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상대한 유희관 "가슴 뭉클, 여러 감정 교차"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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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왼쪽)과 LG 김현수 /사진=뉴스1





어느 날 밤 서로의 꿈을 묻고, 때로는 밤을 지새워가며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 지쳐 있을 때 힘이 돼 주던, 장난도 참 많이 쳤던, 그런 친구이자 동생 그리고 형이었다.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32)과 LG 트윈스의 김현수(30)의 이야기다.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 LG-두산전. 1회초 첫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가 두산 벤치와 팬들을 향해 허리 굽혀 정중히 인사했다. LG 관중석은 물론, 두산 관중석에서도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흐뭇하게 바라본 두산의 투수가 있었으니 바로 '절친' 유희관이었다.

경기에 앞서 김현수는 유희관과 승부에 대해 "(유)희관이 형과 지난 주말 집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밖에서는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 한다. 저와 희관이 형은 워낙 친하다. 청백전에서도 희관이 형 공을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다. 진짜 완전히 처음 상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관의 초 슬로우 커브에 대해서는 "안 치면 그만이다. 3개를 연속으로 던지지는 않겠죠. 3볼 되면 좋고"라며 웃었다.

둘의 첫 만남은 1회부터 시작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타석에 선 김현수.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를 공략했으나 2루 땅볼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김현수의 방망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3회에는 1사 1루에서 유격수 오른쪽으로 흐르는 내야 안타를 쳐냈다. 5회는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


그리고 7회초. 두산이 여전히 2-1, 한 점 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LG가 2사 3루 기회를 맞이했다. 투수는 유희관. 타자는 김현수. 초구는 볼. 그리고 2구째. 역시 볼이었다. 바로 여기서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승부 중인 유희관을 내리는 대신 이영하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결국 두 절친의 승부는 여기까지였다.

경기 후 4일에 만난 유희관은 김현수와 승부 소감을 묻는 질문에 "현수요?"라고 되물은 뒤 "느낌이 색달랐다. 두산서 제일 친하게 지냈다"고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유희관은 "과거에 거의 (김)현수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2군에 있을 때에는 현수가 절 먹여 살리고 그랬다"면서 "어제 맞대결은 제게 색다른 경험이자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승부는 승부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다른 타자들 나왔을 때보다 (김)현수가 나왔을 때 더 잘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세게 던지고 힘 있게 던지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둘의 승부 도중, 유희관이 던진 공이 김현수의 머리 쪽을 향해 날아들기도 했다. 화들짝 놀란 김현수. 물론 고의는 아니었다. 유희관은 "오히려 힘이 들어가서 그랬다"면서 "뭐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나게 됐지만 우리는 참 친했다. 이제는 다른 팀이 됐는데 승부는 승부"라고 강조했다. 둘은 지난 주말에도 밥을 함께 먹었을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다.

계속해서 유희관은 "이상하게 (김)현수랑 득점권 상황에서 승부가 많이 벌어졌던 것 같다. 보시는 팬들께서는 재미 있으셨을 것이다. 현수가 동점 홈런을 쳤고, 구단에 재미있는 요소도 많았다. 팬 여러분들께서도 재미와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희관은 "앞으로 만나면 (김)현수한테는 더 자신 있게 하라고 할 것이다. 안 그러면 또 놀림을 받는다. 서로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워낙 친하다 보니까 제가 잘 던지면 '아유 못 쳤네'라고 하고, 제가 못 던지면 현수가 제게 '아유 못 던지네'"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유희관은 "청백전 때에도 (김현수와는) 안 만났다. 색다른 경험이었고, 가슴 뭉클한 느낌도 있었다. 원래 같은 팀에서 친했다. 룸메이트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상대 팀으로 있으니까. 한 팀으로 뛰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감정이 좀 있지 않았나 싶다. 국내 돌아와서 반가운 것도 있었고 상대해서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친했던 선수가 라이벌 팀에 가 있으니까 같이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현수는 이날 9회초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터트렸다. 이어 1루를 돌기 전 오른팔을 쭉 편 채로 1루 쪽을 가리킨 뒤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유희관은 "아까 홈런 친 것은 잘했는데, 너무 세리머니를 크게 한 것 아니냐. 너 나 자극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웃으며 전했다고.

김현수와 유희관. 유희관과 김현수. 김현수는 2015년 개막 미디어데이 때 우승 공약에 대한 질문에 "유희관의 옷을 벗기겠다"고 농담을 했다. 결국 유희관은 그해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의를 탈의했다. 올 시즌에는 또 어떤 스토리가 이들로부터 나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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