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모글리가 자라면 타잔? 그건 아니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02 12:00 / 조회 : 9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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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의 모글리(사진 왼쪽)와 '레전드 오브 타잔'의 타잔 / 사진=스틸컷


정글의 소년 모글리, 정글의 왕 타잔. 부모가 아닌 동물의 손에서 자라나 밀림이 제 집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비슷한 시기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정글북', 그리고 워너브러더스의 '레전드 오브 타잔'입니다.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는 똘망똘망한 소년이고, '레전드 오브 타잔'의 타잔은 근육질의 성인 남자지만, 팬티 하나만 입은 맨몸으로 정글을 누비고 동물들과 교감하는 두 사람은 참 비슷해 보입니다. 심지어 '모글리가 자라 타잔이 되느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죠. 차근히 비교해 보면 어림도 없는 소립니다. 둘 다 똑같이 정글이 키워낸 야생의 사람들이지만, 출신이며 행동이며 태도 자체가 전혀 닮지 않았으니까요. 영화 '정글북'과 '레전드 오브 타잔'을 둘 다 관람한다면 아마 모글리가 자라 타잔이 되느냐는 이야기가 쏙 들어가실 겁니다.

'정글북'은 1984년 출간된 러디어드 키플링의 동명 어린이 소설이 원작입니다. 배경이 인도예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모글리는 부모가 호랑이에게 공격받는 사이 늑대굴로 도망쳤다가 늑대의 손에 자란 소년입니다. 늑대들은 모글리를 일원으로 받아들일지 회의까지 열죠. 인간을 증오하는 쉬어칸이 계속해 모글리를 위협하지만 동물 친구들의 도움 속에 씩씩하게 성장합니다. 그리고 결국 쉬어칸을 물리치고 인간 마을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당연히 모글리는 인도 출신의 평범한 어린이입니다. 마치 사람처럼 저마다 개성과 목소리를 지닌 밀림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고요. 비록 인간의 우월성을 드러낸다는 시각도 있지만 동물과 정글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도 들어있지요.

'타잔'은 1912년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잡지 '어거시'에 발표한 단편소설 '유인원 타잔'에 처음 나왔습니다. 무려 26권의 책 시리즈, 100여 편의 영화가 타잔을 주인공으로 삼았을 만큼 오랜 시간 인기를 얻었죠. 배경은 아프리카입니다. 아기 때 부모님을 잃고 유인원들의 손에 성인으로 성장하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신이 인간임을 자각한 타잔의 모험담, 러브스토리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타잔은 영국 귀족의 아들 출신의 백인입니다. 선상 반란으로 부모님을 잃고 아프리카에서 혼자 자랐습니다. 모글리와는 입지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간 나온 영화 등에서 타잔은 동물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글의 왕'으로서 동물들을 마음대로 부리죠. 어린아이라 그런 탓도 있겠지만 인도 토착민이던 동물들의 친구 모글리와는 완전히 다른 설정입니다. 백인 이방인이 아프리카의 정글 위에 군림한다는 것 자체가 백인 우월주의, 제국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하죠.

이런 불편함을 의식한 걸까요? 개봉한 '레전드 오브 타잔'은 타잔을 제국주의 열강과 맞서 아프리카 부족들을 지키려 싸우는 싸우는 히어로로 그렸습니다. 달라진 세상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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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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