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탈 파문으로 본 미스코리아

박종진 기자 / 입력 : 2008.08.20 19:03 / 조회 : 9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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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미스코리아 미 한국일보에 선발될 당시의 김희경 ⓒ홍봉진 기자


잊을만하니 또 터졌다. 1990년대 뇌물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미스코리아 대회는 여성계의 안티미스코리아 운동에 밀려 2002년부터 지상파TV 중계에서 사라지고 톱스타도 안 나오면서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2명의 미스코리아가 각각 낙태 파문과 성인화보 논란에 휩싸여 다시 화제가 됐다. 주최측은 이들의 미스코리아 자격을 박탈했다.

◆"도대체 기준이 뭐야?"

미스코리아를 둘러싼 모호한 기준과 규정이 문제다. 93년 서정민(1990, 진) 등의 뇌물 파문으로 주최측 관계자 구속, 98년 컴퓨터 채점오류 등은 지난 일로 치더라도 그 동안 선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성인화보를 찍으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 미스코리아가 되고 난 후에 누드집을 낸 성현아(1994, 미) 권민중(1996, 미스 한국일보) 함소원(1997, 미스 태평양), 정아름(2001, 미스 무크) 등이 제재를 받지 않은 것과도 형평성이 안 맞는다. 낙태 같은 개인 사생활도 어디까지를 규제할지 애매하다. 이러니 반발은 당연하다.

사실 미인대회의 핵심이라 할 '미(美)'의 기준부터 논란이다. 올해 미스코리아 '진' 나리(23)보다 '선'이나 '미'들이 더 예쁘다느니 하는 논쟁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아름다움 자체가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요소지만 일반인들이 두루 공감할 수 있도록 대회로서의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미인대회의 주요 평가 기준은 얼굴과 몸의 균형, 지성미다. 얼굴은 성형여부가, 몸의 균형에서는 키, 지성미는 평가방법이 각각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도 "성형수술 여부는 따로 제재 안 하면서 누드 찍었다고 뭐라고 하느냐"는 시민들의 비판이 많았다. "미스코리아 진의 키가 작다"는 지적도 거셌다.

지성미의 경우 94년 한성주(진,고려대출신) 이래 명문대 출신 미스코리아가 늘어나면서 보강됐다지만 학교 간판만으로 지성을 갖췄다 할 수는 없다. "아예 논술시험이라도 봐라", "평가하기도 애매한데 솔직하게 외모만 보고 뽑아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까닭이다.

◆미스코리아 되려면 돈돈돈..."아파트 팔았다"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강남의 특정 미용실 1~2곳이 사실상 미스코리아 대회를 휩쓴다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 21세기에만 20명의 미스코리아를 배출했다는 한 미용실은 등록비에 스킨케어, 메이크업, 성형 등 서울 대회 예선에 드는 기본 비용만 3000만원을 요구한다고 알려졌다.

한 출전자의 부모는 "몇 천 만원 정도 드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도 팔았다. 드레스 한벌 1시간 대여가 400~500만원, 머리와 메이크업 한번에 60~70만원 등 전부 돈이다"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본선대회에 딸이 진출했다는 어떤 부모는 2년 전 한 방송에서 "대회 준비에 모두 1억원을 썼다"고 털어놨다.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서정민의 부모도 검찰조사 결과 주최측에 건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승용차를 팔고 전세금을 빼다가 마침내 빚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코리아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환경을 지키며 어린이를 보살피는 한국의 대표사절'이라는 공식 정체성은 온통 돈으로 치장된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꼼꼼히 평가 받는 것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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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미스코리아 미 오스템임플란트에 선발될 당시의 김주연 ⓒ머니투데이


◆미인대회의 정체성...국제대회를 노린다면

때문에 미스코리아 대회뿐만 아니라 우후죽순 난무하는 미인대회가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고전적' 공격에도 의미를 찾으려면 목적성이 분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는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홍보하는 기회를 노린다면 그에 알맞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아담한 한국형과 훤칠한 국제대회용 미인선발을 구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미스재팬과 별도로 미스 유니버스에 나갈 대표를 따로 뽑는 일본의 경우 미스재팬인 코쿠보 리에(2006), 시리타 하사코(2007) 등은 귀엽고 동양적인 이미지를 내뿜는다.

2008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위원을 맡았던 유명 디자이너 박윤수씨는 "옷을 입혔을 때 가장 보기 좋은 키는 남자 185cm, 여자 178cm"라며 "적어도 국제대회를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 키는 170cm가 넘는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의 획일화를 피하면서도 미인대회의 효과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씨는 "결국 여러 가지 기준을 신중하고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미인대회 심사위원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스폰서가 많이 붙다 보니까 광고주처럼 비전문가가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보다는 전문모델,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등 미를 보는 시각을 갖춘 전문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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