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는 '시어머니 전성시대!'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7.11.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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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가 인기라지만 공중파 3사 드라마를 찬찬히 뜯어보면 진정 전성시대를 맞은 것은 며느리들이 아니다. 젊은 며느리들과 호흡을 맞춘 깐깐한 시어머니들이 인기를 독차지하다시피 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중이다. 이른바 '시어머니 전성시대'가 열렸다.

'며느리 전성시대'에는 제목답게 며느리이자 시어머니 2명이 나란히 등장한다. 신세대 며느리 이수경의 매력도 톡톡 튀지만 시청자의 배꼽을 잡고 눈물을 빼는 것은 며느리(이수경)와 시어머니(김을동) 사이에서 끼인 시어머니 윤여정이다. 며느리에게는 아들의 월급통장을 넘겨주고, 깐깐한 시어머니 김을동으로부터는 별다른 실권을 넘겨받지 못해 안절부절. 드라마는 때로 진지하지만 대개 즐겁고 코믹한 분위기로 이 시어머니 겸 며느리의 애환을 풀어내고 있다.


주간시청률 1위를 기록중인 KBS 1TV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의 인기 역시 무서운 시어머니 김영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김영옥은 현재 젊은 시절 결혼을 반대했던 김해숙이 결국 아들과 재가하자 극심한 시집살이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SBS '황금신부'의 견미리 역시 교양있지만 찬바람 쌩쌩 부는 시어머니로 '양파지영' 최여진을 옥죄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시어머니상이라며 비난받는 TV 속 시어머니들도 있다. SBS 주말극 '조강지처클럽' 속 시어머니 김해숙은 바람나 폭력까지 행사하는 아들 편을 들며 며느리 속을 뒤집어 놓는다. MBC '겨울새'의 박원숙은 아들의 결혼은 물론 부부생활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며 극단적인 성격 파탄의 모습까지 그려내고 있다.

사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의 인수대비 전인화는 아들 성종에게 무섭도록 집착하며 왕후 간택에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후에 폐비윤씨가 되는 소화 구혜선이 왕후에 오르지만 이후 인수대비의 압박은 역사서가 전하는 대로다.


드라마 속 시어머니 캐릭터들의 부상을 보는 우려섞인 시각도 있다. 머지않아 1인가구와 2인가구가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가족 형태가 변화하고 있지만 드라마 속 가족은 현 시대와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를 쥐잡듯 하거나 파워싸움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변화한 가족 내 여성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어머니상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표독한 시어머니', '시대에 역행하는 시어머니'라며 비난에 휩싸일지언정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 대한 찬사는 계속되고 있다. 코미디와 호러를 오간다는 평가를 받는 '겨울새'의 박원숙은 "당신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열띤 반응을 얻을 정도다.

이밖에 윤여정, 김영옥, 김해숙, 견미리 등 연기파들이 이들 시어머니군에 대거 포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억지섞인 캐릭터를 호소감있게 그려내려면 그만큼의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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