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잘생긴 도시서 빛난 박해일의 순애보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8.09.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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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기간 중 1937년은'모던'을 즐기는 시대였다. 조선 왕조가 힘을 잃어버리면서 외국의 문물이 밀려오기 시작해 카페가 있고, 라디오 방송국이 생기고, 공연이 열렸다. 옛것과 새것이 섞이면서 현재에 즐기는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대였다.

정지우 감독은 "1930년 대 후반은 밝고 경쾌하고 유쾌하면서 발칙했던 시대다. 하지만 이 시대를 유쾌하게 다뤄도 되겠냐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또 독립 운동이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1937년 국내에는 독립 운동에 관한 움직임 보다 시대를 즐기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정지우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1937년 경성의 분위기를 마음껏 살렸다. 조선총독부,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 레스토랑(현 신세계 백화점 본점), 남산 음악당 등을 경성의 화려함을 스크린 위에 펼쳐냈다.

그야말로 '잘생긴 도시'다. 정지우 감독은 이 '잘생긴 도시' 속의 도시남녀에 초점을 맞췄다. 과연 개인의 행복은 시대의 운명과 무관할 수 있을까. 조선 시대 젊은이들이 꿈을 현실로 옮기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식민지라는 현실이 한계로 다가온다.

'모던보이'의 이해명(박해일)은 이 같은 현실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다. 모던보이는 서구 문물을 익히며 전근대성을 벗어나려 했던 젊음을 말한다.


이해명은 조선총독부 1급 서기로 상류 1%에 속하는 부유층이다. 축음기로 음악을 들으며 모닝커피를 마신다. 그는 시대를 즐기고 싶을 뿐 조선 독립에 큰 관심이 없다. 이해명은 우연히 비밀을 간직한 모던걸 조난실(김혜수)을 만난다. 해명은 난실이 위험한 비밀을 간직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모던보이'는 '해피엔드', '사랑니'를 통해 지독한 사랑의 기운을 보여줬던 정지우 감독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사랑니'에서 서른 살 수학선생의 늦깍이 성장담을 보여줬다면 '모던보이'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 철없는 젊은이의 성장담을 보여준다.

박해일은 능청스러우면서 풋풋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다. 잔인한 살인범의 섬뜩함을 보여줬던 '살인의 추억', 가장 착하고 따뜻한 면을 뽑아낸 것 같은 '인어공주' '한번만 자자'는 대사를 가볍게 건네는 대범함의 '연애의 목적', 박해일은 지금까지 다양한 천의 얼굴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그의 다양한 면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이란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그 순애보적인 사랑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

영화배우로서 김혜수는 '타짜'를 제외하고는 스크린에서 개성을 크게 뽐내지 못했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그녀의 모습은 얼굴보다 몸에 집중됐기 때문일까. 김혜수는 '좋지아니한가'처럼 망가지는 역할일지라도 연기력을 더 인정받기를 원했다.

'모던보이'는 김혜수의 장점을 잘 살려낸 작품이다. 세상 사람들은 김혜수가 얼마나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할 것인가를 궁금해 하기보다는 이제 그녀의 진짜 얼굴임을 알 수 있다. 스윙재즈의 육감적인 모습, 이해명과의 애절한 사랑 등 여러 색깔이 담겨 있다.

'모던보이'는 유쾌하게 웃고 즐기는 영화만은 아니다. 이해명과 조난실이 처해 있는 시대적 아픔에 동화되지 않으면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경성의 화려한 밤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모던 보이'가 이뤄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10월 2일 개봉 예정.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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