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가는 길]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드라마와 선물

천일평 대기자 / 입력 : 2018.02.12 08:53 / 조회 : 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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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따낸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AFPBBNews=뉴스1


지금 대한민국은, 그리고 평창은 지난 9일 개막된 동계올림픽 열기로 뜨겁습니다. 2전3기끝 유치에 이어 10일 임효준이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리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기면서 그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올림픽과 관련하여 또렷하게 기억에 새겨진 추억이 있습니다. 10년 전 2008년 8월 23일은 한국야구 역사에 기념비가 세워진 날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은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쿠바를 3-2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올림픽 구기 종목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은 남녀 탁구, 여자 핸드볼에 이어 3번째였으며 당시 야구대표팀은 최강 쿠바, 일본, 미국, 캐나다 등을 제치고 9전 전승으로 드라마를 연출했습니다.

이 경기를 집과 잠실구장 등에 설치한 TV를 시청한 국민들은 열광했고 야구 인기는 최고조에 달해 프로야구는 현재 10개 구단으로 늘어나 한 해 정규 시즌에만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800만 관중 시대가 됐고 조만간 1000만 시대가 될 전망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가 연출한 드라마와 이벤트 선물 10가지를 알아봅니다.


1. 9전 전승 기적 1차전 미국에 8-7 케네디스코어 역전승.

첫 경기 상대 강팀 미국과의 경기에서 누구도 우리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8회까지 경기결과는 6-4로 우리가 이기고 있었지만 9회초에 미국에게 3점을 허용하면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9회말 우리가 거짓말 같은 2점을 내어 극적인 드라마의 첫회를 장식했습니다.

2. 캐나다와 긴장감 넘치는 1-0 승리.

캐나다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우리 선수들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았지만 '괴물투수' 류현진이 9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눈부신 피칭으로 1-0의 짜릿한 승리를 합니다. 이날 정근우는 3회초 좌월 홈런을 날려 결승점을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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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준결승전서 결승 투런 홈런을 떄려낸 이승엽. /AFPBBNews=뉴스1


3. 숙적 일본에 통쾌한 5-3, 6-2 승리.

일본과 예선에서 9회에 승부가 갈려져 가슴을 졸였습니다. 9회까지 2-2로 팽팽하게 이어가다가 9회초 우리의 공격에서 김경문 감독의 대타작전이 성공했고, 당황한 일본의 실책까지 이어져 무려 3점을 냈습니다.

그러나 9회말 한기주가 잇단 안타를 내주면서 1점을 주고, 이어지는 무사 2,3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정대현이 1사 2, 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것입니다.

그리고 4강전에서 만난 일본과 2-2로 팽팽한 8회말 이날 삼진-병살타-삼진을 당하고 22타수 3안타에 불과했던 이승엽이 결승 투런 홈런을 날려 6-2로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4. 약체로 평가된 중국과의 연장전 끝에 1-0 승리.

연장 10회까지 0-0으로 무승부인 가운데 오승환은 연장 11회에서 승부치기로 맞은 1사 2, 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중국의 3루 주자가 외야플라이 때 먼저 스타트를 끊어 1점을 냈지만, 다행히 3루심이 아웃으로 선언해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11회말 이승엽의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5. 대만전 8:0으로 앞서가다 동점, 역전 진땀승.

2회초까지 8-0으로 리드하다 6회 8-8 동점. 선발 봉중근이 4⅓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맞고 6실점한 후 물러났습니다. 이어 나온 한기주가 또 2점을 내주어 6회 동점. 7회초에 1점을 내고 이 점수를 끝까지 잘 지켜 9:8의 승리를 거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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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와 결승전서 승리를 잘 지킨 대표팀. /AFPBBNews=뉴스1


6. 한국 최강 쿠바에 7-4, 3-2로 승리.

예선에서 쿠바를 만난 초반 송승준의 난조로 먼저 점수를 내주고 끌려갔으나 4회말 1-3, 2사 만루에서 고영민이 2타점 적시타를 쳐서 동점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용규의 기습 번트 때 쿠바 1루수의 악송구로 3루 주자, 1루 주자가 들어와 5-3으로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킵니다. 7회말엔 이종욱의 우중간 적시타때 이대호가 홈을 파고들어 7-3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8월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결승전에서 3-2로 승리했습니다. 한국은 이날 선발 류현진의 호투와 이승엽의 1회초 선제 투런 홈런으로 앞서가던 도중 9회말 2-1, 1사 주자 만루 위기를 맞고 강민호 포수가 퇴장까지 당했습니다.

