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박찬욱 없고 김태리 있다..나홍진 없고 쿠니무라 준 온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9.07 10:09 / 조회 : 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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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무라 준, 김태리/사진제공=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CJ E&M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6일 개막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열립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총 69개국 301편이 상영됩니다. 지난해 75개국 304편보단 약간 줄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많은 영화들을 초청할 수 있었던 건, 프로그래머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입니다.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올해 BIFF에는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습니다. 헌신적인 노력에도 메꿀 수 없는 구멍들 때문이죠. 예컨대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은 올 부산영화제에 안 오고, 김태리만 옵니다. '곡성'도 나홍진 감독은 안 오고,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만 옵니다. 감독들의 불참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감독들과 같이 해외에 나가는 제작자는 부산영화제에 옵니다.

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4편 중 한국영화는 한 편도 없습니다. 이례적이죠. 지난 2년 간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 갈등의 후폭풍 탓입니다.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앞두고 한국영화계가 보이콧을 선언했죠.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부산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부산영화제는 우여곡절 끝에 김동호 조직위원장을 선임하고 정관을 개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조치를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보이콧을 선언한 단체들 중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독립영화협회는 철회를 했습니다. 감독조합은 보이콧 철회에 반대했습니다. 감독들이 개별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막지 않지만 공식 석상에 서는 건 자제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5년 만에 한국영화 '춘몽'으로 선정됐습니다. 장률 감독 영화죠. 독립영화입니다. 그간 한국영화 개막작은 '오직 그대만'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주로 상업영화였습니다. 행간에는 다 숨은 이유가 있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를 상기시킬 영화들을 많이 초청했습니다. 대안적인 삶과 소수자의 삶을 다룬 영화들을 고루 모았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부산영화제의 지난 두 해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과거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은 크게 줄었습니다. 굳이 '다이빙벨'이 아니더라도 강정을 다룬 '구럼비' 등 문제작들은 꼭 있었습니다. 올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올해 문제작 중 하나인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은 올해 부산영화제에 없습니다.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외압보다 무서운 게 자기검열입니다. '다이빙 벨'로 고초를 겪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자기검열을 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에 물었습니다. 그는 강동원 사태로 실검 2위까지 올라 화제가 됐지만 씨네21 기자 출신입니다. 곧다는 뜻입니다.

남 프로는 "자기 검열은 없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얻기 위해 그렇게 싸웠는데 자기 검열을 한다는 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백'이 없는 건, 앞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적은 건, 올해 한국영화 수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보이콧 철회 문제를 놓고 영화계 내부 의견이 갈리면서 부산영화제에 출품을 하느냐, 마느냐로 진통이 컸습니다. 부산영화제 측은 출품일 시한을 연장하면서 기다리기까지 했습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선 굴욕적인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드러난 또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일본영화 초청작은 많은데 중국영화 초청작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4편 중 3편이 일본영화입니다. 상영작들 중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과 안노 히데아키의 '신 고지라'가 있으니 팬들로선 흥분될 일입니다. 오다기리 죠를 비롯한 일본배우들도 두루 부산을 찾습니다.

그럼에도 석연찮습니다. 한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중국영화 초청에 공을 들였습니다. 중국영화를 조명하는 한편 아시아 최고 영화제 위상을 위한 것이기도 했죠. 중국 대사관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자국 영화를 초청하지 말란 공문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랬던 부산영화제지만 올해는 중국영화는 적은 반면 일본영화는 도드라집니다. 영화제 측에선 "올해 중국영화보다 일본영화가 풍년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석연찮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요? 지금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겹쳐집니다.

우연일 것입니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일 일테죠.

하지만 우연이 겹쳐지면 필연입니다. 부산영화제가 '다이빙 벨'로 고초를 겪었다는 점, 한국영화계가 보이콧을 선언했다는 점, 동북아 정세가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점, 이런 모든 점들은 이어집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많은 게 없습니다. 영화제를 수놓았던 배우들의 발걸음도 적습니다. 구름처럼 관객을 모았던 야외행사도 줄었습니다. 경쟁적으로 라인업을 발표했던 한국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행사도 없습니다. 다들 눈치를 보는 것이죠. 외압의 핵심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도 없습니다.

그래도 도움의 손길도 많습니다. '특별대담: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말한다'에 이창동 감독과 대만 감독 허우샤오시엔과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참여합니다. 세 사람 모두 초청된 신작이 없는데도 부산을 찾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비로 부산을 찾는답니다. 그럼에도 길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열립니다. 열릴지조차 불투명했지만 열립니다. 축제는 즐겨야 맛입니다. 즐길 수 있는 영화 축제이길 진정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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