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현장]썰렁한 칸 마켓..韓영화는 '훨훨'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15 07:00 / 조회 : 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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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칸 필름마켓 부스 모습 / 사진=김현록 기자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첫 주말을 마친 칸 필름마켓 또한 막바지 딜을 타진하고 계약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넷플릭스의 불참, 대형 기획들의 부재 속에 세일즈사, 영화수입사들 사이에서도 "마켓이 눈에 띄게 썰렁해졌다", "마켓을 방문하는 사람들 자체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형편이지만, 한국영화는 그 사이에서도 각국 바이어들의 시선을 붙들며 저력을 재확인하고 있다.


◆눈에 띄는 할리우드 프로젝트? '글쎄요'

마켓에 진출한 할리우드 대형 기획들이 일단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여성'이란 화두를 내세운 칸영화제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사이먼 킨버그 감독의 7500만 달러짜리 스파이 영화 '355'는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프로젝트다. 제시카 차스테인, 페넬로페 크루즈, 판빙빙, 마리옹 코띠아르, 루피타 뇽 등 인종적 다양성을 갖춘 5명의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들 다섯 배우가 칸의 호화호텔 마제스틱 호텔에서 진행된 세일즈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해 작품을 소개했고, 행사장엔 300명 넘는 바이어들이 몰려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셀마 헤이엑이 추가로 캐스팅돼 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과 호흡을 맞추는 '킬러의 보디가드' 속편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라이온스 게이트가 고전 소설을 각색한 판타지 무비 '더 킹킬러 크로니클' 등이 화제작으로 꼽힌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화제작이 크게 줄었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큰 손이 움직일만한 작품이 적다"고 평했다. 여러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칸 대신 토론토나 AFM(아메리칸 필름 마켓)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진데다, 넷플릭스가 유명 감독들을 선점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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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 71회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 앞에 설치된 '버닝'의 포스터 /사진=스타뉴스



◆그래도..韓영화는 뜨거워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한국영화를 찾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경쟁부문 초청작인 '버닝'과 '공작'은 마켓에서도 강세였다.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에 따르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공개도 되기 전 아시아 8개국에 선판매됐다. 마켓 스크리닝도 이뤄지기 전 판매가 성사된 것. 일본도 본 상영에 앞서 사전 구매를 위해 문의가 이어지고, 독일 영국 스페인 남미 이탈리아 등 각국의 바이어들이 '버닝'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8년 만에 신작을 낸 이창동 감독에 대한 신뢰, 배우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버닝'이 이번 칸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전할 경우 해외 판매는 더욱 이어질 전망이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공작'은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을 담은 스파이무비로 주목받았다. 윤종빈 감독과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조진웅 등 묵직한 배우군단이 뭉친 화제작이 칸 마켓에서도 주목받는 셈이다. CJ 엔터테인먼트 해외팀 관계자는 "북한이 아닌 남한의 스파이가 등장하는데다 '무조건 나쁜 북한'을 탈피한 점, 각자의 조국에 대한 헌신 등을 신선하게 봐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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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물괴' 스틸컷


◆믿고 보는 韓장르물 '강세'

이미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한국 장르물이 특히 강세다. "한국의 장르물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믿음이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는 한국이 제일 잘 만든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라고. 조선 몬스터 무비 '물괴'는 칸 필름마켓이 시작되자마자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국가를 비롯해 독일, 호주, 스위스 등에도 판매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정우 이선균의 'PMC' 또한 주목받는 기획이다. 밀리터리 액션 장르인데다 영어 대사가 절반 이상이다 보니 바이어들의 관심 수준이 남다르다. "해외 시장에서라면 영어 대사로 작품이 이뤄졌다는 점 자체 대문에 가치 평가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성공한 프랜차이즈인데다, 이광수라는 아시아 프린스가 힘을 더한 코믹 추리극 '탐정:리턴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쇼박스의 '돈', '암수살인'도 한국형 장르영화로 바이어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어느덧 한국 대표 액션스타로 자리잡은 마동석의 영화 '성난 황소'또한 바이어들을 모으고 있다. 올해 칸 필름마켓에 '데뷔'한 콘텐츠판다의 범죄극 '독전'은 마켓 시사장이 만석이 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고, 이성민 주연의 스릴러 '목격자' 또한 바이어들의 관심이 컸다. 선판매 단계에서 리메이크 제안이 나올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M라인이 세일즈하는 공포물 '속닥속닥', 겨울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은 이례적으로 배우도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바이어들을 모았다. 배 우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한 신선한 촬영기법이 선사하는 색다른 몰입감에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사극이지만 규모있는 액션물이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귀띔했다.

◆중국이 움직인다? 일제시대 시대극도 관심

일제시대 배경의 시대극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프리즌' 나현 감독이 연출하는 '더 밴드'(가제)는 칸 필름마켓에서 프로젝트를 소개하자마자 관심을 불러모았다. 한국 최초의 군악대를 만든 독일인 음악가 프란츠 에커트와 젊은 군악대원들의 이야기라는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중화권의 관심이 뜨겁다.

오는 6월 개봉을 앞둔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 또한 관심이 뜨거운 작품이다. 칸 마켓시사에 온 바이어와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모두 자리를 뜨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미로비젼 채희승 대표는 한한령 이후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던 중국 바이어들이 특히 이같은 시대극에 관심을 보인다며 "베를린 마켓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중국 바이어들이 홍콩 마겟에 이어 칸 필름마켓에서 확실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채 대표는 "지난해 '아이 캔 스피크'가 중국에서는 개봉하지 못했지만 중화권에서 성공을 거뒀다"며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작품들에 대한 중국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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