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즐길 수 있도록 주문을 걸고 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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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drbs23@>


조승우는 동키호테인가? 카사노바인가?

조승우는 연예 활동을 하지 않는 배우임에도 그를 둘러싼 풍문이 그득하다. 선입견 또한 말만큼 풍성하다. 까칠한 성격이라는 둥 바람둥이라는 둥 이런 풍문은 조승우가 그만큼 매력이 넘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즐길 줄 모르는 스물여덟 배우에게 남들이 멋대로 붙인 이미지는 그를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 조승우는 “왜 남들이 날 그렇게 볼까”라고 술을 먹고 토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세파에 신경 쓰지 말자고 스스로 주문을 왼다는 조승우에게 ‘고고70’(감독 최호,제작 보경사)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만난 행복한 작업이었다. 생각 많이 한다고 세상이 바뀌냐며 그냥 질러버리라는 이 영화에 조승우는 자신의 매력을 120% 발휘했다.

70년대를 풍미했던 밴드 데블스의 리드 보컬로 출연한 그는 영화 내내 술 마시고 담배 피며 노래한다. 까칠하지만 매력있는 ‘타짜’의 조승우와 ‘헤드윅’의 조승우를 ‘고고70’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고고70’을 통해 즐기는 법을 좀 더 배웠다는 조승우와 만났다.


-‘후 아 유’의 최호 감독과 또 한 번 작업을 하게 됐는데. 솔직히 안할 줄 알았다.

▶에이, 예전에 잠깐 말을 잘못해서 그렇지 사이좋다.(웃음) ‘타짜’ 끝나고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는데 술 한 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보통 안그러는 분이 그러시니 꿍꿍이가 있겠거니 생각했다. 뭐, 이런 영화를 준비하는데 라면서 함께 하자는 말도 잘 못하더라. 그래서 음악 감독이 누구냐고 했더니 방준석 감독이라더라. ‘후 아 유’의 삼인방이 다시 뭉친 게 아닌가. 심장이 콩딱콩딱 하면서 뛰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 다 고사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음악이 중심이 되다보니 시나리오보다 배우가 해석할 여지가 많았을 것 같은데.

▶글쎄. 이번 작품은 내가 연기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다. 조승우 신민아가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사실 ‘데블스’가 주인공이니깐. 그래서 그냥 머리를 비우고 즐기려 했다.

-록 보컬이라는 점에서 실제 조승우와 맞아 떨어지는 면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무대에서 노래도 하는 애가 하니 잘 맞아 떨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맞기도 하다. 하지만 난 나서서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한다. 뮤지컬에서 부르는 노래와는 다르다. 멍석을 깔아주고 노래를 하라는 게 제일 싫다. 그래서 노래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밴드를 만들어서 홍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영화 초반 기타에 담배를 꼽고 연주하는 게 인상적이던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홍키통크맨’이라는 영화를 자료 삼아 봤는데 이 아저씨가 기타에 담배를 꼽고 연주하는 데 그냥 빨려가더라. 그래서 모방을 해봤다.(웃음) 기타도 이번 영화를 위해 처음 배웠다. 촬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한 8개월 연습을 한 것 같다.

-음악에 대한 첫 경험이 언제였나.

▶사실 음악은 ‘헤드윅’을 하기까지 뮤지컬 음악만 들었다. ‘헤드윅’을 하면서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2000년에 너바나를 처음 알았으니.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엄마한테 용돈을 받아서 산 테이프는 ‘라밤바’였다. 집에 LP판이 엄청 많았는데 다 버렸다.

-까칠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록커와 잘 맞아떨어지는데.

▶까칠한 건 사실이다. 일할 때도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까칠해진다. 음, 매너 없이 사적인 부분을 파고 들어올 때도 까칠해지기 마련이다. 내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는 공연 외에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겼다. 우리가 공연을 하면 카메라가 알아서 잡았으니깐.

-영화에서처럼 생각 많이 하지 않고 지르는 편인가.

