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공효진 "공블리만 하다보면 도발하고 싶은 순간이"(인터뷰)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의 공효진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1.24 06:50 / 조회 : 16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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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의 공효진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보름 전 끝난 드라마에서 공효진(36)은 분명 두 말할 여지 없는 '공블리'였다. SBS '질투의 화신'의 그녀는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매력 덩어리이자, 생계형일지언정 자부심 가득한 기상캐스터였으며, 할 말은 하고 사는 당당하고 세련된 도시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30일 개봉하는 '미씽: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의 공효진은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녀가 맡은 한매는 이혼 후 홀로 사는 워킹맘의 집에서 일하는 중국인 보모. 영화는 자식처럼 정성껏 아기를 돌보던 한매가 아이와 사라져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모든 게 거짓이었던 그녀의 진짜 이야기는 뒤늦게 실체를 드러낸다.

시나리오를 읽고 불쌍한 한매가 생각에서 떠나지 않았던 공효진은 결국 도전과도 같은 이야기, 캐릭터를 집어들었다. 분량은 조연이나 다름없었으나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 캐릭터와 연기를 떠나 모든 만듦새가 시나리오만큼만 나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수락한 공효진은 얼굴에 서른 개 가까운 점을 찍고, 속눈썹을 짙게 붙인 것도 모자라 시커먼 가발까지 덧댄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아이를 찾아 진실에 다가가는 어머니와 아이와 함께 사라져버린 미스터리한 여인, 두 여자의 이야기. 이 가슴 먹먹한 영화에는 당신이 아는 공효진이 없다. 영화를 본다면 '공블리'로만 머물게 할 수 없는 여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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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의 공효진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드디어 개봉했다. 영화를 보니 어떤가.

▶완성된 영화와 시나리오는 순서가 좀 다른 것 같다. 편집하며 여러 시도도 했고, 절절한 걸 완성본으로 만들어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한국말을 쓰지 않는 캐릭터로 만든다고 했다. 중국인이란 설정이었고 대사도 훨씬 많았다. 한국어가 조금 더 쉬우니까 조선족으로 바꿀까도 했다. 하지만 대본은 중국사람이 맞는 느낌이었다. '그냥 중국사람이 연기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대본을 보기도 했다. 이미 1년반쯤 전이라 당시 감정을 까먹긴 했지만 한매가 너무 불쌍했다. 2~3일 계속 생각이 났다. 아마 마음에 들어서였을 거다. '인터스텔라'를 봤을 때 그랬다. 슬픔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감정을 건드리는 느낌. 그냥 해보자, 중국 말도 해보자 했다. 적절히 필요없는 말을 빼고 외웠다. 분장이야, 변장 수준이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나.

▶내 캐릭터와 연기를 떠나서 모든 만듦새가 시나리오만큼만 나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되겠다 생각했다. 감독님이 분량이나 신을 늘리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하셨지만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딱 적당하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괜찮아 사랑이야' 때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지고 1년쯤이 지난 뒤라 뛰고 하는 게 불가능하기도 했다. 중국어 대사가 어렵긴 하더라. 중국어 대사 성조와 한국어의 간절한 억양이 다르니 대사를 해도 애절해 보이지가 않는 거다. 조금 아쉽지만 제가 선택한 것에 있어서는 만족한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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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 사진='미씽:사라진 여자' 스틸컷


-한매는 매력적이지만 대중은 '공블리'에 익숙하다. 고민되지 않던가.

▶아니요. 항상 '공블리' 말고 새로운 것,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다른 것을 찾아 헤멘다. 더욱이 스크린에선 전작이 '고령화 가족'이고 평범한 역할을 안 했다. 관객 수도 많지 않다. 되려 드라마 시청률에 실망하고 속상할 수 있는데 영화는 흥행에 연연하지 않는달까. '좋은 작품 잘 골랐구나', '변신하려고 노력했구나' 하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했다. 엄지원 언니가 '브로맨스 지겹지 않냐, 이젠 워맨스'라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공블리'도 지겹지 않나. 저는 안 지겹지만 다들 지겨워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요즘 '마블리' 마동석이 대세인데 위기감은 안 느끼나.

'추블리'(추사랑) 이후 처음으로 경쟁의식을 느꼈다.(웃음) (마동석 주연의) '두 남자'가 개봉이 같지 않나. 두 여자와 두 남자와 붙었다. 함께 한 민호씨는 팬이고. 시사회에 오라니 자기도 개봉한다며 못 온다고 하더라. 한 주 먼저 '형'을 개봉하는 (조)정석씨도 그렇더라. '윈윈하자' 했는데 연락이 없다.(웃음) 어쨌든 '마블리'는 '천군' 할 때 같이 했다. 처음 연기해서 몸으로 막. 그 추운데 강에 들어가서 동사하면 어떻게 하냐 했는데 변함이 없다. '마블리' 인정한다. '3대 블리'는' 추블리' '마블리' '공블리'인 것으로. 며칠 전 '부산행'을 보며 엄청 울었다. '마블리'밖에 안 보이더라.(웃음)

-드라마와 영화의 선택 기준이 다른 것도 같다.

▶그건 아닌데 해소의 방법인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엔 주로 사랑스러움을 무장한 여자 캐릭터가 나온다. 드라마의 경우는 저도 보면서 마음이 '콩닥콩닥' 했으면 좋겠고 마음이 '몽실몽실' 했으면 좋겠고 긍정의 빛이 막 분출되는 여주인공이 나와서 힘든 일상을 즐겁게 보냈으면 한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를 5개월 내내 하다보면 저도 막 머리를 자르고 싶고 도발하고 싶은 순간들이 온다. 영화에서 다른 연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영화는 확실히 다른 캐릭터가 많고. 일부러 그렇게 정해놓은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영화에서 또 '공블리' 하기는 지겨운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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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의 공효진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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