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타자는 투수를 잡아먹어야 한다.. 자신있게 쳐라"

밀레니엄서울힐튼=김동영 기자 / 입력 : 2016.11.06 13:25 / 조회 :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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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장학금 전달식에 함께한 김현수. /사진=김동영 기자






'코리안특급' 박찬호(43)가 올해도 '꿈나무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을 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특별한 이가 함께했다. '타격기계' 김현수(28)다. 김현수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며 힘을 불어넣었다.

재단법인 박찬호 장학회는 6일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제19회 꿈나무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전달식에는 유장희 이사장과 박찬호가 참여했고, 현역 메이저리거인 김현수도 행사장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장학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장학금 전달식이 끝난 후 박찬호와 김현수는 나란히 앉아 장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다. 장학생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내놨고, 김현수는 하나하나 답변을 남겼다. 기술적인 조언부터, 마음가짐까지 아울렀다. 아래는 김현수와 장학생들의 일문일답.


- 어렸을 때 마음가짐은 어땠는지?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를 하셨다. 운동이 정말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일부러 테스트를 하셨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고, 매일 저녁 8시에 자야 하고, 매일 아침에 야구장 가서 운동장 10바퀴씩 뛰게 했다. 그것을 참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냥 좋아서 했다. 전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매일 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했다.

- 스프링캠프에서 힘들었는데, 시즌에서는 잘 했다. 그때 마음가짐은?

좋은 자리인데 슬픈이야기를 하게 됐다.(웃음) 나는 한국에서는 그래도 경력도 있고, 프로생활도 했었다. 처음에 미국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시즌때보다 더 노력했다. 못하니까 부각이 안된 것 같다.

가장 큰 것은, 한국에서와 똑같이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서는 내가 시범경기에서 못해도 시즌 때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빨리 빨리 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는 생각을 했다. 못하니까 미국에서는 '저것이 전부인가보다'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계속 연습을 하다보니 좋아졌다. 마음가짐은,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꽃길 두고, 왜 흙길을 가고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한테 박찬호 선배께서 많은 힘을 주셨고, 동료들도 많은 힘을 줬다. 이에 포기하겠다는 마음이 없어졌다. '흙길을 끝까지 달려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이겨냈다. 박찬호 선배가 좋은 조언 많이 해주셨다. 나 혼자가 아니다. 내 주변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 메이저리그에서 첫 홈런 쳤을 때 아무도 하이파이브를 안 했는데?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많이 한다. 내가 그런 세리모니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받으니까 '이런 것이 신고식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멋쩍은 순간이었다. 아담 존스가 아무도 하이파이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쳤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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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장학금 전달식에 함께한 김현수. /사진=김동영 기자





- 외야에서 스타트 할 때 방법?

스타트 할 때,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귀다. 이어폰 많이 쓸텐데, 귀 관리를 가장 잘 해야 한다. 소리를 잘 들어야 앞인지 뒤인지, 빗맞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눈과 발도 중요하지만, 귀가 가장 중요하다. 관중들이 또 많지만, 수비하다 보면 타구 소리가 잘 들린다. 귀로 듣고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외야수와 소통도 잘 해야 한다. 내가 못하는 것을 같이 해준다.

- 타격이 잘 안 될 때 무슨 생각을?

이것저것 다 해봤다. 쉬기도 해보고, 연습도 엄청 많이 해봤다. 개인적인 노하우라면, 아무 생각 없이 치는 것이다. 슬럼프에 빠지면 나도 모르게 두려움이 생긴다. 타석에서 배트를 안 내게 된다.

휴식이 먼저다. 힘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리고 자신있게 쳐라. 타석에서 스윙 세 번 하고 들어온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타석에서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도망가는 투수를 만나면, 그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투수도 타자를 잡기 위해 최선의 공을 던진다. 나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투수는 타자를, 타자는 투수를 잡아먹으려 나오는 것이다. 자신있게 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슬럼프에 서 빠져나올 수 있다.

-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박찬호 키드였다. 꿈만 꾸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박찬호 선배처럼 되어야지. 메이저리그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면서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한국프로야구 가는 것부터 문제겠구나' 싶더라. 메이저리그에 가보니, 먼저 가신 선배님들을 더 존경할 수 있게 됐다. 좋은 것이 반이었고, 한국인의 명성에 먹칠하지 말자는 것이 반이었다.

- KBO 리그 투수와 메이저리그 투수 차이점은

기본적인 덩치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나는 내가 엄청 크다고 생각하고 미국에 나갔다. 그런데 나가보니 팀 내에서 내가 세 번째로 작다. 투수가 2m, 포수가 195cm더라. 생각해보면, 그 선수들이 그 몸을 가지고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있다. 똑바로 가는 공을 던지려 하지 않는다. 속구를 던져도 조금씩 움직이게 던진다. 구속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투수들이 뒤지지는 않는다. 우리 투수들도 150km 던지지 않나.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똑바로 가는 150km보다, 움직임이 많은 145km를 원하는 투수들이 더 많다.

- 타석에 들어가면, 어떤 마음가짐?

아까 말했지만, 투수를 잡아먹어야 한다. 투수를 이겨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정확하게 맞힌다'인 것 같다. 나만의 노하우는 그렇다. 가장 정확한 포인트에서 정확히 맞힌다. 정확히 맞아야 멀리 날아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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