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고인마케팅'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8.04.20 16:01 / 조회 : 16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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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죽음은 해당 예술가의 작품 가치나 상품성을 높인다. 유명인의 죽음 혹은 죽은 유명인이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케이스가 드물지 않다.

지난 5일 사망한 미국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이 우리나라에 ‘벤허’(1959) 관람 붐을 불렀다. 1일부터 허리우드 극장이 클래식 전용관으로 재개관하면서 ‘벤허’를 상영,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영화관 김은주 대표는 “찰턴 헤스턴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를 추억하는 올드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러닝타임이 3시간30분인 대작이라 하루 2번 밖에 상영하지 못하지만 그를 기리는 이들이 지방에서까지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극장은 '벤허'를 다음달 초까지 계속 걸 예정이다.

5년전 만우절, 거짓말처럼 자살한 홍콩스타 장궈룽(장국영)도 극장가에서 부활했다. 1일부터 서울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CGV압구정 등 2곳에서 재개봉한 ‘아비정전’(1990)이 좌석 점유율 90%를 기록 중이다. 서울 씨너스 이수점에서 재상영에 들어간 장궈룽의 또 다른 영화 ‘해피투게더’(1997)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1월 약물과용으로 급사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스타 히스 레저도 이같은 ‘망자 마케팅’의 대상이 됐다. 영화배급사 스폰지는 레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유작 ‘아임 낫 데어’가 3월 국내 개봉된다고 홍보했다. 2년 전 촬영된 ‘캔디’도 17일 뒤늦게 한국에서 개봉했다. 극중 마약중독자 연기가 생전의 모습과 연결된다는 이유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성공했다.

돌아올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슬픔이 팬들을 움직인다.

가장 상업적인 영상물인 CF(커머셜 필름)에서도 고인 마케팅이 한창이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코미디언 이주일이 TV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 이주일은 흥국쌍용화재 광고에 각각 등장해 시청자의 이목을 붙든다.

이들의 모습은 추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동시에 생전에 검증받은 위엄과 권위를 '모델'이 된 회사와 제품으로 고스란히 이입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기업의 정통성과 상품의 영원성을 숨어서 강조한다. 톱모델에게 돌아갈 거액의 개런티도 굳었다. 광고모델로 기용한 스타 연예인이 사건사고의 장본인이 되면서 덩달아 자사 이미지까지 훼손 당하는 '만약의 경우'에서도 자유롭다. 일거양득이 따로 없다.

KTF 쇼 광고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하나금융그룹이 역시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을 모델로 쓴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 가능하다. 창업자 유일한 회장을 앞세운 유한양행 CF, 발명가의 대명사 격인 토머스 에디슨을 끌어들인 삼성그룹 CF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새삼스러운 트렌드다. 죽어서 남기는 '이름'의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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