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동' 운명을 믿니? 비현실적이지만 공감

[리뷰] 연애의 발동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5.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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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운명일까. 선택일까. 사람들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물음표를 던진다. '연애의 발동-상해 여자 부산 남자'(이하 '연애의 발동')는 이러한 질문에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한 영화다.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따스한 메시지를 던진다.

'연애의 발동'은 중국 베이징에 신통하기로 유명한 점성가가 한국에 있는 남동생의 결혼을 막기 위해 부산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극 중 점성가 얼샨(진의함)은 지독한 운명론자다. 별자리에 따라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권력자도 운명 앞에선 힘없는 양에 불과하다'는 인식과 가치관은 그녀의 일상을 지배한다.


남동생 이펑(진학동)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도 '운명론'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펑과 그의 여자친구 재희(우혜림)의 별자리 궁합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녀의 신념은 '돌싱남'인 재희의 아빠 준호(지진희)와 사랑에 빠지면서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준호는 별자리 따위(?)는 '미신'으로 치부하는 천문학자. 운명론을 믿는 얼샨과는 '물가 기름' 같이 섞일 수 없는 관계다. 자칫 사돈지간이 될 수도 있는 사이지만, 영화는 둘의 사랑을 나름의 이상적인 해법으로 풀어내며 웃음과 감동을 전달한다.

108분의 러닝 타임 내내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공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전개가 이어진다. 이들의 인연을 맺어주는 매개체는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을 약속한 이펑과 재희다. 서로 치기 어린 남동생과 딸의 결혼을 막으려다 오히려 한없이 가까워지는 이들의 묘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준호를 유혹하는 얼샨의 모습은 영화의 주요 웃음 포인트다. 서툴지만 매력적인 얼샨의 구애에 넘어갈 법도 하지만, 준호는 꿈적하지 않으며 재미난 에피소드를 쏟아낸다. 처음엔 이펑과 재희의 결혼을 막기 위한 '가짜' 사랑이었다.

얼샨은 이제 준호의 집까지 찾아와 머무르려 한다. 얼샨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재희는 화를 내지만, 얼샨은 재희에게 "(준호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며 "운명을 믿니?"라고 되묻는다. 준호는 여전히 재희를 거부하지만 그렇게 싫지 만은 않은 듯하다. 이쯤 되면 이들의 행동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헷갈린다.

선상에서 펼치진 준호의 생일 파티에서 둘의 관계는 급 전개된다. 광안대교 야경을 배경으로 춤을 추다 서로에게 이끌려 입을 맞추려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둘은 어느새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만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고, 상황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연애의 발동'은 어떻게든 행복하게 종결짓는 비현실적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준다. 현실이라면 둘은 '사돈'이 되거나 '원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기적 같은 드라마를 완성한다. 마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는 말을 비웃듯.

진의함과 지진희는 티격태격하지만 달달한 ‘케미’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매력을 잘 살려 냈다. 큰 눈과 사랑스러운 미소가 돋보이는 대만 배우 진의함은 서툴지만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을, 부드럽지만 남성다운 이미지를 가진 지진희도 전작 드라마 '애인있어요'에 이어 매력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을 잘 녹여냈다. 대부분 더빙으로 이뤄진 중국어 대사도 이질감이 없었다. 영화에 첫 도전한 원더걸스 혜림은 상큼 발랄한 여대생으로 진의함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연애의 발동'은 운명이 과연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영화 말미 별자리 운세에 맞춰 아이를 낳으려는 '웃픈' 순간은 과연 태어날 때부터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가 비록 비현실적인지만 공감을 주는 이유는 왜일까.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구분 짓는 ‘수저 계급론’이 유행할 만큼, 노력보다 배경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만연하지만,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는 꿈을 이룰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6월 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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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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