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아줌마의 시대가 온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설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본다. 하지만 오른 물가에 빠듯한 생활비는 한숨만 커지게 한다.


힘겹게 차례상을 준비하고 아침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부엌으로 향해 '대규모' 설겆이에 팔을 걷어부친다. 좀 쉬어볼까 하면 들이닥치는 세배객들. 대체 명절이라고 쉴 틈이 없다.

연휴가 지나면 틀림없이 몸 이곳저곳 쑤시고 결리지 않는 데가 없을 터이다.

설 연휴를 맞는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의 모습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 '아줌마'들이 없다면 세상은 엉망진창일 게다. 이들의 노력과 희생 위에서 남편과 자식들은 편히 산다.


세상은 이들에게 이제 온전한 세상을 돌려주어야 한다. 비록 그런 바람직한 현실을 아닐지언정, 스크린과 TV는 이미 아줌마들에게 그 온전한 세상을 돌려주고 있다.

최근 흥행하고 있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비롯해 올해 상반기에 개봉하는 '걸스카우트',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주말극 '천하일색 박정금' 등은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천하일색 박정금'

이 무대 위에서 아줌마들은 세상과 맞서며 마땅히 누려야 할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한다. 그리고 세상은 결국 이들에게 굴복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투혼을 그린 이야기로 당시 대표팀 선수였던 임오경, 오성옥 등 '아줌마' 선수들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고 있다.

김정은과 문소리, 김지영 등이 이들을 모델로 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중장년층 관객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화 '걸스카우트'는 곗돈을 떼인 30, 40대, 60대 아줌마들이 동네 20대 처녀와 함께 이를 찾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다. 김선아, 나문희, 이경실 그리고 김은주가 주연하는 영화는 곗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돈에 쪼들리며 살아가는 숱한 일상의 이야기를 좇는다.

MBC 주말극 '천하일색 박정금'은 '아줌마 형사'의 좌충우돌 해프닝과 가족의 이야기. 강력반 형사인 박정금(배종옥)이 범인을 쫓으면서도 아들 학원비 걱정에 살림살이에 짓눌리는 일상을 경쾌하게 그린다. 경찰관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성실히 다하는 다소 터프한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와서는 어쩔 수 없는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이겨내는, 보통 아줌마들의 한 모습이 된다.

이처럼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걸스카우트'

예쁘고 아름다우며 그래서 더욱 청순가련한 여느 여주인공에 비하면 이들의 모습은 화려하지 않다. 또 멋을 부리고 꾸미기는커녕 그럴 시간 조차 없이 일상과 삶과 세상살이에 쫓기며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가족과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줄 아는 이들의 힘은 더 큰 울림을 준다. 또 그래서 이들은 이제 당당히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사실적으로 관객과 시청자에게 다가온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가족 단위 관객의 인기를 모으며 관객 315만명을 돌파하며 설 연휴 시즌에도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은 "'나'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정직하다고 믿는다"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을 그리려 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고 말했다.

'천하일색 박정금'의 제작진 역시 "수다스럽고 억척스러우며 적당히 능글맞고 때로는 뻔뻔한 아줌마 형사의 애환과 활약상을 생활감 있게 그린다"고 밝혔다.

"생활감"은 바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겠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보잘 것 없지만 비굴하지 않은" 이들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곧 아줌마는 또 다른 여성의 이름인 셈이며 세상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주체인 셈이다. 또 그들은 우리의 어머니이며 아내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이를 드러내는 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