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인천②] 김경기 "좋은 코치는 선수가 먼저 질문한다"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11.05 06:30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경기 전 SK2군 감독. /사진=홍봉진 기자





김경기 전 SK 2군 감독의 지도자 경력이 어느새 선수 경력을 넘었다. 1990년 태평양에서 데뷔해 현대 SK를 거쳐 12시즌을 뛰었는데 2002년 시작한 지도자 생활은 올해로 벌써 15년째다. 아버지인 김진영 전 감독(삼미, 청보)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지도자는 바로 '선수가 먼저 찾는 코치'였다.


김 전 감독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강조했다. 당시는 선수로서 FA 대박을 꿈꿀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선수 해봐야 지도자 생활이 더 길다고 여겨지던 때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김 전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은 셈이다. 대학 국가대표 때에도 일본 야구를 배우려면 일본어를 알아야 한다고 일본어 학원을 다니게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지식이나 이론에 빠삭한 코치보다 선수의 귀를 열 수 있는 코치가 더욱 유능한 코치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가르쳐도 선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 귀에 경 읽기'다. 선수가 먼저 질문을 해 오는 코치가 인정받는 코치다. 뭔가 배우려고 다가오고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 물어볼 수 있는 관계가 바람직한 사제지간이라 본다.


-그러한 지도자상은 어떻게 정립이 됐는가.

▶아버지다. 항상 지도자 생활이 더욱 길다고 강조하셨다. 코치 첫 해에 '코치 트레이닝을 따로 받으셨느냐'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있다. 저희가 워낙 야구인 집안이라 야구 이야기만 했다. 경기 끝나고 밤새도록 이야기한 적도 많다. 그때 아버지가 그런 쪽으로 말씀을 많이 하셨다.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에는 표현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배웠다. 알아도 전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미국에서 다양한 표현 방법을 배웠다.

-SK에서 1군, 2군, 육성군 두루 경험했다. 당연히 방법도 다를 것 같다.

▶1군은 하루 하루가 전투다. 오늘, 내일, 다음 주를 본다. 오늘 못 치면 변칙 수를 써서라도 당장 내일 치게 해야 한다. 하지만 2군은 1년 뒤, 3년 뒤를 본다. 오늘 실패는 신경 쓰지 않는다. 선수마다 콘셉트를 잡고 장점을 극대화 시켜 1군 선수를 만든다.

예를 들어 김강민은 2군에 있을 때 좌투수 스페셜리스트를 목표로 만들었다. 수비, 주루가 되니까 왼손 투수 공만 잘 치면 무조건 1군에 있을 수 있었다. 3할 칠 생각 하지 말고 왼손 투수 공만 잘 치라고 했다. 2군에서는 왼손 투수만 상대시켰다. 우투수가 나오면 빼고, 좌투수가 나오면 반드시 내보냈다. 결국 대타, 대수비, 대주자가 다 되니까 1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렇게 1군 선수가 됐다.

조동화는 연습생이었다. 아무런 특색이 없었다. 번트 하나만은 귀신을 만들자, 계획을 세웠다. 그때 교육리그 18경기를 하는데 번트만 대게 했다. 조금 지나니까 상대 팀이 조동화는 번트만 대는 걸 알고 다 잔디 위에서 수비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동화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았다. 유격수 옆으로 밀든가, 1루 라인으로 바짝 붙이든가 온갖 시도를 다했다. 마지막에는 2루 베이스를 맞히고 끝났다. 그리고 상무에 갔는데 번트 하나로 먹고 살았다. 번트를 하도 잘 대니까 내야진이 들어오면 툭 쳐서 안타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상무에서 1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고 SK 왕조의 톱타자가 됐다.

-지도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때는?

▶2군 코치 할 때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 박정권, 윤길현, 채병용, 정상호, 정근우, 이대수, 최정이 다 드림파크(예전 SK 2군 구장) 멤버다. 최정, 정근우, 정상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명에 가진 것 없는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이 성장해서 SK 왕조의 주역이 됐다.

김 전 감독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며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책도 읽고 하고 싶었던 것들도 해보면서 유익하게 보내며 최대한 발전의 시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을 떠나는 김 전 감독의 야구인생 3막이 이제 시작됐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