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파이더맨' 벌쳐에 얽힌 슬픈 사연..을의 반격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7.1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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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틸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한국 극장가를 말 그래도 강타했습니다. 이번 주말 700만명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엄청난 흥행속도입니다.

알려졌다시피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이 마블영화세계에 들어오면서 리부트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입니다. 그간 스파이더맨은 소니픽쳐스가 영화 판권을 갖고 있어서 마블영화에는 출연할 수 없었죠.


아무튼 성공적인 재출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톰 홀랜드가 연기한 새로운 스파이더맨 매력도 흥행에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수다스런 스파이디 매력을 잘 살렸습니다. 아이언맨 등장이 신의 한수였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마이클 키튼이 맡은 새로운 빌런인 벌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는 메인 빌런으로 그린고블린 존재감이 너무 컸습니다. 마치 배트맨에 조커처럼 말이죠.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선 리부트인 만큼 악역도 새롭게 등장시켰습니다. 벌쳐는 그래서 절묘했습니다. 사실 벌쳐는 코믹스에선 스파이더맨의 오랜 숙적입니다. 대머리 독수리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인입니다. 이 그로테스크한 악역을 어떻게 영화적인 캐릭터로 만들지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빈말이 아닙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2'가 성공한 뒤 '스파이더맨3'에 새로운 빌런으로 벌쳐를 넣으려 했습니다. 2대 그린고블린과 샌드맨, 그리고 벌쳐를 넣을 계획이었죠. 벌쳐 역으론 벤 킹슬리가 거론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소니픽쳐스의 강렬한 요구로 벌쳐가 빠지고 그 자리를 베놈이 차지했습니다. 소니픽쳐스가 베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를 준비했기 때문이었죠.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샘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3'에 실망감을 공공연히 드러냈습니다. 4편을 만들면 꼭 벌쳐를 넣겠다고도 했습니다. 알다시피 샘 레이미와 소니픽쳐스의 갈등으로 없던 일이 됐죠. 그 뒤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말미에 벌쳐가 입을 듯한 날개 달린 수츠가 등장합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3'에 벌쳐가 메인 빌런으로 등장할 것이란 암시였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3'가 무산되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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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틸


그랬던 벌쳐가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등장하니 팬들에겐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때는 배트맨이었다가 버드맨까지 섭렵한 마이클 키튼이 벌쳐를 맡는다니,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죠.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본 관객들은 알겠지만, 벌쳐는 단순한 악당이 아닙니다. 대기업 횡포에 눈물 흘린 중소기업 사장입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어벤져스' 1편의 치타우리 침공부터 거슬러 올라가죠. 외계인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된 뉴욕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재개발이 돈을 버는 건,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벌쳐도 은행에서 대출 받고 직원들을 불러모아 이 사업에 뛰어듭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정부와 같이 손잡고 그 뒷처리를 독점하고 맙니다. 벌쳐는 자기(토니 스타크)가 부수고 자기가 돈 번다며 절규합니다. 갑의 횡포에 피눈물을 흘린 을인 셈이죠. 벌쳐는 절망에 주저 앉지 않았습니다. 직원들과 남몰래 외계인 물건을 빼돌려 무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가족과 부하 직원들을 부양해왔죠.

그런 벌쳐가 다시 토니 스타크가 키운 스파이더맨에게 자신의 사업이 무너지는 걸 봐야 했으니 얼마나 분통이 터졌겠습니까. 벌쳐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게 갑에 대한 을의 반격이니, 그의 심정 나름대로 이해가 갑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흥행돌풍을 일으킨 데는 이렇게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녹여낸 것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마블영화세계에서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들을 기막히게 리부트에 적용한 것이죠. 각색의 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슬픈 가장 벌쳐. 그는 아마도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메인 빌런으로 두고두고 활약할 것 같습니다. 힘내라 벌쳐. 굳세어라 벌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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