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가 '하이킥' 영광 부활시키려면?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8.10.07 08:53 / 조회 : 5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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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섬의 비밀' 후속으로 방송된 MBC 새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가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로 시들어진 가족 시트콤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 요인으로는 우선 '야동' 순재, '애교' 문희, '식신' 준하와 같은 개성만점 캐릭터가 있었다. 또 한의사로서 더 똑똑한 며느리인 박해미 앞에서 무너지는 이순재, 박해미 앞에서 주눅드는 나문희, 그런 박해미가 통제할 수 없는 천적 시동생인 최민용 등 인물들 간의 묘한 관계 싸움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첫 등장부터 미국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케 하는 이웃집 살인 사건을 녹여내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인기 시트콤으로서 비결이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터프하고 멋진 남자 정일우와 귀여운 김혜성, 하숙범 김범 같은 꽃미남들의 등장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난 6일 저녁 새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의 뚜껑이 열렸다. 첫 회의 줄거리는 '신상' 할머니인 윤소정이 백화점 개점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가 비싼 크림을 샘플로 쓴 뒤 갑자기 쓰러지는 내용. 다행스럽게도 응급실에 실려 간 윤소정은 건강하게 깨어나지만 카메오로 출연한 의사역의 김용만이 "(원래 나이에 비해)더 나이든 줄 알았다"란 말에 다시 졸도하고 만다.

이어 윤소정은 며느리 정경순으로부터 "움푹 패 인 거 같은데, 어, 주름이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 어두운 밤 병원 옥상을 향한다. 자살할 것 같이 폼을 잡던 윤소정은 결국 신발을 내려둔 채 "여태까지 나는 죽었다"며 "영원히 늙지 않으리"를 부르짖으며 얼굴에 팩을 한 모습을 보여 폭소를 안겨줬다.


윤소정은 그간 아들, 손자, 며느리에게 봉사하던 할머니와는 다르게 미모를 가꾸고 자기애가 강한 할머니를 그렸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가족들 눈치를 보기 급급한 나문희 할머니와는 정반대되는 캐릭터로 대저택에서 호령하는 윤소정은 자식들 눈치 볼 것 없이 경제적으로 독립한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윤소정이 '신상' 할머니 신드롬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다른 에피소드로는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귀국한 톱 여배우인 이영희(서영희)가 출연작 영화 '추접자'에 대해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희는 "정말 추접스러웠어요. 하지만 대역을 쓰지 않아 뿌듯해요"라며 우아한 척하지만 천박한 듯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4차원' 여배우 모습을 보여줬다. 영희는 체육 선생으로 소박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사는 당당한 최민용과는 다른 화려한 톱스타지만 어쩐지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가족도 아니고 남도 아니여~"라며 자신의 위치를 모호하게 설명하며 스쿠터를 사달라고 떼쓰는 강성진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노숙자 범이를 연상케 하면서도 범이처럼 존재감이 덜하지 않는 인물로 나온다. 제작발표회 당시 강성진이 "앞으로 어떤 인물이 될지 나도 기대가 되는 인물"이라고 밝힌 것처럼 강성진은 범이처럼 오직 김혜성의 친구로만 등장하는 게 아닌 집안끼리의 사연이 있는 인물로 등장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재용(정재용)과 재숙(하연주)의 캐릭터가 볼거리. 얼굴로만 봐도 스무 살은 넘게 보이는 이 둘이 쌍둥이라는 설정은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정재용이 노안임에도 불구하고 교복을 입고 모범 청소년 역할을 하는 모습은 어쩐지 '크크섬의 비밀'에서 신성우나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웬만해선 참을 수 없다'의 노주현처럼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의외성을 줘 더욱 코믹한 설정을 만든다.

이처럼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은 '거침없이 하이킥'과 비교되면서 어떤 형식으로 재미를 선사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히 극 초반에 등장이 예고된 기억상실증에 걸릴 이문식과 톱스타에서 사소한 실수로 추락하는 이영희의 극단적인 줄거리는 '그분이 오신다'에 큰 줄기를 그려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큰 줄거리가 자칫 캐릭터가 정립되기도 전에 캐릭터에 변화를 주는 게 아닐까라는 우려가 생긴다. 인기 시트콤의 집필에 참여했던 한 작가는 "시트콤이 재밌으려면 캐릭터가 재밌어야 하는 만큼 초반에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분이 오신다'가 '거침없이 하이킥'의 아성을 부활시키려면 당분간 캐릭터 만들기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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