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임수정답게 연기하고 싶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4.13 11:06 / 조회 : 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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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사진제공=명필름,CGV아트하우스


임수정(38)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32살에 죽은 남편의 16살 아들을 키우게 된 엄마 역을 맡았다. 달랐다. 누군가의 연인이 아니다. 홀로 감당하고 홀로 책임지는 오롯한 역할이다.


19일 개봉하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에서 임수정은, 깊었다. 감정을 토하지도, 구태여 절절하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여백을 채웠다. 임수정은 '더 테이블'에 이어 '당신의 부탁'으로 저예산 영화에 연이어 참여했다. 상업영화에서 풀어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표현했다. 그렇게 임수정은 성장하고 있다.

-'당신의 부탁'은 어떻게 하게 됐나.

▶'당신의 부탁'은 깊은 생각으로 한 건 아니다. 시나리오와 대사가 너무 좋았다. 얇은 책 한권을 읽은 것 같았다. 갑자기 16살 아들을 두게 된 엄마 역할인데, 쉬운 상황이 아닌데도 납득이 되더라. 그리고 제작사가 명필름이란 것도 신뢰가 됐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역할을 제안했을까도 궁금했다. 나는 아직 엄마 역할은 아닌데, 이런 생각이 아니다. 보통 배우 임수정이라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업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영화 작업 같은 영화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동은 감독님을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더 테이블'에 이어 다시 저예산 독립영화에 참여했는데.

▶어쩌다보니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이후 독립영화를 두 편 하게 됐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은 원래 많았다. 여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독립영화들을 보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독립영화가 한국영화의 다양성이었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

-어느 순간부터 임수정은 여성 중심 서사를 찾았던 것 같은데. 두 영화가 모두 여성 중심 서사란 것도 영향을 줬나.

▶여성 중심 영화만을 기다리는 건 아니다. 그럼 작품을 하기도 쉽지 않고. 그런 작품이 드물 뿐 아니라 그걸 놓고 여배우끼리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기회를 찾아다닐 수도 없고.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을 때, 내게 손을 내밀어 줬을 때, 그 손을 잡았을 뿐이다.

-'당신의 부탁'에서 친구 미란으로 나온 이상희와 호흡이 절묘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 "언니, 팬이었어요"라고 하더라. 첫 작업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컸다. 배우 대 배우로. 워낙 연기를 잘하니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당신의 부탁'에선 다른 영화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많은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통상 남자배우들이 여자배우들보다 액션이 많고 리액션이 적은데. 이번에 여배우들과 작업은 어땠나.

▶남자배우들이 여자배우들보다 더 액션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다. 많은 작품들에서 남자배우들이 더 주체적이고 여자배우들은 그런 남자배우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렇기에 남자배우들이 연기를 리드할 수 밖에 없다. 포지션상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당신의 부탁'에선 여러 여배우들이 다양한 엄마들을 표현했다. 나 역시 그 속에서 엄마가 되는 것이었고. 그런 연기 기운에 스며들기만 하면 됐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은 남편의 16살 아들을 키우게 된다는 설정인데, 공감을 했나.

▶당연히 못했다. 이동은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영화 중반부부터는 관객이 흘러가는 대로 납득할 수 있지만, 내가 맡은 효진이 초반에 갑자기 아이를 맡게 된다는 걸 관객을 납득시켜야 했다. 그게 중요했다. 왜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아마도 효진은 남편이 죽고 2년간 무료한 일상을 살았을 것이다. 우울증, 우울감. 의지도 없고, 적극적이지도 않다. 그렇게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큰 결정을 하는 것도 우울증의 한 반응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우울감을 갖고 있고, 갑작스럽게 큰 결정을 한다는 데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사회생활하는 30대로서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앞뒤 생각없이 갑자기 큰 결정을 하곤 한다.

-변하고 있는 엄마와 가족에 대한 정의, 혹은 유사가족 이야기인데.

▶이동은 감독은 전작 '환절기'에서도 그랬지만 전통적인 가족 관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지인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떤 분은 자신도 엄마가 3명이었다며 '당신의 부탁'에서 아이에게 감정 이입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어떤 분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된다면 자신이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그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도 하고. 나도 이제부터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결혼이나 가정에 그렇게 집중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으니깐. 40대 초중반에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아이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이제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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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사진제공=명필름,CGV아트하우스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통상 이런 소재라면 엄마와 아이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과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마련인데. '당신의 부탁'은 다른데.

▶일단 내가 맡은 효진은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아빠도 엄마도 외할머니도 아니니깐. 그리고 상실에 대한 아픔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가출했다가 돌아온 날 밤에 하혈을 하는 장면이 있다. 난 그게 효진이 남편을 잃고 아이까지 사라지자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기하겠다고 감독님에게 이야기했다. 이동은 감독은 시나리오를 자신이 쓰긴 했지만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이게 바로 시나리오가 배우로 넘어가면서 재창조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당신의 부탁'은 임수정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사실 16살 아이의 성장담이 중심이다. 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고. 엔딩을 그렇게 마무리했다는 것에서 잘 드러나는데.

▶맞다. 날 팔았다.(웃음) '당신의 부탁' 영어 제목은 '마더스'다. 가제는 '마이 어나더 마더'고. 마케팅상 내 이야기인양 포장했지만 사실은 엄마들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건 없나.

▶접근이 다른 것 같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했고, 나도 그 이야기에 공감했고 좋은 캐릭터라 참여했다. 상업영화였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수 있다. 내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돈이 투입된 영화이기에 내세울 지점과 관객이 기대하는 지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 역할을 맡는다는 데 부담은 없었나.

▶자연스럽게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라 한 것 같다. 아이 엄마 역할을 맡는다는 걸 어렵게 생각하진 않았다. 다시는 싱글여성 역할을 못할 것이란 생각도 없었고. 아직은 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로맨스나 다른 장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도 없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할 때는 사실 못할 것 같다고 했었다. 실제 나는 말도 많지 않고 빠르지도 않으니깐. 그 당시 임수정의 이미지란 더욱 수동적이고 슬픈 사연이 있을 듯한 것이었기도 했고. 그런데 당시 민규동 감독님이 그렇기에 주체적인 여성 역할을 맡으면 다를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도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란 걸 알게 됐다. 신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동은 감독님이 내게서 엄마 역할을 찾았기에 갑자기 16살 아이를 키우게 된 효진에 더 설득력을 갖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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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사진제공=명필름,CGV아트하우스


-소속사와 계약이 끝났는데. 홀로서기를 하거나 다른 소속사를 택하게 된다면 지금 임수정이 하고 싶은 게 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

▶일단 소속사는 '당신의 부탁' 홍보 일정이 끝난 뒤 천천히 선택을 하고 싶다. 연기는 임수정답게 하고 싶다. 즐겁고 잘 어울리는 역할. 과거 작품들을 선택할 때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지나고 보면 나와 맞지 않았구나란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좀 더 내게 잘 맞는 역할을 맞아 대중과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배우 임수정이 아닌 인간 임수정으로선 다양한 걸 기획해서 하고 싶다. 내 이름을 내건 토크쇼도 하고 싶다. 예전에는 잘 듣는 사람이었다면 요즘에는 질문하기 바쁘다. 궁금증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게스트를 모시고 다양한 질문을 하고 많이 듣고 싶다. 다큐멘터리도 기획하고 싶다. 3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 유제품을 전혀 안 먹고 해산물도 안 먹는다. 단백질 알러지가 있어서 채식을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점점 더 음식에 대한 철학이 생기더라. 채식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싶다. 같이 할 수 있는 감독이 있으면 가장 좋지만 없을 경우 내가 연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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