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옥자'는 韓영화인가? 美영화인가? 정답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4.14 13:29 / 조회 : 10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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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그간 칸영화제와 인연이 남달랐습니다. '괴물'은 칸 감독주간에, '마더'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었죠. 칸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 부문 심사위원장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은 처음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진심으로 감격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말이죠.

'옥자'가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되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함께 한국영화 두 편이 이번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게 됐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옥자'는 한국영화일까요? 알려졌다시피 '옥자'는 넷플릭스에서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하죠. 넷플릭스는 미국 회사입니다.

영화에 국적을 매긴다는 게 애매합니다만 흔히 한국영화, 미국영화, 일본영화 등으로 구분을 합니다. 전 세계가 다 마찬가지죠. 통상 자국에서 투자하고, 제작하고, 그 나라 영화인들이 만들고, 해당 언어를 쓸 경우, 그 나라 영화라고 분류합니다. 정확히는 제작사 국적에 따라 영화의 국적이 결정됩니다. 국제영화제에 초청될 경우 해당 영화의 국적을 표기하기 마련입니다.

'옥자'는 어떨까요? '옥자'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안서현 등 한국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두루 참여했습니다. 프로듀서 중에도 한국인이 있죠. 한국에서 일부 장면을 찍었고, 한국어가 나옵니다.

반면 '옥자' 투자 및 제작 상당수는 미국에서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투자했고, 브래드 피트가 대표로 있는 미국 플랜B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으로 참여했습니다. 틸다 스윈튼을 비롯한 해외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고, 절반은 영어 대사로 진행됐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많은 부분을 찍었죠.

'옥자'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괴물'의 김태완, '마더'의 서우식, '설국열차' 최두호가 프로듀서로 참여했습니다. 플랜B에선 디디 가드너, 브래드 피트, 제레미 클라이너가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옥자' 제작비는 5700만 달러(약 645억원)가 투입됐습니다. 넷플릭스에서 투자했죠.

제작비 투자를 복수 국가에서 할 경우, 국제영화제에선 해당 영화 국적을 여러 나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시'는 당연히 한국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국적을 한국과 프랑스로 표기했습니다. '시'에 프랑스 영화사 디아파나에서 35만 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렇다면 '옥자'는 어느 나라 영화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까요?

정답은 미국영화입니다. '옥자'에 투자한 넷플릭스가 미국회사이며, '옥자' 제작을 위해 설립한 옥자유한회사도 미국에 등록돼 있습니다. '옥자'는 한국에서 촬영할 때부터 일찌감치 미국영화로 분류돼 영진위에서 한국 로케이션 촬영 지원금도 받았습니다. 의심 할 여지 없이 미국영화인 셈입니다.

사실 '옥자'가 어느 나라 영화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감독인 봉준호 감독이 기획해서 만들었고, 그 봉준호 감독이 '옥자'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초청된 게, 한국인이라면 기쁠 일입니다.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봉준호 감독 영화팬이라면, 그의 신작이 공개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일이죠.

그럼에도 장황하게 '옥자' 국적을 설명한 건,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두 편이 경쟁 부문에서 경합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옥자'가 상을 탄들, '그 후'가 상을 탄들, 다 같이 축하할 일 일이겠죠. 상을 못 타면 또 어떻습니까.

'옥자'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러모로 화제를 모을 것 같습니다. 이미 세계 언론에서 '옥자'가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영화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걸 전제로 만듭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죠. 극장에 가지 않고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건 영화라는 매체의 유통경로 뿐 아니라 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예고합니다. 화면비율부터 클로즈업, 롱테이크 등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칸영화제에는 '옥자' 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메이어로위츠 스토리'(감독 노아 바움백)도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세계 영화사에 기록될 일입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옥자'는 한국을 넘어 세계의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적을 규정한다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일 것 같습니다.

'옥자'는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6월28일 공개합니다. 한국에선 그 전에 일부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그건 한국이라서 특별한 것이겠죠. 봉준호 감독 팬이라서, 한국인이라서, 기쁜 일임에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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