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이 땅에서 여자로, 엄마로, 약자로 산다는 것①

[리뷰]'미씽:사라진 여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1.23 08:00 / 조회 :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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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씽:사라진 여자' 포스터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여자 혼자 생계와 육아를 책임지는 건 가혹하기까지 하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의 이혼한 워킹맘 지선이 딱 그 코너에 몰렸다.

드라마 외주 홍보사 직원인 그는 중국인 보모 한매에게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맡기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중이다. 친자식처럼 아이를 돌봐주는 한매는 퍽 든든한 존재. 그런데 어느 날 아이와 한매가 사라져버렸다. 설상가상 그녀가 아는 한매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지선은 백방으로 한매와 아이를 찾아다니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 노릇은 했냐는 눈총 속에, 양육권 분쟁 중에 아이를 빼돌렸다는 의심마저 받는다.

하지만 지선에겐 중요하지 않다. 아이를 찾아야 한다. 그 전에 물음이 앞선다. 한매는 누구며, 왜 그런 짓을 했는가. 반쯤 넋이 나간 채 한매를 쫓는 지선과 함께 영화는 그 물음에 답해간다. 한매의 기막힌 옛 이야기가 하나씩 풀려질 때마다 숨이 턱 턱 막혀온다.

보모의 섬뜩한 반전, 모든 게 거짓이었던 여자란 설정이 얼핏 '요람을 흔드는 손'이나 '화차'를 떠올리게 하지만 재미와 결이 전혀 다르다. '미씽'은 100분이란 타이트한 러닝타임 속에 채운 닷새의 추적극이다. 아동유괴 혹은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가며 진실에 접근해 가는 장르적 쾌감에 진한 감정선이 녹아든 고발이 더해졌는데, 더 강렬한 건 후자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무심하거나 무용한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엄마를 찾는 아이를 떼어놓고 일터로 가야 하는 워킹맘의 원죄의식을 자극하며 출발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지점을 향해 가며 절박한 그녀에게 또 다른 절박함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하여 커리어 우먼과 외국인 노동자, 시크한 도시여인과 투박한 시골 여자, 고용주와 피고용인… 한 아이를 사랑했으나 전혀 다른 계급과 지위에 놓인 두 여자가 결국은 같은 처지였음을 아프게 상기시킨다. 이건 엄마의 이야기이자 여성의 이야기이며, 어떤 약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엄지원과 공효진, 두 배우의 열연은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자 힘이다. 몇몇 전형적 설정이나 빈틈마저 그들이 채운다. 엄지원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엄마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와 함께 달리며 추진력을 싣는다. 비중만으로 보면 조연 격인 공효진은 강렬한 변신으로 '공블리'로만 머물기에 아까운 진폭과 저력을 선보인다. 함께하는 장면이 거의 없는 두 사람이 왠지 늘 함께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미스터리 안에 둘의 처지와 감정을 정밀히 직조한 연출과 편집 덕일 것이다. 질펀한 술집 주인으로 분한 김선영은 신스틸러 자체다.

30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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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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