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흥행이 한국영화에 드리운 명과 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8.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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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가 3주차에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고사'는 개봉 4주차에도 '다크 나이트'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관객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고사'의 이 같은 흥행을 놓고 분석이 한창이다.


'고사'가 마케팅과 제작 방향 및 시간 등 지금까지 한국영화계 풍토와는 다른 조건에서 만들어졌으며, 흥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공포영화 흥행 4위인 '알포인트'를 조만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이는 '고사'가 한국영화에 드리운 명과 암을 짚어봤다.

#공포영화 수요를 발빠르게 맞춘 기획영화의 승리

'고사'는 처음부터 올 여름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로 포장됐다. 유일하다는 마케팅 포인트는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이기도 했다. 공포영화에 대한 여성 관객, 특히 10대 여성 관객의 수요가 확실히 존재했기에 '고사'는 공포영화 팬들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올해 한국 공포영화의 실종은 매년 되풀이되던 한국 공포영화의 문제점 논란을 사그러지게 만들었다. 여름 한철 장사를 노린 졸속 기획과 빠른 제작으로 늘 일기 마련이었던 시비가 '고사'에는 오히려 적합한 기획으로 탈바꿈됐다.

한국 공포영화는 가장 먼저 개봉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여름 시장을 놓고 속도전을 벌여왔다. 때문에 공포영화 팬들은 초반 몇 편의 공포영화에 관심을 보이다 이내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사'는 유일하다는 장점으로 공포영화 팬들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봤다.

8월 개봉을 정해놓고 5월 촬영에 들어가는 방식은 일견 무모할 수도 있었다. '고사'는 이를 집요할 정도의 마케팅과 배우 노출로 만회했다. 촬영장에서 귀신을 봤다는 보도자료부터 남규리 씨야 탈퇴 자료에 현장공개, 선상 제작보고회 등 다른 영화들보다 배가 넘는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이범수를 비롯해 남규리 윤정희 김범 등 주연배우들은 개봉을 앞두고 한 주씩을 책임지며 매주 '고사' 관련 기사가 쏟아지도록 인터뷰를 돌았다.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고사' 출연진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이례적일 정도로 높았다.

이 같은 마케팅은 10대 여학생들에 주효했다. 통상 주말에야 30% 가까이 극장을 메우는 10대 여성 관객이 '고사'의 경우 5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고사'의 흥행을 놓고 여러가지 분석 회의를 가졌다"면서 "완성도를 떠나 적절한 기획과 마케팅의 영향력, 특히 10대 관객의 움직임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양극화와 속도전 부채질 우려

'고사' 제작비는 13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고사'의 제작비 대비 수익률은 올 여름 흥행 돌풍을 일으킨 '놈놈놈'에 앞선다.

적은 예산으로 알찬 수익을 올리는 '고사'의 흥행 공식은 상대적인 저예산 영화 시장을 창출하는 한편 한국영화의 양극화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산다.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는 블록버스터와 적은 예산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화로 시장이 양분화될 수 있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우려이다.

특히 한국영화가 침체를 맞고 있어 30~50억원 내외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들의 제작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저예산영화 제작사 대표는 "저예산 영화는 그 나름의 미덕이 있다. 그런 미덕을 무시한 채 제작비만 줄이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졸속 제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는 TV 드라마와는 다른 만큼 철저한 사전준비와 노하우가 없다면 서둘러 제작할 경우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만큼 완성도를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게 이 제작사 대표의 설명이다.

'고사'가 촬영부터 개봉까지 불과 3개월 여만에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창 감독과 제작사 소속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제작 방식이 한 몫 했다. 배우들의 일정과 영화 마케팅을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제작방식은 60~70년대 배우들이 대거 소속된 스튜디오 영화 제작 방식을 연상시킨다. 지난 몇년 사이 자사 소속 배우들을 계열 제작사 작품에 투입한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를 거둔 것과는 딴 판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자사 소속 배우들을 한 영화에 투입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있지만 다른 회사 배우들이 성장할 기회를 잃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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