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잘 먹는 소녀들’ 대체 왜 잘 먹어야 하는 거죠?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6.07.01 14:36 / 조회 : 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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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는 소녀들' /사진제공=JTBC


유행이란 한 사회 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유사한 문화양식과 행동양식이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사회적 동조 현상을 말한다. 패션이든 사회 현상이든 신조어 휘리릭,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함께 타야만 왠지 시대를 앞서간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심리가 유행에 더욱 힘을 보태게 만든 게 아닐까.

특히,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도 이 유행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공략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디션 열풍, 리얼리티 열풍, 음악 프로그램 열풍 등이 모두 이런 유행을 반영한 결과이며, 수많은 방송가 유행 중에서 오랫동안 사그라지지 않고 인기를 누리는 것이 바로 ‘먹방 열풍’이다.

먹는 것, 그래, 참 좋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게 아닌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래야만 했을까? 아무리 먹방 열풍이라고 하더라도 꼭 이런 식으로 숟가락(?)을 얹었어야만 했을까?

JTBC의 ‘잘 먹는 소녀들’의 첫 방송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최근 잘 나가는 걸그룹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는 소녀를 뽑는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이다. 방송을 보기 전 ‘잘 먹는 소녀들’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 tvN의 ‘집밥 백선생’이나 ‘수요미식회’ 류의 프로그램에 소녀들이 출연해서 음식을 만들거나, 맛집을 다녀오며 얘기하는 걸까, 예측을 했었다. 그런데, 아니란다. 걸그룹 소녀들의 먹방 대결이란다. 소녀들은 자장면을 크게 한 입에 넣고, 소스가 흠뻑 묻은 탕수육을 열심히 먹고, 매운 닭발도 서슴치 않고 한 입에 쪽쪽 빨고(?), 장어도 음미하며 먹는다. 이 모습을 김숙, 조세호, 양세형이 중계를 하고, 방청객들이 ‘더 잘 먹은 소녀’를 뽑는다. 대체 이 프로그램을 왜 할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뭘까?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는? 첫 방송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돌던 질문들이다.

자, 다시 찬찬히 정리해 보자. ‘먹방’이란 뭘까? ‘먹방’이 잘 되었던 이유는? 성공한 먹방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는 것이다. 그건 집밥일 수도 있고, 맛집 음식일수도 있으며, 쉐프들의 고급 요리일 수도 있다. 요리의 종류는 다르지만, 결국 맛있는 음식을 방송으로 보면서 꼭 한 번 먹어보리라, 계획하기도 하고, 언젠가 만들어보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이것이 ‘먹방 열풍’의 인기 요인이다.

그렇다면, ‘잘 먹는 소녀들’이 추구하는 건 뭘까?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일단 먹방이지만, 맛있는 요리를 조명하는 것도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로지 ‘소녀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그것도 소녀들의 먹는 모습. 걸그룹 아이돌은 예쁘게 웃어야 하고, 상큼해야 하며,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이젠 먹는 것까지 잘 먹어야 한단다. 대체 왜 잘 먹어야 할까? 그런 친절한 설명도 없이 대결을 한다. 그것도 ‘맛있는 먹는 소녀’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대결 프로그램의 핵심은 긴장감이다. 과연 누가 이길까에 대한 궁금증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시청하게 만드는 큰 장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선 누가 뽑히든 상관없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다. 이 대결엔 긴장감도 없고, 재미도 없으며, 궁금증도 없다. 대체 이 대결은 왜 하는 걸까?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최근 인기 있는 예쁜 걸그룹 소녀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먹방’으로 슬쩍 포장한 얄팍한 상술이 아닐까. 제작진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쓴소리라도 안 하면, 꾸역꾸역 먹는 소녀들이 너무 안쓰러우니까.

‘잘 먹는 소녀들’ 소녀들과 음식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기적인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 (1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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