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아뵤~" 날리던 고독한 마초 쿵푸스타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8.11.30 13:36 / 조회 : 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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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은 바로 이소룡의 생일이었다. 그와 시기를 맞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건 이소룡에 관한 서적 중 꽤 정밀하고 풍부한 것으로 유명한 브루스 토마스의 '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가 최근 번역돼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는 그가 사망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 그를 재조명하려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는데, 진국곤 주연의 50부작 드라마 '이소룡전기'는 이미 지난달부터 중국에서 방송이 시작되고 있다. 방송분 중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는 도장에서 태권도 고수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도 포함돼 있다. 현재 여러모로 '이소룡의 후계자'로 각광받고 있는 견자단 주연의 '엽문전' 또한 최근 내년 개봉을 목표로 예고편이 공개되기도 했다.

뭐 이소룡은 딱히 별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은 고독한 마초 쿵푸스타다. "아뵤~" 하는 독특한 괴조음과 쌍절곤으로 기억되는 그의 카리스마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영화 팬들을 전율시켰다. '당산대형'(1971. 사진)으로 시작해 '정무문'(1972), '맹룡과강'(1972), '용쟁호투'(1973), '사망유희'(1978)로 이어지는 짧고 굵은 5편의 역사는 세계영화사에 잊혀지지 않는 인상을 남겼다.

성룡을 비롯한 다른 액션배우들과 비교하자면 그는 늘 물러서지 않았고, 절대 눈을 깔지 않았으며, 언제나 혼자서 적들과 싸웠다. 그가 유명해지면서 언제나 그의 촬영장에는 수많은 도전자들이 나타나 대결을 자청했다. 실전무술 혹은 무도가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운 그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영화인 그 이상으로 그를 괴롭게 만든 나날들이었다. 그가 약물에 손 대고 뜻하지 않은 죽음에 이르게 된 데는 영화 바깥의 그런 여러 상황들이 더욱 그를 괴롭게 했을 것이다. 과연 그는 얼마나 고독했을까.

'정무문'(1972)에서 이소룡이 했던 유명한 대사는 바로 "우리는 동아병부(동아시아의 병든 환자)가 아니다”"는 외침이다. 그만큼 그는 무협소설 안에 갇혀있던 홍콩액션영화를 중국인의 자부심과 외세와의 대결이라는 맥락 안에 놓았고, 편집과 무기술이 아닌 실전 격투를 중심으로 하는 사실주의 액션 전통을 적극적으로 정착시켰다.


그가 얼마나 자존심이 대단한 마초였냐면 에피소드를 아무리 열거해도 끝이 없다. 지더라도 매일 영국인 학생들에게 싸움을 걸었다는 얘기,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며 홀로 미국으로 떠나서 아버지에게 초라한 모습 보이기 싫어(실제로는 거의 아무 일거리 없는 백수였어도) 당시로서 수 백 만원이 넘는 바바리코트를 홍콩으로 보내 선물한 얘기, 아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학교는 보내지 않아도 늘 자신의 촬영장에 데리고 있었던 얘기 등 그는 영화에서만큼이나 실제로도 지기 싫어하는 남자였다.

'이소룡은 여전하다'라는 걸 느낀 순간은 또 있었다. 최근 액션 블록버스터들 중 가장 인기있다 할 수 있는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격투 지도 코디네이터인 제프 이마다가 바로 이소룡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댄 이노산토('사망유희' 출연 배우)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 제프 이마다는 간결하면서도 격렬한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격투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필리핀 전통 무술 칼리와 이소룡의 절권도를 결합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본 안에 룡' 있다는 것. 현재 할리우드 최고의 격투술을 자랑하는 제이슨 본에게서 이소룡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 봐도 이소룡은 정말 영원히 죽지 않는 액션스타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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