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연탄가스 마시고 베드신까지..아팠지만 소중한 영화"(인터뷰)①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서예지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7.01.18 14:25 / 조회 : 7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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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예지 / 사진=스타뉴스


배우 서예지(27)의 첫인상은 차갑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외모에 저음의 깊은 목소리는 괜히 다가서기 힘든 것 같다. 그런데 실제 만난 서예지는 도도하기보다는 깨끗하다. 꾸밀 줄 모르고 가식을 떨 줄 모른다. 그래서 '싸가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티 없이 웃는다.

서예지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영화 '다른 길이 있다'(감독 조창호) 인터뷰를 가졌다. '다른 길이 있다'는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기로 한 두 사람의 아프지만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영화.

서예지는 극 중 힘든 삶을 살다가 동반자살을 결심하는 정원 역할을 맡아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서예지는 저예산 독립영화인 '다른 길이 있다'를 위해 연탄 가스를 직접 들이마시고, 얼음 위에 올라가며 모든 것을 직접 해냈다. 2년 만에 개봉을 앞둔 영화 '다른 길이 있다'의 서예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개봉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개봉을 앞둔 소감이?

▶ 감독과 배우가 총동원 돼 찍은 영화다. 나는 지금까지 9번을 봤는데 계속 봐도 재밌다.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이 너무나 끌리고, 내게 너무 소중한 영화다.

-정원 역할은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힘든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안고 갔나.

▶ 아픈 모습을 연기를 해야 되나, 내가 겪은 고통을 이입을 해야 되나 고민했다. 그런데 고통이라는 것은 누구와도 비교 할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겪은 고통을 이입했다. 그러다 보니 이 (정원의) 아픔도 내 아픔이었지 하고 이해하게 됐다. 똑같은 환경은 아니지만, 내 고통에 캐릭터의 고통을 이입하는 것이 도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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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예지 / 사진=본인 인스타그램


- 차 안에서 연탄가스를 마시는 장면을 실제 찍었다고? 힘들지 않았나.

▶ 그 촬영을 하는 날, 나를 빼고 스태프가 다 회의를 하더라. 감독님이 혼자 주춤 주춤 오시더니, 혹시 연탄 가스를 실제로 마실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셨다. 사실 너무 당황했다. 감독님께 '지금 당장 죽으라는 말씀은 아니시죠?'라고 되물었다. 감독님 말씀이 정원이가 실제 가스를 마셨을 때의 느낌과 감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정원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하겠다고 했다. 연탄을 피우자 마자 차 안에 들어갔는데, 지옥의 느낌이었다. 육체적으로는 너무 힘들었지만, 마음은 담담했다. 실제로 편하게 죽음을 맞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운전하는 장면도 다 본인이 실제로 했다고?

▶ 이 영화가 정말 대단한게, 보통 배경으로 보이는 자동차 장면은 스태프가 운전하고 찍는데 여기서는 직접 내가 다 했다. 내 얼굴이 안 나오고, 내가 보이지 않아도 실제 다 내가 운전을 했다. 그러던 중 감독님이 위험하게 운전하는 장면을 찍고 싶어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해보겠다'라고 하고 과감하게 중앙선을 침범하는 장면을 찍다가 충돌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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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지 / 사진=영화 스틸컷


-데뷔작 '감자별2013QR3'를 비롯해 굵직한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독립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 사실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크게 따지지 않는다. 나를 만들어 준 것은 큰 상업작품들이지만, 내 모습 그대로 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좋다. '다른 길이 있다'는 내가 다해야 됐다. 하지만 불만도 없었고 힘든 만큼 정원이의 고통이 새겨지는 것 같았다.

-정원이 친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은 촬영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아빠와 침대에 같이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는 30분 동안 촬영이 중단됐다. 정원에 감정을 이입하다 보니, 손발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 정원이가 너무 아팠겠구나 생각했다.

-특별히 이번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 아무래도 영화 속에서 연탄 가스까지 마시며 죽음 오가서 그런 것 같다. 날 죽일뻔 한 것도, 날 살려준 것도 감독님이다. 그래서 감독님과, (김)재욱오빠 그리고 스태프 한 명 한 명까지 다 너무 소중하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서예지 "여우같은 행동 할 줄 몰라..솔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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