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해 하차로 본 2008 비중 자존심 대결

전예진 기자 / 입력 : 2008.12.23 15:18 / 조회 : 77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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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에덴의 동쪽''온에어' 영화'라듸오 데이즈''일지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이다해가 22일 돌연 드라마에서 하차하겠다고 선언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다해는 이날 밤 '에덴의 동쪽'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 누적을 이유로 들었지만, 출연비중 축소와 처우에 대한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역 비중 문제로 인한 스타들의 자존심 대결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초특급 대우에 주요 배역을 약속하며 '하늘의 별따기'로 톱스타를 끌어 모았지만, 이들의 비중을 적절히 배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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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이다해


먼저 제작비 100억대 대작으로 출발한 '에덴의 동쪽'은 이다해를 비롯, 송승헌 연정훈 박해진 한지혜 이연희 등 청춘 톱스타들이 총출동, 초반부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했다. '원톱'으로도 충분히 드라마를 이끌어갈 수 있는 주연급 스타들이기에 출연료, 역할 비중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특히 드라마 중반 '국자커플'로 불리던 송승헌-이연희 커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면서 다른 배우들의 소외감은 커져갔다.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지만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이다해는 시청자 게시판의 글을 통해 "제 역할이 이유 없는, 자기답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바보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가 맡은 혜린 역할이 설득력이 떨어질 만큼 비중이 축소됐고, 주목받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출연진 및 제작진 사이의 갈등은 곪을 대로 곪아 결국 배우의 하차로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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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온에어'의 송윤아(왼쪽)과 김하늘


지난 5월 종영한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도 출연 배우의 기세 싸움이 만만치 않았다. 두 여주인공인 송윤아와 김하늘이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에 먼저 올릴 것을 주장하면서 시작전부터 삐걱댔다.

신우철 PD가 아예 타이틀에 이름을 빼겠다고 선언하는 등 논란이 불거져 제작진과 취재진 모두 애를 먹기도 했다. 구본근 SBS 드라마 총괄CP는 "매번 드라마를 할 때마다 누구의 이름이 먼저 들어가는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밝혀 이 문제가 예전부터 지속돼온 것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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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일지매'


배역 비중을 둘러싼 배우들의 신경전 문제는 지난 7월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일지매' 작가가 드러낸 속내에서도 알 수 있다. 드라마에는 이문식, 김성령, 조민기, 이원종, 김창완, 김뢰하 등 탄탄한 연기실력을 갖춘 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려웠던 듯 싶다.

드라마뿐만 아니다. 올초 개봉한 영화 '라듸오데이즈'에서도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이 영화는 류승범, 이종혁, 김사랑 등 쟁쟁한 스타들을 기용해 눈길을 끌었지만, 배우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의 비중이 크게 줄어 불만을 터뜨렸다.

주인공 류승범은 편집과정에서 삭제된 부분이 많아 예고된 바와 달리 비중이 크지 않았다. 시사회 현장에서 류승범은 "시간 관계상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많이 편집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혁은 "각 캐릭터가 예상보다 덜 그려져 있다"고 털어놨다.

하기호 감독은 "애초 어떤 배우든 튀지 않게 모든 인물에게 똑같은 정도의 무게를 두고 싶었다"며 "그런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드는 아쉬움도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조선 최초 라디오 드라마 제작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극중 비중을 놓고 싸우는 두 여주인공 김사랑과 황보라의 싸움을 그려 아이러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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