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있는 영화가 쏟아진다.. 왜?

윤여수 기자 / 입력 : 2008.02.0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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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지난 1월 말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2007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눈에 띈다.

영진위는 지난해 전체 영화 흥행 톱10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휴가', 실화를 소재로 한 '그놈 목소리',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녀는 괴로워', '식객' 등이 오리지널 시나리오 영화보다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

이어 영진위는 "2006년에도 '왕의 남자'(연극), '타짜'(만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소설) 등 서사구조를 지닌 타 장르의 작품을 영화화했을 때 관객 반응이 좋았다는 점을 볼 때 향후 소설, 연극, 만화 등 연관 장르와의 연계 효과를 극대화하는 협력 모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 어떤 영화가 있나


이 같은 상황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팀의 투혼을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315만 관객을 돌파했고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월31일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더 게임'은 일본만화 '체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28일 개봉을 앞둔 '바보'는 강풀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역시 강풀의 원작만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순정만화'가 현재 촬영 중이며 그의 작품 '아파트'는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 또 '26년' 역시 현재 영화 제작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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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이와 함께 오는 10일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하는 '아내가 결혼했다'가 촬영을 시작한다. 만화 '식객'과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식객2'도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김훈 소설 '현의 노래'도 안성기 주연의 블록버스터로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일본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대거 등장했고 또 나올 전망이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의 만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5편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6년에는 3편, 지난해에는 7편이 개봉했다. 현재 제작 중인 영화도 많다.

이처럼 만화와 소설 등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는 꾸준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 같은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원작의 인기를 스크린으로

충무로 관계자들은 우선 "대부분 대중에게 알려진 원천 콘텐츠를 영화화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영화 '바보'의 홍보사 하늘측은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이를 영화화한 작품도 화제가 되곤 한다"고 말한다. 이는 또 "원작의 인기가 높다는 것은 이미 해당 작품이 대중으로부터 검증을 받았다는 것이며 이는 곧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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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과 김주혁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제작사 주피터필름 김주희 이사는 좀 더 분석적인 시각을 던져준다.

김 이사는 "이른바 '미드'나 '일드', 일본 만화 등에 익숙한 젊은층이 요구하는 욕구가 그 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곧, 이 같은 문화 생산물들이 젊은층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즐기는 젊은층이 문화소비층의 주체로 떠오른 지 오래이며 이들의 취향과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 영화는 물론 여타의 문화상품은 결코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 상상력을 풀어헤쳐라

하지만 과거 이 같은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것은 또 왜일까.

김주희 이사는 "특히 소설의 경우 독자는 상상하면서 읽는다. 하지만 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했을 경우 독자의 상상력에 영화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면 외면받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의 테크놀로지의 발전도 이 같은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됐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제작사가 이미 2000년께 일본만화 원작의 판권을 구매했다.

물론 캐스팅과 제작비 투자 등 여러 여건이 영화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했지만 영화적 기술력이 없었다면 영화화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주연배우 김아중을 100kg이 넘는 '뚱녀'로 변신하게 하는 분장의 기술이 없었다면 말이다.

김주희 이사는 또 "배우들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과 연기의 스펙트럼 또한 예전보다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 한국영화의 위기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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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하지만 충무로 한 켠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 준비 중인 한 영화제작자는 "요즘 만화나 소설 판권료가 평균 2000만원에서 5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최근 2~3년 전부터 치솟기 시작한 판권료는 곧 "이야기의 시대에 소재가 그 만큼 제한되어 있다는 반증이다"고 이 제작자는 설명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김주희 이사는 "창의력의 부재라고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최장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하기까지 이를 경제적으로 보장해줄 만한 자본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 분위기가 위축된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이 같은 상황은 창작 시나리오를 기다리기보다 이미 "검증받고" 이야기 구성이 완벽한 원작을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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