그러나 구원 정대현이 쿠바 강타자 구리엘을 병살타로 막아 쿠바를 3-2로 누르고 예선전부터 결승까지 9전 전승으로 우승,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의 성인 국제대회 대 쿠바전 성적은 1승 25패로 형편없었으며 쿠바는 198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래 4번의 올림픽에서 3번이나 우승한 최강팀이었습니다.

7. 최고 시청률 51.4%.

이날 방송된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 한국-쿠바전을 안방에서 지켜본 가구 합산 시청률이 51.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기준)에 이르렀습니다. TV를 켠 가구 중에서 야구 중계를 본 가구 비율을 의미하는 점유율은 무려 74%에 달했습니다.

8. '야구의 날'로 제정.

필자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틀 뒤 '야구의 날'로 제정하자는 글을 올렸습니다.

"야구가 이번처럼 전 국민들에게 감동과 깊은 인상을 남긴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의 최고 경사로 야구계는 199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던 야구가 중흥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승엽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고교팀 60개 정도인 나라가 우승한 것은 기적"이라며 미국, 일본, 쿠바, 대만 등에 비해 워낙 열악한 한국야구 실정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일본은 고교야구팀이 4100개가 넘습니다.

우사인 볼트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오르자 그의 조국 자메이카의 부르스 골딩 총리는 '볼트 기념일'을 만들자고 국민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감히 우리도 '야구의 날'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야구의 날’로 금메달을 딴 날을 기리며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행사를 가지면 어떨까요.

초중고 대학팀을 늘리고 야구장 시설을 편안하게 개선하는데 국민적인 공감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실업야구팀을 30개 이상 만들어 실업야구연맹전을 부활 시키고 프로팀을 2개 정도 더 늘려 성인이 된 후에도 야구를 계속하고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안겨 주어야 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야구의 날' 제정에 나서길 바랍니다. 자체적으로 먼저 '야구의 날'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게 어떨까요?"

며칠 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매년 8월 23일이 되면 KBO 리그는 경기에 앞서 팬 사인회 같은 이벤트를 열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합니다. 이날 입장하는 팬에겐 요금 할인 혜택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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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본선을 앞둔 당시 김경문 감독. /AFPBBNews=뉴스1


9. 기발한 작전으로 금메달을 따낸 명장 김경문 감독.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돌아볼 때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NC 김경문(60) 감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 감독은 매 경기 짜릿한 승부 속에서 드라마와 같은 정상 등극을 달성했습니다.

김 감독은 8월 23일을 돌아보면서 "당시에는 그저 후회 없이 내 야구를 하고 감독을 그만두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껏 '돌아이' 야구를 했다. 4번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하고 좌투수에 좌타자 대타를 쓰기도 하지 않았나"라고 웃었습니다.

실제로 대표팀은 올림픽 경기 기간 내내 논란거리를 낳았습니다. 지독한 슬럼프의 빠졌던 이승엽을 4번 타자로 고정시킨 것과 매 경기 장타를 맞았던 한기주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는 부분에 있어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김 감독은 "사실 한기주를 쓴 것은 당시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마무리투수로 정대현을 구상했는데 정대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컨디션이었다. 그렇다고 정대현을 쓸 수 없다고 해버리면 전력노출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10. '국민타자' 이승엽 "그 홈런 하나가 제 야구 인생에 큰 영향을 줬죠"

이승엽은 올림픽 참가 처음부터 타격감이 떨어졌지만 4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8회 역전 2점포를 쏘아 올렸고 쿠바와 결승전에서는 1회 결승 솔로포를 터트렸습니다.

그는 인생 통틀어 셀 수 없이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을 꼽았다. 당시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빠지게 됐기 때문에 마지막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큰 기대를 받은 이승엽은 "일본과 준결승을 치르고 있었는데, 관중석에서 한 팬이 '제발 좀 빠져라'고 비난하더라. 마지막에 극적인 홈런을 때려내긴 했지만, 그전까진 사실상 한 게 없었다. 나라를 대표에서 나갔지만 되레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정말 힘들었다"고 되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당시 포수였던 진갑용은 허벅지 부상으로 결승전에 출장하지 못하다가 포수를 맡았던 강민호가 9회 갑작스러운 퇴장을 당하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마스크를 썼습니다.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서 류현진을 구원 등판한 정대현이 쿠바의 간판타자 구리엘을 6(유격수)-4(2루수)-3(1루수) 병살타로 잡아내면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선수들이 얼싸안고 환호했던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진갑용은 "지금도 생생하게 그때가 떠오른다. 내 야구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더 감동적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베이징의 기적을 추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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