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뒷그늘, 예능의 함정에 빠진 가수들

솔비 황보 크라운제이 앤디 전진…가수보다 예능 이미지 굳어져

전예진 기자 / 입력 : 2008.12.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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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비


예능 프로그램은 가수들을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다. 각종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은 잔치를 풍성하게 해줄 신선한 얼굴, 끼와 재능을 담보로 인기와 이미지를 약속한다.

2008년 가수들에게 예능의 유혹은 매력적이었다. 무대 위에서 3~4분간의 압축된 퍼포먼스는 한계가 있다. 예능은 무대 밖에서 인간적인 면모와 재치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돌파구였다.


하지만 예능의 달콤한 유혹에 '이미지'를 팔았던 가수들은 함정에 빠졌다. 예능으로 각인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2~3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다. 본업인 가수로서 변신을 꾀하고자 노력하지만 예능의 늪은 깊고 험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솔비(24)는 예능의 빛을 많이 본 만큼 그늘도 짙었다. 당돌하게 '할 말 안할 말 다하는' 캐릭터로 사랑받은 솔비는 요즘 한풀 꺾인 모습이다.

솔비는 지난 9월 솔로 데뷔를 앞두고 "타이푼 시절부터 원래 섹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우결' 이미지가 강했다. 과감하게 섹시한 이미지로 변신하고 싶었다"며 7kg을 감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데뷔 미니 앨범 '두 잇'(DO IT)은 초반부터 반응이 좋지 않았다. 첫 솔로곡 'Do It Do It'으로 진한 눈 화장과 붉은 립스틱으로 도발적인 섹시미를 과시했지만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어필한 터라 두 가지 이미지가 공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곡은 지난 10월 말 음악 사이트 멜론에서는 50위권, 엠넷에서 30위권을 맴도는 데 그쳤다.

10월에는 후속곡 경쾌한 다시 발랄한 이미지로 돌아와 댄스곡 '언제나 함께'로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곡은 'Do It Do It'보다 더 신통치 않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싸이월드 97위 등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100위권 밖의 초라한 성적을 냈다.

가수로 '홀로서기'를 선언한 후 인기하락 위기에 직면한 솔비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전히 입담을 과시하고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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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보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와 MBC '우결'에 출연하고 있는 황보(28)도 가수로서 활동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 테크토닉 열풍에 맞춰 디지털 싱글 음반 '기프트 포 힘(gift for him)'을 낸 그는 타이틀 곡 '뜨거워져'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해 '구색 맞추기'용 가수로 보일 정도다.

예전 샤크라로 활동하던 당시 섹시하고 신비스런 이미지였던 그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털털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무한걸스'에서는 코믹분장도 마다하지 않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 무대에서 파워풀한 매력이 반감됐다. 잔잔한 발라드 곡 '성숙'을 부를 때는 어색해 보이는 역효과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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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운제이 앤디 전진


예능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초반 상승세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식상한 예능 캐릭터 때문에 결국 위기에 빠진 스타들도 있다.

지난 10월 미니 앨범 '플라이 보이(FLY BOY)'로 가요계에 컴백한 크라운제이(29)는 '우결' 인기를 등에 업고 순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라운제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깐족거리는 개미 캐릭터로 은근히 소심하면서도 자존심을 내세우는 남성의 심리를 솔직하게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덕분에 각종 CF 섭외가 물밀듯 밀려왔고, 미니앨범은 1만장 물량이 예약판매로 전량 매진됐다.

하지만 과거 힙합 가수의 카리스마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는 예능프로그램에서 힙합음악에 대한 열정보다 금목걸이, 금시계 모자 등 힙합 액세서리에 집착하는 등 유머러스한 면모를 더 많이 보여줬다. 때문에 무대 위에서 음악과 실력보다 예능 프로그램의 캐릭터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결'의 앤디(27)도 다정다감한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남자 연예인으로 꼽힌 그는 뮤지컬 '싱글즈' 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멋진 박수헌 역으로 출연한다. 3년 사귄 연인에게 버림받은 나난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모습은 '우결'의 캐릭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앤디는 "항상 다정다감한 이미지로 보여져 부담스럽다. 악역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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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


'전스틴''전프라 진프리'로 MBC '무한도전'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진(28)은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첫번째 솔로 정규 앨범 'JUN JIN-FIRST ALBUM 前進 NEW DECADE'를 발매하고, 첫 솔로곡 'Wa'가 '빠삐놈'으로 패러디까지 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파워풀한 춤 실력을 자랑하던 댄스 가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승부욕에 불타는 코믹한 이미지를 만들고 예능 샛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예능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 뒤안길에서 가수로서 파워풀했던 예전의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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