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석 감독이 말하는 #이병헌#강동원#'마스터'(인터뷰, 스포有)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2.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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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석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조의석 감독(41)은 담백한 사람이다. '감시자들'로 550만명을 모았으면 영화적으로 더 욕심을 부릴 법 하지만 그는 담백하다. '마스터'도 겉은 화려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담백하다. 악인을 응징하는 이야기. 이 단순한 이야기를 애써 포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공간과 배우들의 몫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정확히 구분한다.

왜 '마스터'였을까를 물었다. 이 인터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왜 '마스터'였나.

▶두 가지였다. '감시자들' 끝나고 쉬고 싶다는 마음과 오리지널에 대한 욕망. '감시자들'은 '아이 인 더 스카이'의 리메이크였으니깐. 차기작으로 '골든 슬럼버' 연출 제안을 받았다. 각색에 참여했으니깐. 그런데 또 감시 당하는 사람 이야기기도 하고, 오리지널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그래서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조희팔이 죽었다는 뉴스를 봤다.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거짓말 같더라. 만일 이게 거짓말이면 그 어설픈 과정이 재밌을 것 같았다. 원래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같은 사기꾼의 일대기를 그려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조희팔 사건을 조사하다보니 피해자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악인을 미화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피해자들에 대한 마음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로 만들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처럼 사기꾼이 사기꾼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 그리고 관객이 익숙하지 않는 경찰을 그리고 싶었다. 한국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형사 캐릭터는 강철중이다. 아마 관객도 그럴 것이다. 강철중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당연한 일을 하는 경찰을 담고 싶었다.

-뜻이 그러다 보니 오리지널을 추구했지만 레퍼런스가 많이 느껴지는데.


▶치기 어렸을 때 선배들과 누벨바그 이후 새로운 건 없다. 셰익스피어 이후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들 했다. 치기 어렸던 말들이지만,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해서 또 다른 오리지널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원래 이 사기꾼 이야기와 하드보일드 한 이야기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감시자들'로 우디네영화제에 갔는데 같이 간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님이 "사기꾼으로 해"라고 하더라. 그래서 '마스터'로 갔다.(웃음)

-처음부터 희대의 사기꾼 역할인 이병헌은 매력적인 인물일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사기꾼인 김우빈 캐릭터도 마찬가지고. 반면 강동원이 맡은 경찰은 이 이야기에선 전형적일 수 밖에 없는데. 처음에는 공명심에 불탔다가 나중에는 피해자를 더 생각한다는 것도 그렇고.

▶당연한 일을 하는 캐릭터, 영화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다. 누가 할까 고민했는데 강동원이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 사실 이 캐릭터는 시나리오부터 제작사 대표님이 "너 같이 매력없어"라고 했었다. 경찰이 범인 잡는 건 당연하고, 그 당연한 일을 특별하게 그리려 하지 않았으니깐. 그런 점에서 강동원이 고마웠다. '검사외전'이 잘 돼서 강동원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강동원은 큰 그림을 그린다. 자기 욕심을 내기 보다는 영화 전체를 본다. 예컨대 자기 대사를 이 상황에선 내가 할 게 아니라 엄지원 선배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식이다. 그렇게 자기를 더 심심하게 만들어서 주위를 돋보이게 하려 했다. '감시자들' 할 때 설경구 정우성 선배가 "이 영화는 효주꺼야"라며 밀어줄 때 받았던 감동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동원의 사투리는 배우의 특색인 것 분명하다. 그런데 영화에 따라, 캐릭터에 따라 변주도 필요하지 않나. 특히 이번 영화에선 재미교포로 위장하는 장면도 있는데. 펜실베니아 억양이 경상도 억양과 비슷한 것도 아니고.

▶변명이지만 시간에 쫓겼다. 필리핀 촬영이 우기를 피한다고 갔는데도 계속 비가 왔다. 난 컷에 대한 욕심이 많은 감독이다. 한 공간에서 여러 컷을 찍는다. 시간에 쫓겨서 고민할 때 강동원이 그러더라. 포기할 건 포기하자고. 여기서 다시 찍을 수는 없으니 먼저 찍고, 후시녹음으로 하자고 하더라. 강동원은 고민도 많이 했고, 최선을 다했다. 필리핀에서 액션 촬영하다가 강동원 목에 유리가 꼽혔을 때는 정말 죽고 싶었다. 그래도 자기 손으로 뽑고 그냥 촬영하자고 하더라.

