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 "서태지로부터 독립, 소속사 이전일 뿐"

2년 만에 3집 'Healing Process' 발표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6.11.02 10:08 / 조회 : 6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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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넬. ⓒ<홍기원 인턴기자 xanadu@>


사랑은 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그 달콤쌉싸름한 오묘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듯이 아픔도 마찬가지다. 아파본 사람만이 서로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아픔을 안다. 2년 여 만에 돌아온 넬(Lell)의 3집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흐른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넬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탓이리라.

그래서일까. 넬의 3집은 꼭 사람들에게 ‘나도 알아, 네 아픔이 뭔지. 내가 어루만져 줄께’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3집 타이틀이 ‘Healing Process’가 된 이유다.

“기쁘면 기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우리 이제 그만 솔직해져요.”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은 하나, 둘 ‘웃음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힘들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늘 웃는 척을 한다. 그것도 과장된 환한 웃음을. 넬은 그냥 솔직하고 싶었단다.

“슬픈 감정을 기쁨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며 멤버들 각자에게 또 넬에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사실 영화나 드라마야 여러 가지 설정을 통해 연기를 할 수 있지만, 음악은 우리를 표현하는 거니까. 음악이 바로 우리 감정인데 어떻게 속일 수 있겠어요. 슬프면 슬픈데로 솔직한 감정을 담았죠.”

넬은 말을 아꼈지만 이 앨범을 준비하며 개인적으로든 일적으로든 많은 고충이 있음을 내비쳤다. 아픔은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그냥 묻어나는 법이다. 넬은 3집에 그간 힘들고 아팠던 많은 것들을 그대로 담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큰 위안을 얻었다. 한 마디로 넬에게 3집은 자기치유의 과정이었다.

덕분에 타이틀은 저절로 ‘Healing Process’가 됐고, 넬은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도 이 음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기 바란다. 처절한 슬픔조차 절제할 줄 아는 넬의 음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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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넬. ⓒ<홍기원 인턴기자 xanadu@>


“깨지는 비결이 궁금하다!”

상처 치유와 함께 3집은 넬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로 서태지 컴퍼니라는 큰 테두리에서의 독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넬은 그동안 소속돼 있던 서태지컴퍼니의 록음악 전문 레이블 ‘괴수 인디진 레이블’에서 나와 에픽하이가 소속돼 있는 울림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소속사 이전이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다만 이제 계약기간도 끝났고, 무엇보다 서태지컴퍼니 괴수 인디진 레이블에서 인디 록밴드를 대중에게 소개해주는 의미로 나왔던 거니까.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고, 스스로 설 때가 온 거죠.”

넬은 여느 가수처럼 소속사를 옮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태지컴퍼니 괴수 인디진 레이블은 넬을 성장시켰던 것처럼 또 다른 인디밴드를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힘든 결정의 과정을 통해 넬은 더욱 성장했다. 특히 멤버들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그룹이었다면 서로 싫어하는 사람도 생기고 불협화음이 만들어졌겠죠. 그런데 우리는 초중고 시절부터 친구였고, 우리끼리 마음 맞아 음악을 시작했어요.”

넬이 2001년 데뷔 이래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넬은 “깨지는 비결이 궁금하다”며 “어떻게 하면 깨질 수 있죠”라고 농담까지 던지며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동네 친구들끼리 음악을 하다 데뷔까지 했고, 이제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해요. 시작할 때만해도 어린 놈들끼리 돈도 안돼는 음악한다고 반대도 많았는데... 이젠 다들 우리를 부러워해요. 좋아하는 음악하며 즐겁게 사니까.”

물론 현실은 현실이다. 그래도 넬은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돼 너무 좋다”며 “늘 지금 같은 모습으로 한 명의 팬이라도 사랑해준다면 음악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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