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앵커 "전투기타보니 애낳는 기분이랄까..."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4.12.29 15:24 / 조회 :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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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애를 낳을 때의 기분이랄까요. 애를 낳으려면 정신을 잃지 않고 이걸 견뎌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29일 정오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난 KBS 뉴스9 정세진 앵커는 전투기 탑승 전 테스트와 탑승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2005년 1월 1일 KBS 뉴스9 오프닝은 이례적으로 KF-16 전투기 상에서 이루어진다. 지난 22일 고도의 항공생리훈련을 마치고 28일 공동앵커를 맡고 있는 홍기섭 앵커와 전투기에 탑승, 1시간 45분간 녹화를 마친 정 앵커는 화면에서 보이던 차분한 모습과는 달리 어린아이처럼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던 홍기섭 앵커가 "아직도 흥분되지 않아?"라고 물으면서 "홍앵커님, 너무 좋아요, 제가 이런 걸 언제 또 타보겠어요"라고 정앵커가 전투기 안에서 하이톤의 목소리로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게 된다고 귀띔한다.

그래도 정앵커는 "뉴스 진행시 중립적인 자세와 달리 평소 쓰는 개인적인 말투가 마구 흘러나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조금은 우려가 된다"면서도 바로 어제 있었던 새로운 경험의 감동을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전투기에서 내려다 보는 대한민국 산하는 마치 생떽쥐베리의 '야간비행'에서 나오는 묘사와 같이 너무 고요하고 아름다웠다"는 것이 첫 느낌.

이어 "1만 피트 상공에서 보는 대한민국 국토는 너무 작아서 자연을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났다", "위에서 보니 사람들은 하나도 안보이는데, 난장판 국회에서의 다툼 같은 것이 다 부질없게 보이더라", "사명감을 가지고 국방의 의무를 열심히 지키는 전투기 조종사를 마주하니 그동안 말만 앞서 갔던 것 아닌가 반성도 했다"는 등의 깨우침을 밝혔다.

또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 아니냐고 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며 "전달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고공비행은 힘들었다. "20, 30분 간격으로 몰려오는 구토물을 삼키고, 또 삼키고 하면서 방송을 했다"며 다리사이에 있는 비상탈출할 때 쓰는 낙하산 줄에 들고 있던 캠코더 선이 얼켰던 급박했던 순간도 털어놓았다. 여차하면 1만 피트 상공에서 전투기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도 있는 상황.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고 정신이 혼미해지다 보니 무의식 중에 자꾸 손이 가운데로 쳐지는 것을 막는 것도 고난이었다.

더불어 전투기 탑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항공생리훈련 당시의 힘든 점들도 털어놓았다.

정앵커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경험을 했고, 고강도의 테스트를 견뎌냈다는 점이 뿌듯하게 다가온다"며 "초죽음이 될 정도로 힘들어 그거 탈려고 '발악'을 했다"고 슬쩍 덧붙인다.

낙하산 훈련을 포함한 비상 탈출 훈련과 비행 착각 훈련, 저압실 훈련, 가속도 훈련 등을 모두 패스하는 이는 일반인들 중 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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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속도 훈련은 중력의 6배가 넘는 상태에서 30초 동안 의식을 잃지 않고 견뎌야 하는 훈련으로, 4배 정도의 중력을 가하면 웬만한 남자들은 기절한다는 데도 정앵커는 버텨내 '무쇠체력'과 '깡다구'를 증명했다. 실제로 동참했던 남자 카메라 기자 한명은 정신을 잃어 동승하지 못했다. 평소 농구, 핸드볼, 수영 등을 즐겨왔고 특히 요가로 체력단련을 했다는 것이 정앵커의 비결.

게다가 테스트를 받을 때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은 다반사다. "몇 년 전 모 여자 앵커는 망가진 얼굴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면서 테스트를 거부했다"며 정앵커는 "얼굴에 모두 주름이 가서 할머니 같은 얼굴이 되었음은 물론 애낳을 때 처럼 마구마구 발버둥치는 모습까지 다 드러났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우리나라 여성 전투 비행기 조종사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KF-16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F-5 전투기를 조종한다. 정앵커는 KF-16기를 탑승한 국내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도 하나 갖게 됐다.

KBS 뉴스9는 원단 뉴스를 '신년특집- 광복 60년 다시 뛰는 한국인'으로 꾸미고, 두 앵커가 충청남도 서산에 위치한 공군 비행장을 이륙해 서해대교와 울산공단, 동해 가스유전, 포항공단, 태백산맥을 거쳐 독립기념관 상공을 마지막으로 보여준 뒤 충청남도 천안 독립기념관 정 현관 앞 광장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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