강동원은 어쩌면 이번 영화로 성장통을 겪은 게 아닌가 싶다. 투톱으로 가는 영화를 주로 해왔다가 이번에는 이병헌과 김우빈 사이에서 이끄는 역할이었으니깐. 발성연습, 리딩도 많이 했다. 모니터를 보면서도 다음에는 이걸 고쳐야겠는데, 라며 중얼거리더라.

-러닝타임이 143분이다. 많은 것을 담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처음 제작사 대표님은 한시간 50분으로 가자고 했는데 10분만 더 달라고 했었다. 계획은 그랬다. 난 이 영화를 오럴액션이라고 생각했다. 말 배틀이란 콘셉트로 기획했다. 그렇게 치고받는 리듬감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내 계산과 템포가 달라지더라. 배우들이 쏟아내는 리듬과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 맛은 맛대로 살려야겠더라. 그러면서 리듬을 담아내려 하다보니 길어졌다.

-리듬은 느린 것 같은데 컷이 많아서 전개는 빠른데.

▶유억 촬영감독이 원래 연출부 출신이다. 난 촬영팀 출신이고. 둘이 이런저런 상의를 많이 했다. 리듬이 느려지는 것 같으니 촬영감독과 프로듀서는 스테디캠을 쓰자고 했다. 그러면서 무빙이 빨라지니깐. 그런데 이 배우들의 묵직함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 빨라지진 않더라도 가볍게 표현하고 싶진 않았다. 유억 촬영감독은 정정훈 촬영감독 밑에서 배웠다. 그러니깐 박찬욱 감독님 현장을 많이 본 것이다. 박찬욱 감독님 영화야 완벽한 미쟝센에 속도도 빠르지 않나. 그래서 유억 촬영감독에게 자기는 정정훈이 아니고, 난 박찬욱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감시자들'과 '마스터' 카메라 무빙의 가장 큰 차이는 수직과 수평 같다. '감시자들'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무빙이었다면 '마스터'는 수평으로 쪼개는데.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토니 스콧 감독을 좋아하는데 그 분 영화는 몇 장면만 보면 딱 알지 않나. 그런 것도 좋지만, 난 그냥 영화는 영화다,란 느낌으로 각각의 영화에 맞는 방법으로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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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석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강동원으로 시작해 이병헌 연설로 가서 김우빈을 주목하는 인트로는 '마스터'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다. 각 인물의 동선. 그리고 시선으로 시작해 다른 캐릭터로 넘어가고 그걸 받아서 다시 각자 캐릭터를 정확하게 소개한다. 딱히 인물 설명 없이 눈빛과 컷 만으로도 어떤 캐릭터인지 전달하고. 이병헌 연설 장면의 연출과 동선, 연기는 올해 한국영화 최고 장면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촬영, 조명, 프로듀서 등 스태프들과 엄청나게 상의했다. 어떻게 해야 이걸 주어진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그릴까 생각했다. 강동원 눈에서 시작해 이병헌으로 가고, 이병헌에서 김우빈과 엄지원, 진경이 담기고, 다시 그 안에서 놀고 있는 이병헌으로 가는 동선이어야 했다. '마술사기단' 같은 동선을 생각했다. 다들 이걸 어떻게 4일만에 할 수 있냐고 투덜 거렸다. 일단 이병헌을 그린스크린으로 완전히 싸버렸다. 이병헌 선배는 마치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상상하고 그린스크린 안에서 홀로 연기를 해야 했다. 그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냥 도쿄돔에서 팬미팅한다고 상상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야, 그 때는 내가 여장하고 노래 불렀어"라고 하더라. 결국 해내더라.

