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70', 불온하되 경쾌한..청춘아, 불질러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9.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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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겹다. 밤이 금지된 70년대 고고클럽을 그리지만 2000년대 홍대 클럽과 큰 차이가 없다. 젊음은 매한가지니깐.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고고70'(감독 최호, 제작 보경사)은 오랜만에 찾아온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영화이다. 또 청춘영화이고, 성장영화다.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금지된 70년대, 대구 기지촌에서 '쏘울 로큰롤'을 하기 위해 데블스가 뭉쳤다. 각기 다른 밴드였던 이들은 큰 물에서 놀아보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남다른 무대와 생경한 음악으로 밴드 대회에 입상했으나 데블스가 놀 무대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밤문화를 금지한 유신 시대가 개막됐기 때문. 하지만 데블스는 통행금지가 풀리기 전까지 밤샘 영업을 한다는 새로운 영업 방침에 힘입어 고고문화를 이끄는데 앞장선다. 시대가, 어설픈 욕심이, 그들 앞을 막아서기 전까지 이들은 힘차게 달린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강타했던 70년대 '러브&피스' 문화는 우리나라에 음지로 수입됐다. 미군 부대와 '빽판'으로 유입된 음악은 새로움을 갈망했던 청춘을 들썩이게 했다. 놀아보고 싶어도 놀 무대가 없던 이들에게 고고 문화는 혁명이었고, 데블스는 엄숙을 강요하는 사회에 '꽃병'을 던진 투사였다.


'고고70'은 바로 그 시대 실존했던 밴드 데블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최호 감독이 '한국 팝의 고고학'이라는 책을 읽고, 전설의 밴드를 부활시켰다. 최호 감독과 방준석 음악감독, 조승우라는 3박자가 맞은 만큼 '고고70'은 음악영화로서 적합한 음율을 가졌다.

도어스나 비틀스, 롤링스톤스 등 전설적인 밴드를 다룬 미국영화는 있을지언정 우리 밴드 영화는 척박했던 한국영화사에 '고고70'은 깊은 잔향을 남겼다. 시종 일관 흥겹게 울려대는 음악과 노래는 마치 콘서트 현장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 촬영장에 12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연기자를 놀게 한 뒤 편집을 시도한 감독의 공이 크다.

여느 미국 밴드영화처럼 '고고70'에는 밴드의 탄생과 시련, 활약, 위기, 극복이라는 공식으로 진행된다. 시대의 불온함이 영화에 갈등을 담는 것 또한 매한가지다.

병역기피자로 등장하는 조승우가 경찰을 볼 때마다 도망가는 현실은 사방팔방으로 옮아매진 당시 청춘들의 군상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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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고고70'이 그 시대 이야기에 함몰된 영화는 아니다.

데블스 멤버들이 '해피 스모커'를 피고, 야생 대마를 찾는데도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은 이 영화가 불온하데 경쾌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놀고 싶고 놀아보고 싶은 욕망은 청춘의 특성인 탓이다. 밴드 보컬을 맞은 조승우가 공연장에서 하늘에 있는 엄마를 찾는 것은 가수 비가 공연장에서 어머니를 그리는 요즘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고고70'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감이다. 경쾌한 밴드 음악만큼 빠르고 흥겹게 이야기가 전개돼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때문에 그 속도감을 따라가던 관객이 긴급조치 9호로 가수들이 유치장에 끌려가는 순간, 느려지는 리듬을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고고70'은 영민하게도 그 지루함을 마지막 하이라이트 공연으로 만회한다. 영화 밖에서는 새드엔딩일지라도 영화 속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교활함이 오히려 관객에 판타지를 선사한다.

'고고70'은 조승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배우 조승우는 자신의 장기를 120% 발휘했다. '타짜'와 '헤드윅'을 보고 그에게 반했던 여성 팬에게는 이번 영화에 조승우의 엉덩이를 또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자신의 매력을 어정쩡하게 보여왔던 신민아는 '고고70'에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듯 보인다. 이번 영화가 연기 데뷔작인 더 문샤이너스의 차승우는 날것이 뿜어내는 불순함을 매력으로 그려냈다.

깊게 생각한다고 세상 바뀌는 게 아니니 그냥 지르자는 '고고70'은 70년대를 배경으로 현재를 노래한다. 그동안 예술 한다는 소리를 듣던 최호 감독은 이번에는 돈이 되는 흥겨운 예술을 했다. 10월2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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