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유남규 파란만장 '핑퐁인생', 베이징에 올인

추억의 스타 NOW-9

박종진 기자 / 입력 : 2008.07.28 17:22 / 조회 : 1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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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조양호 신임 대한탁구협회장 취임식에 나란히 참석한 현정화와 유남규


"내가 '현정화' 하면 현정화야"

영화 '넘버3'에서 송강호가 육상스타 임춘애를 현정화로 헷갈렸을 만큼 현정화(39)는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다. 유남규(40)는 날카로운 눈매와 강력한 스매싱으로 상대는 물론 팬들의 마음까지 압도했던 말 그대로 '탁구영웅'이었다.

이들이 돌아왔다. 유남규-현정화는 지난 13일 코치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해 말 천영석 당시 대한탁구협회 회장의 독단적 협회 운영에 반발해 남녀국가대표팀 감독자리에서 동반 사퇴한지 7개월 만이다.

특히 천영석 전 회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고 2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협회 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탁구 열기 회복에 안정적 지원도 마련됐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두 영웅이 지도자로서 빚어낼 명승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지도자 현정화는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두 아이의 엄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양영자-현정화' 여자 복식조가 금메달을 따낸 지 꼭 20년이다.

어린 나이에 영광을 맛 봤던 현정화는 다음 올림픽에서 시련을 겪었다. 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개인단식과 복식에서 동메달 2개를 땄다. 금메달과 동메달을 보는 세상의 시선 차이는 컸고 현정화는 라켓을 놓고 잠시 방황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정화는 오뚝한 자신의 코처럼 쓰러지지 않았다. 이듬해 열린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현정화는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탁구 개인단식 선수권자가 됐다. 화장품 광고 모델은 덤으로 얻은 선물이었다.

현정화는 정상에 섰을 때 현역을 떠났다. 94년 25살 젊은 나이로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거친 현정화는 유남규와 함께 코치로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녀 복식 금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유승민), 여자복식 은메달(이은실-석은미), 단식 동메달(김경아)을 일궜다.

2005년 5월 마침내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됐다가 이번 탁구협회 내홍으로 사퇴, 복귀를 겪게 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개인단식 우승에 빛나는 '핑퐁황제' 유남규도 시련 속에 단련을 거듭해왔다.

1999년 은퇴 후 지도자로서도 탁월한 실력을 보였던 유남규는 지난해 11월 소속팀인 농심삼다수로부터 전격 해임됐다. 이재화 농심삼다수 총감독과 불화 때문. 당시 유남규를 따르던 삼다수 선수 4명이 집단 반발, 팀을 이탈하는 등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유남규는 사태 직후인 2007년 12월1일 7살 연하의 금강제화 디자이너였던 윤영실씨(33)와 결혼하며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같은 달 결국 현정화와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동반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탁구협회 내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달 26일 서울 팔레스 호텔 임시 대의원총회장에서는 친(親)회장파와 몸싸움 끝에 밀려 넘어지는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현정화-유남규', 돌아온 두 영웅에게 과거의 상처에 얽매일 시간은 없다. 베이징올림픽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남자 간판 유승민(삼성생명), 오상은(KT&G), 윤재영(상무)과 여자 에이스 김경아, 당예서(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 등 영웅에게 한 수 배워야 할 후배들이 많아 두 코치는 바쁘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탁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고 벼르는 현정화, 선수시절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느라 반바지가 아닌 긴 운동복만을 입었던 유남규다. 두 '악바리' 영웅이 보여줄 기쁨의 '쇼'는 아직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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