛰어난 배우임은 틀림없다. 다만 아카데미상의 계속된 시청률 하락이 뻔한 수상 결과 때문이라는 비판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있다.

시청률 회복의 과제를 안고 출발한 이번 아카데미가 수차례 남우주연상을 받은 미키 루크에게 다시 남우주연상을 안기는 데 부담이 없었을 리 없다.

1순위 후보나 다름없었던 미키 루크의 수상 불발 예측은 시상식 전부터 나왔다. 미국 영화전문지 무비폰은 앞서 이번 남우주연상은 '레슬러'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 미키 루크가 받아야 마땅하지만, 결국엔 '밀크'의 숀 펜이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미 '미스틱 리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숀 펜이 워낙 오스카로부터 사랑받는 베우인데다, 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이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영화배우조합은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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