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희의 "공감 100% 헛발질"..그녀 덕에 웃는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10.27 11:41 / 조회 : 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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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영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오랜만에 TV를 보며 웃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MBC 일일시트콤 '그분이 오신다'(극본 신정구·연출 권석)의 영희 덕분이다.

동그란 눈망울의 여배우 서영희가 맡은 '추락한 국민요정' 이영희에게 세상은 참 혹독하다. 계속되는 추문은 그녀를 칸 여우주연상 톱스타에서 비호감의 상징으로 추락시켰다. 그러나 영희는 타고난 낙천주의와 몸에 밴 여배우 미소로 초연하게 자기 페이스를 지킨다.

특히 방황하던 그녀가 찍은 이른바 '돌아이바' CF는 그 엉뚱한 발상과 구성으로 TV 앞 시청자를 여럿 녹다운 시켰다. 회오리 무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가운데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고 웃고 있는 서영희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되다, 샛노란 돌아이바가 휙 날아와 그녀의 입에 꽂히는 순간의 짜릿함이란!

능청스런 서영희의 연기는 물론 큰 몫을 했다.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로, 영화 '추격자'로 시청자와 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는 연극부터 입지를 다져 온 믿음직한 배우. 그녀의 변신은 '여배우가 저렇게 망가져도 되나' 하는 시청자의 우려를 낳을 만큼 우습고 또 놀랍다.

정작 서영희는 "망가지는 것쯤이야 전혀 부담이 없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망가지더라도 재밌기만 하다면, 시트콤에 나오면서 안 웃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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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영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치면 그 옆에 '돌아이바'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떠요. 그렇게 찾아서 보시는 분도 꽤 되는구나 싶어 신기하더라구요. 저도 방송을 보고는 '헉' 하고 조금 당황했죠. 클로즈업에 코믹하게 처리되는 거야 알고 있었는데, 돌아이바가 날아들 줄이야…. 극중 영희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렇게 나올 줄은 모르고 찍은 건데.(웃음)"

실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하는 배우로서 극중 이영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서영희는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애쓰다 번번이 미끄러지고 영희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100% 공감된다고 할까요. 칸에 다녀오지 않아서 그 기분은 모르겠지만, 연기를 쉬는 동안 뭔가 노력은 하고 싶은데 할 노력은 없고, 그런 자신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안타깝겠어요. 따지고 보면 저와도 똑같은 입장이니까요. 게다가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는데 늘 헛발이니까 더 안쓰러워요.

(연예계엔) 낙관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토익 점수야 공부하면 올라가지만, 노력한다고 드러나는 건 없고 단지 기회가 나한테 올 거라는 믿음뿐인데 그것도 기약할 수가 없잖아요. 자잘한 일 하나하나에 상처받으면 사람이 너무 지쳐요.

영희라고 왜 상처가 없겠어요. 상처받지 않으려고 다들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요즘은 연예계의 그런 이면을 이해해주는 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영희의 씩씩함을 더 좋은 쪽으로 봐 주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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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영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한 서영희는 안정된 연기력을 발휘하며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추격자' 등 영화에서도 활약해 왔다. 올 초 개봉한 '추격자'에서는 살인마에게 쫓기는 여성 미진 역할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서영희는 "지금 보면 왜 그 때 그렇게 몸을 사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했다.

"저 입장이라면 더 처절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더라고요. 너무 추웠거든요. 저는 제 모습이 보여요. 너무 추워서 손끝까지 신경을 못 쓴 게 안타깝죠. '추격자'에 비하면 '그분이 오신다'에서 망가지는 건 고생도 아니에요.(웃음)"

서영희는 평상시 입어보지 못한 드레스를 너무 많이 입어서 신난다며 이렇게 화장을 많이 하는 것도, 옷을 이렇게 화려하게 입는 것도 처음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제껏 한 작품 중에 가장 옷을 여러 벌 입었다"며 활짝 웃었다.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해 스트레스는커녕 즐거운 에너지를 온 몸 가득 받는다고 덧붙였다.

"시청률만 조금 더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그녀에게, 또 극중 이영희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서영희는 벼락 스타가 되기보다는 조금씩 성장하는 쪽이 자신에게도, 극중 영희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정상에 올라설 수는 없잖아요. 극중 영희는 노력하는 것 딱 그 10분의 1만큼 조금씩만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만약 운이 좋아 갑자기 올라간다면 허점 많은 영희는 분명히 또 떨어질 텐데, 그 때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노력하는 순간순간 단련되고 또 다른 일을 견딜 수 있게 됐으면 해요.

저 역시 그래요.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은 별로 바라지 않아요. 그냥 작은 행운이 항상 곁에 다녔으면 좋겠어요.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만 더 잘 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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