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잃고 '작가' 별명 얻는 블론세이브

조철희 기자 / 입력 : 2008.08.21 07:00 / 조회 : 1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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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세이브로 구설수에 오른 한기주, 임경완, 김병현(사진왼쪽부터)


20일 네덜란드전 콜드게임 승으로 예선를 마무리한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은 매경기마다 스릴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다. 7경기 중 4경기가 1점차 승리였고 6경기가 3점차 이내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박빙 상황에 여러차례 등판해 실점한 한기주는 '한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내 야구팬들은 몇몇 마무리투수에게 '작가'라는 별명을 붙였다. 마치 소설을 쓰듯이 승부를 극적으로 뒤집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 역전을 허용하는 투수들만 얻는 별칭이기에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원조 '작가'는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임경완이다. 임경완은 이번 시즌 마무리투수로 수차례 등판했지만 5번의 블론세이브(blown save)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의 정재훈도 올시즌 4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정작가'로 불리고 있다. LG의 우규민도 작가 별명을 얻은 선수다.

블론세이브는 세이브의 요건이 되는 상황에 등판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3점차의 리드상황에서 등판한 투수가 1회 이상 투구해 승리를 지키면 세이브로 기록된다.

불안한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무리투수는 '특급소방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감독과 팀동료들은 물론 팬들 역시 이 투수가 끝까지 승리를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마무리투수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고 따라서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과 배짱이 필요하다.


잘 던질 때도 있고 못던질 때도 있는 것이 투수지만 승리를 지켜주리라 철썩같이 믿고 있는 팬들에게 마무리투수의 블론세이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상습적으로 블론세이브를 올리는 투수는 팬들의 집중관리 대상이다. 투수들의 블론세이브 순위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웃음거리가 된다.

반대로 '수호신'처럼 승리를 지켜주는 투수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된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마무리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임창용은 팀팬들로부터 '수호신'이라 불리고 있다.

국내팬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블론세이브의 주인공은 김병현이다. 지난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김병현은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경기에 등판했다.

김병현은 많은 국민들의 응원 속에서 월드시리즈 4차전에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3타자 연속 삼진을 올리는 등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던 김병현은 9회 2사, 승리를 위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상황에서 뉴욕양키즈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투런 동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리고 연장에 들어가서도 데릭 지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끝내 승부를 패배로 뒤집었다.

김병현은 이튿날 열린 5차전에서도 9회말 2사에 또 동점 홈런을 맞고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전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김병현이 쓴 두차례의 블론세이브 스토리는 국내팬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큰 경기에서 승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기주에게 실망한 네티즌들은 "한기주 주연 MBC 시트콤 '거침없이 블론질', KBS 스페셜드라마 '미안하다 홈런이다'"와 같은 우스갯소리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기주 관련뉴스에는 많은 악성댓글들이 달리며 앞으로 남은 대표팀의 준결승, 결승 경기에 등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다.

그러나 아직 어리고 향후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선수의 일시적 부진에 지나친 반응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한 네티즌은 "한기주가 살아나길 바라는 것은 김경문 감독이 아니다"며 "지금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 남은 경기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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