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배경, 방송사는 되고 영화사는 안된다?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11.01 18:29 / 조회 : 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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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방송사 드라마'로 꼽히는 MBC '이브의 모든 것'(왼쪽)과 SBS '하늘이시여'


'방송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잘되고, 영화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안돼.'


방송가의 통설이다. 지금까지 방송계를 주무대로 한 드라마들은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화제가 됐던 반면, 영화사가 나오는 드라마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탓이다.

방송사 입사가 '고시'에 비견될 정도로 선망이 된 1990년대 들어 등장한 'PD되기' 드라마 MBC 'TV시티'(1995)가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방송사 소품보조원(권오중)이 온갖 고생을 해가며 지상파 방송사 PD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MC 등 방송사에서 일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이후 야심찬 방송사 기자(김혜수)가 등장하는 MBC '사과꽃향기'(1996), 케이블TV 방송사를 배경으로 한 MBC '신데렐라'(1997) 등이 화제작으로 부상하며 이 같은 속설을 더욱 굳혔다.

2000년대 들어서도 '방송사 드라마'를 끊임없는 인기를 이어갔다. '이브의 모든 것'(2000)은 간판 앵커우먼의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치는 두 아나운서(채림, 김소연)의 사랑과 우정을 그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방송사 여기자(명세빈)의 좌충우돌 취재기와 연애기를 담은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2004), 방송사 분장사(윤정희)와 방송기자(구왕모), 아나운서(왕빛나), 톱탤런트(조연우) 등의 얽히고 설킨 러브라인을 담은 SBS '하늘이시여'(2006) 등 '방송사 드라마'는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신데렐라'는 48.0%, '이브의 모든 것'은 48.3%이라는 높은 시청률로, 시청률 집계가 공식화 된후 역대 50위권에 드는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기록된다.

반면 영화계나 영화사를 주요 무대로 선택한 드라마들은 연신 쓴잔을 들이켰다. SBS '순자'(2001), '스크린'(2003), '사랑하는 사람아'(2006), MBC '가을에 만난 남자'(2001), '사랑한다 말해줘'(2004) 등이 모두 '영화사 드라마'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시골 순대국집 딸이 톱배우가 되기 까지 영화계의 이면을 그린 '순자'는 주연 이지현의 미숙한 연기력으로 질타를 받았다. 이승렬 PD가 영화계 버전 'TV시티'를 노린 '스크린'은 조기종영이라는 불운을 맞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배경으로 영화감독 아버지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여주인공 김태희도 드라마 데뷔작에서 실패를 맛봤다.

영화사를 배경으로 시나리오 작가(한은정), 기획자(김동완), 영화감독 겸 본부장(조동혁) 등의 배신과 사랑을 그린 '사랑하는 사람아'도 높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한자리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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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영화사 드라마'로 꼽히는 SBS '스크린'(왼쪽)과 MBC '사랑한다 말해줘'


이창순 PD나 오종록 PD 등 손꼽히는 스타 연출자들도 '영화사 드라마'에서는 유독 고전했다. '애인'의 이창순 PD는 '가을에 만난 남자'에서 영화사를 배경으로 미술감독 이혼남(박상원)과 기획실장 이혼녀(이승연)의 사랑을 다뤘지만, 전작과 같은 호응은 없었다.

역시 영화 제작사 대표(염정아)와 남매처럼 자란 신입사원들(김래원, 윤소이) 사이의 치명적 사랑을 그린 '사랑한다 말해줘'도 오종록 PD와 출연배우들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물론 '예외없는 법칙없다'고 SBS '101번째 프러포즈'(2006)와 '그 여름의 태풍'(2005)처럼 이례적인 경우도 있다. '101번째 프러포즈'는 일본 원작을 방송사를 배경으로 각색, 아나운서(박선영)와 방송사 소품담당(이문식)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지만 국민드라마로 불린 동시간대 MBC '주몽'에 짓밟혔다.

그러나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 영화계 스타가 되는 이복 자매(정다빈, 한예슬)를 중심으로 영화사 대표, 제작자, 투자자, 영화감독 등을 등장시킨 '그 여름의 태풍'은 20~25%의 안정적 시청률로 연장방송되기도 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이같은 추세에 대해 "방송사의 경우 몸담고 있는 기획자나 프로듀서, 방송작가들이 익숙한 공간임으로 리얼하게 묘사된다. 영화사의 경우 경험하지 않았던 공간이므로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그려져 공감을 얻지 못하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내년 2월 새로운 '방송사 드라마'가 선보일 예정이라 승전보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연인' 시리즈를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가 손잡고 드라마 작가, PD, 탤런트, 외주제작사 사장 등을 주인공으로 드라마 제작기를 다룬 SBS '온 에어'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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