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하정우라 가능했던 웃음+눈물의 재난드라마(종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8.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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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 사진=이동훈 기자


베일을 벗은 '터널'은 하정우 그리고 김성훈 감독이라 가능했던 독특한 재난의 드라마였다.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제작 어나더썬데이 하이스토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동시에 100억대 여름 한국영화 대작 빅4의 마지막 작품이 베일을 벗었다.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하정우 분)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무너져내린 터널 속에 홀로 갇히고 만다. 그에게 남은 건 생수 두 병과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전화,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뿐이다. 대형 사고와 정수의 구조를 둘러싸고 대한민국이 들썩이지만 진행은 지지부진하고, 기약 없는 구조 작업에 대한 여론 또한 분열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터널에 갇힌 자와 밖의 세상을 대비시키며 대한민국 사회를 은유해냈다. 한국 사회의 안전불감증, 정부의 무능, 취재경쟁에만 목맨 언론 등의 모습이 터널 소겡 갇혀 사투를 벌이는 개인의 모습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하정우는 특유의 넉살로 재난 상황 속에서 뜻밖의 유머를 전하며 '터널'만의 공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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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김성후 감독, 하정우, 오달수 / 사진=이동훈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하정우는 "시나리오에서 캐릭터 소개가 잘 짜여 있었다. 그만큼 감독님이 이정수란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라며 "캐릭터를 저에게 대립해 봤다. 나라면 터널에 갇혔다고 하루 종일 울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그때 그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기 위해서는 편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느슨할수록 고통과 아픔이 대비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하며 더 느슨해지고 유연해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촬영이 특별이 위험했다기보다는 먼지와의 싸움이었다"며 "폐 CT를 찍어볼까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 속 유머 코드에 대해 "제 스스로가 2시간 어둡고 컴컴하고 칙칙한 영화를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며 "어떠한 이야기들은 유머가 들어가면 전달하기 편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웃음이 암을 치료하지 못하더라도 암을 버티는 힘을 준다고 하지 않나. 재난상황에 빠진 인물을 지켜보는데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아이러니한 유머가 있다면 극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데 훨씬 수월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를 하면서 매력을 느끼는 것이 현실에 발을 디디고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현실감 있는 영화를 보는 걸 즐겨한다. 만드는 것도 즐겨하는 대로 해보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날카로운 현실 붕자에 대해서 "풍자나 해학은 조선시대에도, 어느 사회에서나 있었다"며 "어느 사회에서든 가려운 데 긁어주고 같이 웃어주며 나아갈 바를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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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포스터


'터널'에서는 하정우 외에 배두나가 정수의 아내 세현 역을 맡았으며, 오달수는 사고대책반 구조대장 대경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만나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진한 감정을 서로 나누며 공감대를 자아냈다. 지난해 1000만 영화 '암살'에서도 하정우와 호흡을 맞췄던 오달수는 "여럿이 있어도 이상하게 하정우씨에게 눈길이 간다"며 "이심전심이랄까"라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하정우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배두나에 대해 "꾸밈없고 굉장히 멋있고 묵직한 느낌이었다"며 "진짜 리얼하게 연기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막바지 다시 마이크를 잡은 김성훈 감독은 '터널'에 대해 "결국 단순한 이야기다. 생명에 대한 이야기. 지구상에 60억 개의 생명 하나하나가 우주이고 전체임을 까먹고 있지 않나. 생명의 중요성에 대해 느껴보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정우는 "달수 형님이 한 대사 중에 '도롱뇽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다고요. 그걸 까먹고 있지 않느냐'는 대사가 가장 강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을 풍자한 재난드라마, 동시에 웃음섞인 독특한 재난드라마로 완성된 '터널'은 오는 10일 개봉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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