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영화 인기캐릭터 "나쁜男→독한男"

강인한 남성캐릭터 영화 '추격자''놈놈놈''강철중' 등 흥행 싹쓸이

전예진 기자 / 입력 : 2008.12.01 09:53 / 조회 : 2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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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설경구 이병헌, 소지섭 (시계방향)


경제 불황으로 남성들의 두 어깨는 축 쳐졌지만 올 한해 영화에 비춰진 남자 캐릭터들은 기세등등했다. 냉철하고 더 독해졌다. 범죄를 저질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기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다.

삶이 팍팍할수록 강한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유독 올해 강인한 남성적 매력을 풍기는 캐릭터들 활약이 돋보였다. 2008년 영화계를 꽉 잡은 남자 캐릭터들을 짚어봤다.

◇ 상반기엔 '나쁜 남자'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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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추격자'와 '비스티 보이즈'


지난 2월 영화 '추격자'가 5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나쁜 남자 신드롬의 신호탄을 알렸다.

이 영화에는 나쁜 남자 주인공 2명이 주축을 이룬다. 잔인한 살인마 하정우(지영민 역)는 말할 것도 없고, 그와 맞서 싸우는 전직 형사 김윤석(엄중호 역)도 그렇다.

생계를 위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엄중호는 살인범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종된 여자를 찾기 위해 끈질기게 싸운다. 하정우도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인상적인 연기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추격자'는 끔찍한 장면으로 18세이상 관람가를 받은데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냉혹한 악역이 등장해 심기를 불편하게 함에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과거 조폭 코미디에서 비춰진 마초적 남성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스릴러를 통해 '나쁜 남자'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이 흥행에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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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윤계상(왼쪽) 하정우


4월 개봉한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도 2명의 나쁜 남자가 출연한다. 도박장에서 돈을 탕진하고 거짓말과 사기 행각도 서슴지 않는 호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정우는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를 선보였고, 윤계상은 화려한 유흥업소에서 여성 고객들을 접대하는 호스트 역을 잘 소화해냈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불황이 심했던 지난 5월 당시 개봉했던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63만1708명의 관객을 모으며 기대를 심어줬다. 하지만 같은 '나쁜 남자'를 등장시켜도 '어중간하게 나쁘면' 실패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줬다. 결국 관객들의 설득력을 얻진 못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 '독하고 강한 남자'로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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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놈놈놈''강철중''영화는 영화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시계방향)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실패를 딛고 하반기에는 나쁘게만 비춰졌던 남성 캐릭터가 한 단계 진화했다. 끈질긴 승부근성의 독하고 강한 남자 주인공이 대거 등장했다.

'강철중''놈놈놈''눈에는 눈 이에는 이''영화는 영화다' 등의 영화들이 쏟아지면서, 강인한 남성적 매력을 폴폴 풍기는 캐릭터가 인기를 모았다.

'한놈만 패기'로 유명한 강철중(설경구 역)은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에서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무대뽀''막가파' 형사의 모습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이미 국내에서 성공한 '공공의 적'시리즈의 주인공 '강철중'은 불량 형사지만, 정의를 위해 목숨을 불사르는 투지를 가진 인간적인 영웅 캐릭터. 여기에 강철중만큼 빛난 악역을 연기한 정재영도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시대상황에 굴하지 않고 비리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 관객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다. 덕분에 430만 관객을 모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강철중의 열기가 식을 무렵, 더 독한 '놈들'이 몰려왔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 국내 최고 남자 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약 67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한 영화는 제목처럼 '나쁜 놈'이 등장, 좋은 놈 이상한 놈과 대조를 이뤄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과시했다.

박창이 역의 이병헌은 목표를 위해서는 살인도 밥 먹듯 저지를 수 있는 냉혈한. 독기 어린 눈빛과 잔인한 행동으로 나쁜 놈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와 함께 세 배우의 개성이 어우러져 독하고 끈질기게 지도를 차지하기 위해는 펼치는 활극상을 그려 인기를 끌었다.

한석규 차승원 주연의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강인한 두 남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형사와 절도범이라고 해서 선악구분을 두진 않았다. 두 주인공이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두뇌 게임을 통해 집중력 있고 끈질긴 남성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이 영화는 200만 관객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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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강지환(왼쪽)과 소지섭


13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도 역시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흥행요소에 큰 역할을 했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경쟁작 '모던보이''고고70'보다 제작비는 3분의 1 수준(순 제작비 15억원)이었지만,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조직 폭력배로 음울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이강패 역을 맡은 소지섭,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상대 배우를 폭행하는 톱스타 장수타 역의 강지환의 강한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유독 2008년 흥행작 중에는 나쁘거나 혹은 독한 남성 캐릭터가 주를 이뤘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 중 흥행에 참패한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제외하면 5편 모두 100만 관객이 훌쩍 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사 '스폰지'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관객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며 "강한 캐릭터가 등장할 수록 등장인물 간 대립이 극명해지고, 갈등이 해결되면서 관객들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든 시기인 만큼 관객들이 경제난을 헤쳐 나갈 수 있을 듯 보이는 강하고 인상적인 남성 캐릭터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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