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특수요원', 취업대란 시대의 코미디

[리뷰]'비정규직 특수요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3.13 12:38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비정규직 특수요원' 포스터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조금만 더 쫀쫀하면 좋았을 취업대란 시대의 코미디다.

10년째 알바와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취준생 장영실(강예원 분)은 드디어 2년짜리 계약직으로 국가안보국에 취업한다. 그러나 2년이 되자 어김없이 날아온 해고통지. 망연자실한 그녀에게 은밀한 제안이 접수된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국가안보국의 5억 원 찾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겠다는 것. 얼씨구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위장 취업한 그녀는 마침 먼저 잠입수사 중이었던 경찰청 독종 여형사 나정안(한채아 분)과 만난다.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된 그녀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아온 여성투톱 코미디다. 인적구성보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40만 명을 돌파한 취업대란이 이젠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시기.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무엇을 하느냐를 고민할 겨를이 없는, 그냥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의 코미디다. 강예원은 그저 '비정규직'이기에 자존감이 바닥인 안타까운 영혼을 능청스럽게 그려 보인다. 오랜 취준생 생활 덕에 쌓은 자격증만 수십 개인, 시대가 알아보지 못한 능력자가 보이스피싱에서야 인정받는다는 설정도 웃픈 포인트. 그런 그녀에게 댓글 달기 따위를 시키던 국가안보국이 보이스피싱에 걸려든다는 것도 절묘하다.

image
사진='비정규직 특수요원' 스틸컷


하지만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를 쫀쫀하게 살려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시작은 신선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첩보수사, 잠입수사는 물론 보이스피싱 등 리얼하게 풀어내야 할 후속타들이 평이하고 전형적이다. 보다 공감가게 풀어낼 수 있었을 대목들이 그저 툭툭 끊기며 이어지는 단발적 코미디에 그친 느낌이다. 지난해 늦가을 코미디 히트작인 '럭키'와 비교하자면 훨씬 더 매력적인 패를 쥐었으면서도 밋밋하게 풀어내는 데 그쳤달까.


너무 다른 두 여자가 삐걱거리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손을 맞잡는다는 여성 투톱 걸크러쉬 코미디는 뻔한 구석이 있음에도 반갑다. 코미디물 여신에 만족하지 않고 '날 보러 와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강예원, 스크린에 본격 도전하는 한채아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강예원은 코미디 장르의 대표 여배우임을 다시 증명하고, 한채아는 조선절세미녀 캐릭터에서 벗어나 거친 모습으로 변신을 꾀했다. 나름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 시사회와 동시에 터져나온 열애 고백에 온통 묻혀버린 건 두고두고 아쉬울 듯하다.

오는 16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