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다저스·컵스·내셔널스 'NL 3강'의 신통찮은 봄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4.17 09:22
  • 글자크기조절
image
클레이튼 커쇼./AFPBBNews=뉴스1


지난해 1승 때문에 29년 만의 월드시리즈 정상 등극이 좌절됐던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다저스에 고배를 마신 시카고 컵스, 그리고 그 컵스에 패해 NLCS 진출이 무산됐던 워싱턴 내셔널스 등 NL을 대표하는 3강이 약속이나 한 듯 출발이 신통치 못하다. 다저스는 5승9패의 성적으로 서부지구 선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승차가 벌써 5.5경기차까지 벌어진 채 조 꼴찌까지 떨어졌고 컵스와 워싱턴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각각 7승7패와 6승9패로 중부와 동부지구에서 3, 4위에 머물고 있다.

사실 NL뿐 아니라 AL도 프리시즌 지구별 우승후보들의 스타트가 그렇게 개운치도 못하다. 공포의 홈런포 군단을 구축한 뉴욕 양키스는 첫 14경기에서 반타작에 그치며 동부지구에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에 5.5경기차 뒤진 3위에 그치고 있으며 중부와 서부지구에서 나란히 절대강자로 꼽혔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도 각각 소속지구에서 2위로 밀린 상태다.


물론 이제 겨우 팀별로 많게는 17경기, 적게는 11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순위 걱정을 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일 것이다. 장장 6개월에 걸친 장거리 마라톤 레이스를 하다보면 결국은 제 실력대로 서열이 정리되게 되어있기에 지금 시점에서 순위를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것을 알면서도 ‘결국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여유만 부리는 것도 결코 현명한 일은 못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별 일 아니라고만 생각했다가 어느새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여름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월의 1승보다 9월의 1승이 가치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똑같은 1승이기에 초반에 너무 큰 차이가 벌어지면 아무리 강한 팀도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스탭이 꼬이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초반 NL 3강의 행보는 다소 불안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출발이 좋지 않기도 하지만 초반에 치고나온 팀들의 가세가 그리 쉽게 꺾일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출발 총성과 함께 앞으로 치고 나온 팀들이 뜨거운 여름을 넘길 때까지도 선두를 유지할 만한 지구력이 있을지, 아니면 조만간 모든 초반의 혼란이 정리되고 이들 강호들이 순위표 상단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지 궁금하다.


image
켄리 잰슨. /AFPBBNews=뉴스1


현재까지 스타트가 개운치 못한 우승후보들 가운데 가장 불안해 보이는 팀을 꼽으라면 다저스일 것이다. 시범경기 막판 3루수 저스틴 터너가 타구에 맞아 손목 골절상을 입고 시즌 개막을 부상자명단(DL)에서 맞게 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다저스가 이 정도로 고전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저스 라인업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최고인 104승을 올린 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고 그렇다고 라이벌들의 전력이 급격히 향상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초반 전혀 우승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투타의 엇박자가 너무 심하다. 개막 첫 4연전에서 투수진이 합계 2점만 내주고 타선은 총 14점을 뽑았지만 결과는 2승2패였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타선은 터지다가도 1점이 절실할 때가 되면 침묵을 지킨다. 또 타선이 좀 터진다 싶으면 이번엔 마운드가 무너진다. 전형적으로 잘 안 풀리는 팀의 모습이다.

타선에선 코리 시거, 크리스 테일러, 야시엘 푸이그 등 팀의 스파크플러그 역할을 해야 할 선수들이 모두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터너 대신 3루를 맡았던 로건 포사이드는 타율 0.174에 그치더니 아예 어깨통증으로 DL에 올랐다. 통증의 이유가 3루수비를 맡게 되면서 어깨에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저스는 트리플A에서 내야수 브레이빅 발레라를 불러올렸지만 3루수는 당분간 카일 파머나 키케 에르난데스가 맡게 될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타선에서 중량감이나 파괴감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투수진은 선발 알렉스 우드와 리치 힐, 그리고 마무리 켄리 잰슨이 모두 5점과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한 상태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변함없이 제 몫을 해주곤 했지만 그 역시 4경기에서 홈런 4방을 맞는 등 예전만큼 압도적으론 느껴지지 않는다. 불펜도 상당히 불안하다.

다저스는 지난해 첫 두 달 반 동안 52승9패로 출발했다. 올해는 같은 9패를 당하는 동안 승수가 5승뿐이다. 빨리 깨어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더구나 애리조나(11승4패)는 초반에 잠깐 반짝하는 팀이 아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팀으로 지구력을 갖춘 팀이어서 초반 상승세라는 날개를 달고 크게 앞서나간다면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다저스로선 더 늦기 전에 애리조나와 간격을 좁히야 한다. 아무리 초반이라도 차이가 더 벌어진다면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다저스와 애리조나의 격차는 좁혀지겠지만 다저스가 전반적으로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는 애리조나를 추월한다고 장담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image
다르빗슈. /AFPBBNews=뉴스1



컵스도 출발이 신통치 못한 것은 다저스와 마찬가지다. 특히 타선의 기복이 심한데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타율은 2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 매든 감독은 아직도 확실한 1번타자를 찾지 못해 이안 햅과 알버트 알모라, 벤 조브리스트를 계속 실험하고 있으나 아직은 확실한 테이블세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선발투수진도 문제다. 카일 헨드릭스(3.71)만이 4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갖고 있고 믿었던 다르빗슈(6.00)와 호세 퀸타나(8.16)는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심지어는 안정감의 상징인 개막전 선발 존 레스터마저 14.1이닝동안 17안타를 내주며 평균자책점 4.40으로 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펜진은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선발들이 너무 자주 일찍 무너지면서 과부화가 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래도 컵스는 다저스에 비하면 아직까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11승4패로 치고 나가긴 했지만 피츠버그는 애리조나와 달리 과연 여름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지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컵스는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 오히려 컵스의 강력한 도전자로 예상되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생각보다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어 컵스의 시즌 전망은 어둡지 않아 보인다.

image
브라이스 하퍼 /AFPBBNews=뉴스1


마지막으로 워싱턴은 현재로서 낙관도 비관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워싱턴의 화력은 이미 우승후보로 충분한 것은 분명하지만 올 시즌 종료후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브라이스 하퍼가 벌써 홈런 7개를 때려내며 메이저리그 선두로 나선 것을 제외하곤 타선이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니얼 머피가 무릎수술에서 아직 회복 중인데 그가 돌아와 하퍼와 함께 잠든 타선을 깨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퍼 혼자서 하드캐리로 팀을 끌고 가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머피와 애덤 이튼이 부상에서 돌아오고 앤서니 랜던과 라이언 짐머맨, 트레이 터너 등이 슬럼프에서 벗어난다면 다시 제 모습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맥스 슈어저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이끄는 선발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지금 조 선두로 뛰쳐나온 뉴욕 메츠(12승2패)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다. 2년전 NLCS에서 컵스와 월드시리즈 우승티켓을 다퉜던 메츠가 다시 한 번 건강한 선발진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건강하기만 하다면 메츠의 선발진이 얼마나 파워풀한 로테이션인지 누구나 알고 있다. 메츠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워싱턴은 최소한 크게 뒤처지지 않도록 보조를 맞춰야 한다. 시즌이 전개되면서 워싱턴과 메츠의 선두다툼이 볼만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필라델피아 필리스(9승5패)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8승6패)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좋아진 승부감각을 보여주고 있어 NL 동부지구 레이스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질 것 같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