이 장면으로 '마스터'는 이런 영화입니다, 라고 소개하는 장면이니 카메라 동선도 많은 고민을 했다. 유억 촬영 감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더라. 와이어캠을 밑에서 위로 올려보자고. 와이어캠은 보통 밑에서 아래로, 수평으로 사용한다. 밑에서 위로 가면 모터가 타버릴 수 있어서. 한 번 해보자고 했다. 다행히 모터가 타기 직전에 오케이가 났다.

-'마스터'는 1막과 2막 구조다. 중간에 쉬는 타임이 있고. 2막 필리핀 장면은 이 이야기를 만든 이유기도 한데. 그래서 담으려 하는 이야기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지금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2부가 오히려 현실적인 것 같은데.

▶내가 미쳤던 것 같다. 1부는 다큐고, 2부는 내가 바라는 결말이다. 기획할 때만 해도 이런 시국이 올 줄 몰랐다. 원래는 국회 안으로 들어가는 결말이었는데 그건 촬영 허가가 안 나서 지금 버전으로 끝났다.

-엔딩 이후 이병헌 쿠키는 원래 버전과는 다르다. 원래 버전은 감독에 갇힌 이병헌이 성경을 꺼내 있고 그의 등으로 창 밖에서 비치는 빛이 후광처럼 덮는 장면이었는데. 여러모로 지금 시국과도 맞고, 상업영화로 더 여운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이병헌 선배와 의기투합했었다. 그런데 악인이 마치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우려들이 많았다. 현실에서 엄연히 피해자들이 많지 않나. 이병헌 선배가 그러더라. 박찬욱 감독님에게 그 쿠키 영상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 좋다고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바꾸자고 하더라. 나중에 DVD에는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강동원과 김우빈이 속고 속이면서 생기는 서스펜스가 더 강했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도 드는데.

▶작가와 정말 많이 이야기를 했다. 관객이 속아야 돼, 아니야 같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다 알지 않을까, 이런 의견을 많이 교환했다. 결국 관객이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리듬을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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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석 감독과 이병헌/마스터 스틸


-이병헌 연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병헌을 자기 씬을 늘리는 마법 같은 배우다. 그 연기를 보면 뺄 수가 없다. 그래도 후반 작업할 때 내 장면이 별로 없는데라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뺀 장면이 하나도 없다고 하니깐 "그래, 내 연기를 자를 수 없지"라면서 웃더라. 이병헌은 촬영장에 오면 항상 많은 아이디어를 낸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들이다. 그럴 거면 좀 일찍 내던가.(웃음) 소품팀과 미술팀, 연출팀이 늘 긴장한다. 이번에는 무슨 아이디어를 낼까 기대하게 만든다.

-1막과 2막,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 1부는 차가운 블루톤이 많다면 2부는 옐로우톤이 많다. 마지막 결말은 희망적인 밝은 톤이고.

▶일단 서울과 마닐라 색감이 확연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닐라에 갔을 때 내 눈에 보이는 게 그대로 담긴다면 신선한 룩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공간들의 색감도 그랬다. 박일현 미술감독님이 라이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분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콘셉아트에 빛을 생각하고, 그 부분이 현장에서 좀 다르면 촬영감독, 조명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덕에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음악은 상대적으로 전형적이다. 달파란, 장영규 음악감독이니 각 인물마다 테마가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서 음악감독님들에게 죄송한 부분도 있다. 셋의 테마음악도 부탁했다. 그러면서도 전형적인 음악을 부탁하기도 했다. 난 이 영화가 전형적인 상업 오락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깐. 그런데 사실 시간이 조금 만 더 있었으면 음악 감독님들이 워낙 훌륭한 분들이니깐 여러가지를 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필리핀에서 비 때문에 촬영일정이 길어지면서 후반작업 일정이 너무 촉박한 게 아쉽다.

-'감시자들'도 그렇고 '마스터'도 그렇고 사회비판적인 오락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내가 정치적으로 레프트는 아니지만 창작자는 약간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그걸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 15세가 볼 수 있는 사회비판 오락영화여야 한다. 에로, 호러, 노출은 못 한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한 건 없다. 다만 꼭 내가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강박은 버릴 생각이다. 일단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 작가들과 더 많이 작업해서 더 많이 발굴해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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