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애니메이션의 대들보, 이성강X연상호 감독의 고민(인터뷰)

애니메이션 '카이, 거울호수의 전설'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08.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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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강 감독, 연상호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들보 같은 이성강 감독(54)과 연상호(38) 감독이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감독과 제작자로 함께 뭉쳐 한국형 애니메이션 '카이, 거울호수의 전설'을 내놨다.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은 카이가 살고 있던 평화로운 마을이 눈의 여왕 하탄의 공격을 받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카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마리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 등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온 이성강 감독과 '사이비', '돼지의왕' 등으로 성인 애니메이션의 독보적인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이 연출과 제작자로 만났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두 감독은 영화 개봉 전날 스타뉴스와 만나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민과 속내를 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서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두 감독이 어떻게 힘을 합치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그 배경에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과 고뇌가 있었다.

-이성강 감독은 동화적인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추구하고 연상호 감독은 현실보다 더 잔혹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데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이 제작자와 감독으로 함께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합치려고 만난 것은 아니고 제작자와 연출자로 만났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감독이다.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을 산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프로듀서 중에 가장 강력한 기획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작품이 좋은 프로듀서와 실현된다는 것이 좋다.(이성강 감독)


-연상호 감독은 본인도 연출을 하는데 이번에 제작자로 나서게 된 이유가 있나?

▶사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넓지 않아서 몇 명 안된다. 감독끼리도 잘 안다. 예전부터 이성강 감독님을 잘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작품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영화 산업 내에 들어가서 영화를 두 편 정도 내놨다는 것이 귀한 경험치다. 그런 상황에서 한동안 작품을 못하고 계셨기 때문에 내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산업을 위해서 그 경험치가 끊기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영화 감독과 제작사를 같이 하고 있는데 제작사에서 내 작품만 해서는 유지 할 수 없다. 어쨌든 제작을 해야 되는 상황일 때 이성강 감독님을 떠올렸다.(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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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강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이성강 감독이 9년 만의 내놓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왜이렇게 오래 걸렸나

▶ 투자를 2번 정도 실패한 부분이 있다. 실패할 때마다 다시 준비하고 이미지 만들고 계획하다 보니 오래 걸리게 됐다. (이성강 감독)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고 했는데, 디즈니에서 똑같이 '눈의 여왕' 동화를 모티브로 딴 '겨울왕국'을 만들어 흥행했다.

▶ '겨울왕국'이 '눈의 여왕'이라는 동화로 홍보한다는 것이 씁쓸했다. 사실 '눈의 여왕'은 세계적으로 많이 만들어진 동화고이자 판타지 영화의 원료다. 동화 자체가 쉽지 않고 어렵다.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슷한 것이 먼저 나오니까 씁쓸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눈의 여왕'을 잘 표현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눈의 여왕'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눈을 뿌린다는 모티브만 비슷하다.(이성강 감독)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을 함께 작업하며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나.

▶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정도는 현장서 계속 같이 붙어 있었다. 항상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애니 산업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들을 나눴다.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주로 어떤 것을 기획하고, 어떻게 투자 받아서 만들 것인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최근 웹툰이 몇 년만에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애니메이션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되나 그런 이야기도 했다. 만화도 잘되고 영화도 잘되는데 왜 만화영화만 안될까.(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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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카이, 거울호수의 전설' 흥행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나.

▶ 결과에 상관 없이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카이'는 제작비가 크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도 경험치가 쌓여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영화 투자의 기본이다. 배급사 NEW의 경우만 해도 내 영화 '사이비;가 돈이 될 줄 알고 투자한 것 아니다. '부산행'이 '사이비'로 손해번 돈 수백배를 벌어줬다. 그것이 영화 산업의 묘미다. 그런 것에 동의해주는 투자자들과 이야기 했고 그런 측면에서 이성강 감독이 지금까지 해온 15년의 경험치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응축돼 나올 것 이라고 생각한다.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은 애니메이션이 획득할 수 있는 보편적 시장을 노렸다. 우리가 잘해야 다음에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카이'를 데이터 지표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장면 애니메이션을 두 세 편 내놓은 감독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들보, 거장으로 불린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할리우드와 차별화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 가능성은?

▶ 아직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무엇이 상업적인가에 대한 편견들이 있고 캐릭터의 상품화 관점에서 애니메이션 바라보다 보니 만드는 입장과 보는 입장이 안 맞는 부분 있다. 그런 지점이 어렵다. 나는 그냥 나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다만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단순화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이성강 감독)

▶ 솔직히 힘들다.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수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이라는 것은 늘상 정책이었지만 요즘 크리에이터 꿈꾸는 사람들은 웹툰을 하려고 하고 애니메이션은 안하려고 한다. 웹툰이라고 하는 것은 자유로운 시장이 됐고 애니메이션은 좁은 시장이 돼 가다 보니까 사람이 얼마 없다.(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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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강 감독, 연상호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얼마 전 함께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했는데 두 사람의 케미가 좋아보인다.

▶우리가 사귀지는 않는다.(웃음) 연배차이도 많이 나지만 친구다.(이성강 감독)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다. 우리가 작업을 하면서 아쉬운게 있는데, '이렇게 해볼껄'하는 후회가 들 때가 있다. 같이 작업하면서 그런 것이 몇 번만 쌓이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을 보고 한다.(연상호 감독)

-앞으로도 계속 함께 제작을 할 예정인가.

▶다음 애니메이션도 내가 연출을 맡고 연상호 감독이 제작자로 함께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제목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이성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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