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길거리응원 사라진 이유

김보형 기자 / 입력 : 2008.08.22 07:00 / 조회 : 2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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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 모습(왼쪽사진) 21일 오전 청계광장의 모습


21일 오전 11시. 청계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엔 한국의 김경아 선수와 미국의 왕천이 맞붙은 여자 탁구 단식 8강전이 한창 중계 중이다.


한 이동통신사가 설치한 전광판은 한눈에 봐도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경기를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벤치도 설치됐다. 하지만 광장에서 탁구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은 대략 10여 명에 불과하고 대규모 응원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림픽 폐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지만 대한민국의 전매특허인 길거리 응원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선 잠잠한 상태다. 우리와 6시간 이상의 시차가 났던 2004 아테네 올림픽이나 2006 독일 월드컵 때도 적게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길거리 응원 실종엔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 지금은 근무 시간

우리와 1시간 밖에 나지 않는 베이징의 시차는 오히려 길거리 응원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축구같은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종목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경기가 치러졌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현실적으로 올림픽 응원은커녕 경기 중계방송을 보기도 어려운 상황. 인터넷이나 DMB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특히 오전에 메달을 결정짓는 결승경기가 치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수영 8관왕에 빛나는 마이클 펠프스와 박태환이 맞붙은 자유형 200M 경기는 화요일 오전 11시에 열려 길거리 응원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축구 예선 탈락

길거리 응원은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시작됐다. 길거리 응원의 원조인 셈이다. 그런데 4강을 넘어 메달권 진입을 노리던 축구가 예상외로 1승1무1패로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의 8강 진출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결국 길거리 응원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청계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조민형(22)씨는 “온두라스와의 축구 예선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응원을 하러 나오지 않았다”며 “축구 없는 길거리 응원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야구가 7전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해 내일 준결승이 남아있어 마지막 길거리 응원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촛불 후유증

3달 째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켰던 촛불이 길거리 응원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 7일 길거리 응원이 촛불집회로 변질될 경우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시민들로서는 길거리 응원을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촛불집회로 인한 피로감이 당분간 광장에 나오는 것을 꺼리게 하는 면도 있다. 대학생 유선영(24· 여)씨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길막히고 복잡할까봐 길거리 응원을 꺼려하고 있다”며 “새벽 2시에도 길거리 응원을 했던 지난 독일 월드컵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는 "촛불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길거리 응원은 특정 종목에 한정된 응원이었다"며 "올림픽 종목이 다양하다 보니 아무래도 거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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