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명대사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1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7.12.30 07:00 / 조회 : 7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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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 스틸컷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 Star Wars, 1977)


이 이상한 말이 전 세계적으로 통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클로징 멘트로 써먹었을 정도다. 토론회가 있던 주의 주말에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Star Wars: The Force Awakens, 2015)가 개봉되기 때문이었다.

이 대사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역대 8위의 명대사다. "주께서 함께 하시기를"(The Lord be with you: dominus vobiscum)을 모방한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The Force is with us"라고 변형해서 사용했다.

그 밖에 다스 베이더의 비밀이 밝혀지는 "I am your father"(Episode V, 1980)는 반전 중의 반전이고, "츄이, 이제 집에 돌아왔군"(Chewie, we’re home: Episode VII, 2015)은 해리슨 포드와 밀레니엄 팔콘의 화려한 복귀를 장식한다.

유명한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이거나 탁월한 시나리오에 기초한 영화이거나 간에 많은 대사들 중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대사들이 있다. 명대사는 어떤 캐릭터가 하기 때문에 명대사가 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장면에 나오기 때문에, 아니면 반전이기 때문에 등등 여러 이유로 명대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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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타짜' 스틸컷


국내 영화에서 오래 기억되는 명대사가 많다(음성지원).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타짜, 2006, 김혜수)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달콤한 인생, 2005, 김영철)
"내가 니 시다바리가?" "니가 가라 하와이."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친구, 2001, 장동건)

"너나 잘 하세요." (친절한 금자씨, 2005, 이영애)

"밥은 먹고 다니냐?" (살인의 추억, 2003, 송강호)

"어이가 없네" (베테랑, 2015, 유아인)

AFI와 '할리우드 리포터'가 꼽은 역사 상 최고의 명대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클라크 게이블이 비비안 리를 떠나면서 한 말이다.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비비안 리의 바로 그 다음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도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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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물론 이 대사들은 원작에 나오는 것이지만 영상과 함께 현출되어서 더 큰 여운을 남긴다.

'대부'(The Godfather, 1972)는 영화 전체가 명대사다. 그 중에서도 AFI 선정 역대 2위의 명대사가 있다. 말론 브란도다.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겠어"(I a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대부 2'(1974)에서 알 파치노의 "친구를 가까이 해, 적들은 더 가까이 둬"(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도 유명하다.

대사라기보다는 한 마디가 오래 남는 경우도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이 하는 "마이 프레셔스"(My precious), 007 시리즈의 "Bond, James Bond", 그리고 "E.T. phone home." (E.T., 1982), "To infinity and beyond!" (토이 스토리, 1995) 같은 것들이다.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는 두 개의 명대사를 남겼다. 큐바 구딩이 톰 크루즈에게 여러 번 반복시키는 "Show me the money!", 크루즈가 르네 젤웨거에게 말하는 "당신은 나를 완성 시킵니다"(You complete me.)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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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터미네이터2' 스틸컷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츠네거의 "I’ll be back"은 사실 아무런 내용도 없는 대사인데 캐릭터와 맞물려 유명 대사가 되어버렸다. 이 대사는 1984년 작 '터미네이터' 1편에 처음 등장했다. 오스트리아 사람인 슈워츠네거는 "I’ll" 발음을 잘 못해서 캐머론 감독에게 "I will"로 하겠다고 했는데 감독은 거절하고 여러 번 샷을 찍어 가장 잘 나온 것으로 썼다. 슈워츠네거의 유일한 대사였다.

이 대사는 가장 많은 영화에 같은 대사가 사용된 사례일 것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전체에서 조금씩 어구와 쓰는 사람을 바꾸어가며 사용되었고(2009년 작에서는 존 코너가 쓴다) 슈워츠네거는 터미네이터가 아닌 자신의 다른 모든 영화에서 이 대사를 여러 모로 실컷 써먹었다. 심지어 '익스펜더블 2'(The Expendables 2, 2012)에서도 "I’ll be back"을 쓰자 브루스 윌리스가 "You've been back enough. I'll be back"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 외, 굳이 일일이 번역할 필요가 없고 번역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번역이 어색한 명대사들이 있다.

"You can’t handle the truth." (잭 니콜슨, 어 퓨 굿맨, 1992)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로빈 윌리암스, 죽은 시인의 사회, 1989)

"I am the king of the world!"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타이타닉, 1997)

"If you build it, he will come." (레이 리오타, 꿈의 구장, 1989)

"Oh, no, it wasn’t the airplanes. It was Beauty killed the Beast." (로버트 암스트롱, 킹콩, 1933)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잭 니콜슨,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1997)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알리 맥그로우, 러브 스토리,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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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글래디에이터' 스틸컷


꽤 긴 대사가 전체로서 임팩트가 큰 경우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다. 검투경기장에서 러셀 크로우가 천천히 헬멧을 벗고 돌아서서 코모두스 황제에게 말한다.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 북부군 사령관이고 펠릭스 군단의 장군이며 진정한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충성스런 신하다. 살해당한 아들의 아버지이며 살해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복수하겠다. 이 생에서 안 되면 다음 생에서."

'테이큰'(Taken, 2008)도 장난이 아니다. 니암 리슨의 납치범과의 통화다. 낮은 목소리로 분명히 말한다.

"내 딸을 돌려보내주면, 더 이상 문제없다. 너를 찾거나 쫓지 않겠다. 안 그러면, 너를 찾겠다. 찾아내서, 죽이겠다." 인신매매업자를 확실하게 끝장내면서 말한 "It was all personal to me"도 아주 괜찮다.

명대사들은 그 대사가 나오는 상황의 개연성과 일반성 때문에 영화 밖에서도 다양하게 쓰인다. 유명한 광고 카피나 개그맨들의 유행어와 비교할 수 있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영화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명대사는 대화에서 촌철살인의 역할을 한다. 패러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에서 톰 행크스가 한다.

"엄마가 항상 그랬거든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대요. 다음에 어떤 게 손에 집힐지 절대로 모르는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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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레스트 검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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