▶본능적인 부분에 충실한 것 같다. 지금까지 작품을 해도 후회 없을 것 같아, O.K. 그럼 가는 거야, 그랬던 것 같다. 개인적인 삶은 난 지르는 ‘라이프’는 없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사적인 것을 감추면서 내 ‘룰’을 지키려 했다. 그러다 ‘타짜’와 ‘헤드윅’을 하면서 사는 게 재미있네, 그러면 더 재미있게 살아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좀 더 풀어주고 있다는 뜻인가.

▶예전에는 공연에 ‘삑사리’가 나면 밤을 새며 그 부분만 반복해 연습할 정도로 강박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최선을 다했으면 뭐라도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더 뻔뻔해지는 것 같다. 점점 하나씩 하나씩 더 배워가는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이렇게 내가 술을 잘 먹는 것 같구나.(웃음) 밴드를 함께 한 형들이 워낙 주당들이라. 또 홍대가 너무 좋아졌다. ‘쓰레빠’를 신고 혼자 커피를 마셔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곳. 연주를 위해 이곳에 오다보니 나중에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예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스캔들이 많았다. 매력적이란 뜻이기도 한데.

▶많았다. 난 사실이면 인정할 것은 인정했다. 내가 인정하지 않은 나머지는 다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다니는 것도 우습다. 왜 그런 소문이 날까 생각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스캔들이 쌓여서 조승우는 바람둥이라고 생각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한 번은 ‘헤드윅’ 연출가 이진아 선생님한테 술을 마시며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랬다가 혼이 났다. 선생님이 네가 남자로서 그럴 나이도 됐고, 남자가 바람둥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즐기라고 하시더라. 그런 고민을 술을 마시며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음, 그럼 즐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인터넷은 가급적 안보려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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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drbs23@>


-이번에도 조승우의 엉덩이가 스크린을 장식하는데.

▶엄마가 화면에서 내 엉덩이를 보는 게 지겹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나 혼자 나오는 게 아니라 외롭지 않았다.

-록 중에서 소울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흑인 선생님에게 배우기도 했는데 꼭 그쪽 정서를 그대로 담아야 하나 싶더라. 감독님이 그 시대 우리나라 록에는 ‘뽕’이 섞여있다고도 했고. 그냥 즐겼다. 어차피 내가 절창이라 노래를 너무 잘 불러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 피가 끓는다는 느낌을 봤나. 노래가 DNA에 박혀 있다는 느낌이랄지.

▶변성기 지나면서 노래에 자신을 잃었다. 그러다 누나의 공연을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계원예고를 갔다. 그곳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조금씩 자신이 붙었다. 그러다 고교 때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게 이렇게 피가 끓는 것이구나 라고 처음 느꼈다.

이번 영화는 굳이 70년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극 중 부르는 ‘청춘의 불꽃’의 영어 제목이 ‘보일링 블러드’다. 말 그대로 끓는 피. 즐기고 싶은데 막아버리는 청춘의 답답함이 예전과 지금이 다를 것 같지 않았다. 피 끓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무대에서 팔딱 팔딱 뛰는 생선처럼 보여지고 싶었다.

-뮤지컬과 영화는 조승우에 어떤 의미인가.

▶뮤지컬을 꿈꾸며 배우의 꿈을 키웠던 꼬마 아이가 운이 좋게 영화를 하게 됐다. 글쎄, 둘의 차이나 의미를 지금 말로 잘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춘향뎐’에서 워낙 신고식을 호되게 치러서 사극은 안할 줄 알았는데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는데.

▶김용균 감독님과도 두 번째이다. 김용균 감독님을 좋아한다. ‘춘향뎐’이 끝나고 아무도 나를 쓰려 하지 않을 때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날 캐스팅하셨다. 물론 현장에서 ‘똥배우’라고 부르셨지만.(웃음)

그런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한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여주려 오셨는데 최호 감독님도 그렇고 김용균 감독님도 예전보다 훨씬 인자하고 여유로운 그야말로 멋있는 어른처럼 보이더라.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고. ‘고고70’처럼 심장이 콩닥거려 바로 결정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조승우에게 신앙은 어떤 의미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어릴 적부터 외롭게 자랐다. 커서도 힘든 시기를 계속 겪었고. 뒤를 돌아보면 지금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조승우를 둘러싼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게 됐나.

▶아직 즐기도록 생각하는 과정인 것 같다.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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