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사드갈등-방송]'사임당'·'화랑', 中위한 사전제작 문제, 한한령으로 수면 위로④

[★리포트] 스타뉴스 특별기획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7.03.23 10:00 / 조회 : 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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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최대 한류 시장 중국이 얼어 붙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한국 배치에 따라 이른바 '한한령'(한류 제재 조치)이 내려지면서 양국간 교류는 끊겼다. K팝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불가능해졌고, 한국 드라마의 중국 수출길도 막혔다. 한국 영화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만 피해자는 아니다. 중국 역시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국내 연예계에 투자한 중국 투자자들 역시 이를 회수할 길이 없어진 것. 스타뉴스는 한중 사드갈등에 따른 피해를 짚어보고 해결 가능성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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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화랑',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사진제공=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 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SBS, 삼화 네트웍스, IHQ


지난해 중국을 겨냥해 제작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국내 시장에서 참패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시작된 중국발 한한령(限韓令)은 한국 사전제작 드라마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는 MBC '대장금'으로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된 이영애를 주인공으로 한국, 중국 양국을 공략하려 했다. '사임당'은 중국 동시 방송을 위해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치고 중국 광전총국으로부터 심의를 거치려고 했으나 심의 결과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에 '사임당'은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후속으로 지난해 10월 방영 예정이었으나 올해 1월 수목드라마로 편성을 옮겼다. '사임당'이 작년 6월 모든 촬영을 마친 것을 감안하면 방송까지 반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중국 심의를 기다리는 반 년 동안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더욱 많이 소비돼 있었다. 방송 전 타 드라마와 다른 타임슬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과는 달리 우연과 사건에 의존한 타임슬립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사임당' 촬영이 시작된 2015년만 해도 신인이었던 박혜수, 양세종은 어느새 작품과 연기력을 쌓은 상태였고 두 사람의 설익은 연기력은 의외의 부진 요소로 작용했다. 작품성보다 한류 배우, 한국이 아닌 중국 시장만 기다린 결과 양국 모두를 사로잡지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지난해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 역시 청춘 사극이라는 콘셉트로 중국 시장을 두드렸다. 한한령으로 여타 드라마들이 심의에서 애를 먹는 상황에서 '화랑'의 심의 통과 소식은 놀라움을 줬다. 기쁨은 잠시였다. '화랑'은 중국으로 중국 미디어그룹 LETV와 동시 방송 계약을 체결했지만 2회까지 방영된 뒤 중단됐다. 당시 '화랑' 측은 중국 측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으나 드라마가 종영된 지금까지도 '화랑'의 중국 방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랑' 또한 '사임당'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 박서준, 고아라, 박형식 등 새롭게 한류를 이끌만한 젊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기용했고 아이돌그룹 샤이니 민호와 방탄소년단 뷔를 주요 출연진으로 발탁했다. 하지만 중국 동시 방송은 일찍 중단됐고 사전 제작 드라마의 단점은 종영까지 '화랑'의 발목을 잡았다. 배우들의 매력을 가리는 지지부진한 전개는 아쉬움을 줬지만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친 터라 시청자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었다. '화랑'은 동시간대 시청률 3위로 쓸쓸한 종영을 맞았다.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와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는 중국에서 방영을 마쳤지만 한한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작품들이었다. '함부로 애틋하게'와 '달의 연인' 모두 사드 배치 결정 전 심의를 통과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전파를 탔다. 중국에 방송은 모두 공개됐으나 적극적인 홍보 활동은 벌이지 못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경우 드라마 홍보차 중국 팬미팅이 예정돼 있었으나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와 '달의 연인'은 각각 현재(22일 기준)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를 통해 조회수 41억과 26억뷰를 돌파하며 나름의 목표를 달성했다. 수지와 김우빈을 내세운 '함부로 애틋하게', 이준기와 아이유, 엑소 백현 등이 포진돼 있던 '달의 연인'은 한한령 속에서도 한류의 위상을 느끼게 했다.

한국에서의 성적과 평가는 중국과 정반대였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MBC 'W', '달의 연인'은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과 경쟁에서 무너졌다. 중국 사전 심의로 인해 사전 제작을 택한 탓에 빠르게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웹툰과 현실을 오가는 독특한 소재의 'W', '달의 연인'은 시청자와 발 맞춰 변모한 '구르미 그린 달빛'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 상황에서 더이상 중국에서의 성적으로 위안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임당'과 '화랑'이 중국 방영에 결국 실패한 것과 같이 이제 중국 시장을 의식한 사전제작은 의미가 없다. 한한령은 현재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들의 후발주자였던 MBC '미씽나인'은 중국 방영을 목표로 사전 제작을 준비했으나 무산됐다. 관계자는 "'미씽나인'은 사전제작을 하려다 중국판 별도 제작으로 선회했다. 중국 배우를 대거 기용해 제작 중이지만 중국에서 공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라고 밝혔다.

'사임당'과 '화랑',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까지. 중국을 겨냥해 제작해 만든 사전 제작 드라마는 하나 같이 한국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한한령으로 한류 콘텐츠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 시장을 위한 사전제작이 아닌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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