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경기력 향상', 네가 하면 '역적'?

조철희 기자 / 입력 : 2008.08.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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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배구스타로 베이징올림픽에 미국 여자배구대표팀 코치로 참가한 링핑. <사진=베이징올림픽 공식홈페이지>


2008베이징올림픽 주최국 중국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줄곧 종합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20일 오후 현재 금메달 43개를 획득하며 2004아테네올림픽의 32개를 넘어섰고 이번 대회 목표인 금메달 40개도 뛰어넘었다.

이같은 성적향상의 이유는 주최국 프리미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외국인 지도자들의 도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추이다린 중국선수단 부단장은 최근 "외국인 지도자들이 도입한 새로운 훈련기법이 중국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 부분을 인정했다.


지난 14일 여자 수영 접영 2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류쯔거는 호주 출신의 유명 수영코치 켄 우드가 지도했다. 남자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에 이어 은메달을 따낸 장린은 그랜트 해켓의 옛 스승 데니스 코터렐(호주)이 코치를 맡았다.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한국의 박성현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장쥐안쥐안은 한국 출신 양창훈 코치가 지도했다.

이밖에도 외국인 코치가 지도하는 펜싱, 여자 핸드볼 등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남녀농구와 남녀하키도 외국인들이 코치를 맡고 있다. 모두 16개 국가에서 온 38명의 외국인 코치들이 17개 종목에서 중국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중국 국민들은 외국인 코치 덕분에 성적향상의 단맛을 봤지만 반대로 자국의 유명 스포츠 스타가 외국팀 코치로 활약하는 것은 못마땅해 했다.


중국의 배구스타 랑핑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 여자배구 대표팀 코치로 조국을 찾았다. 대회 초반에는 중국인들의 환영과 응원을 받았지만 지난 15일 중국-미국 여자배구 경기에서 미국이 승리하자 비난을 샀다.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역적' 논란이 일었고, 한 유명인사는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랑핑을 비롯해 다른 외국팀 중국인 코치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중국에서는 이들이 중국의 스포츠 성장을 위협한다고 받아들인다.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이전부터 이들을 '해외병단(海外兵團)'이라 부르며 거세게 비난해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들이 중국 스포츠의 비법을 팔아넘겨 탁구, 체조, 배드민턴 등의 아성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물론 '해외병단'을 대하는 중국 국민들의 태도가 많이 변했다는 평가도 있다. '해외병단'에 대해 비난일색만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중국 관영통신사 신화통신도 "스포츠의 종점이 민족주의여서는 안된다"며 "자신이 맡은 바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라고 보도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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