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아가씨', 금기에의 도전..김민희·김태리 "이유있던 베드신"(종합)

[2016 칸영화제 현지보고]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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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아가씨'의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정우 김민희 박찬욱 김태리 조진웅 / 사진=김현록 기자


박찬욱 감독이 또 하나의 금기에 도전했다. 14일(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으로 건너 가 시대적 아픔이나 대의에서 완전히 벗어난 농밀한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민희와 김태리가 온 몸을 던져 열연한 동성 베드신 또한 파격이란 설명이 아쉽지 않다.

제 69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4일째인 14일 프랑스 칸에 위치한 뤼미에르 극장에서 경쟁부문 초청작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프레스 스크리닝이 진행됐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일본인 상속녀 아가씨(김민희 분)가 자신을 속이려 했던 하녀(김태리 분)와 뜻밖에 내밀한 감정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다. 아가씨를 차지하려 했던 가짜 백작(하정우 분)과 은밀한 욕망을 지닌 후견인 이모부(조진웅 분)도 비중있게 그려졌다.


한국은 물론 세계 영화팬의 관심이 쏠린 자리.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일본 식민지 경험에 대한 한국인의 복잡한 심경에 대해 설명하며, 일본인과 한국인이 대립하는 도식적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요소가 표현되는 것, 식민지 시절이 표현되는 것과 관련해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기 마련"이라며 "시대가 이렇게 된 마당에 좀 더 내면적이고 복잡한 개인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영화도 나올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말 돈을 좇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면적으로 정말 일본이 좋아서 친일파가 된 사람도 있지 않겠다. 그런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의 내면도 좀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김민희씨가 연기한 캐릭터는 일본인에 귀족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역할을 하기 마련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런 사람이 더 불쌍한 처지에 놓여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1930년대를 두고 신사는 중절모를 쓴다든가 스타일리시한 것을 창조하기 좋은 시대라고 한다. 제 관심은 그런 것은 아니었다"며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모여서 생기는 낯선 분위기가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아가씨의 저택은 일본식 건물과 서양식 건물, 심지어 한옥까지 하나가 돼 붙어있을 정도다. 그는 양식 건물에서는 신발을 신고, 일식과 한식 건물에선 신발을 벗는 등 "이런 설정들이 우스꽝스러울 때도 많다"면서 "무작정 아무렇게나 잡탕이라는 게 아니라 근대화, 특히 식민지 조선에 근대가 도입된 풍경과 원형을 시각적으로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의상과 미술을 해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여러분은 한 번 더 보셔야 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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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스틸컷


'노출 수위 협의 불가'를 내걸어 또한 주목받았던 작품답게 '아가씨'의 김민희와 김태리는 전라로 파격적인 동성 베드신을 선보이며 지켜보던 이들을 숨죽이게 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민희는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데 대해서 거부감은 안 들었다"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어렸을 때 더 가깝지 않나. 그런 베드신을 소화하는 게 여배우랑 하는 게 더 편안하고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민희는 이어 "어리석은 행동과 행동을 겪으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행복한 목표에 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변하는 감정들을 잘 표현하고 공감시킬 수 있게 연기하려고 가장 많이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시작하는 배우의 특권을 누렸다"는 김태리 또한 "감독님과 선배들이 너무 잘 이끌어주셨고 민희 선배님이 의지가 됐다. 그래서 그런(동성 베드신 등의)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 영화에는 말씀하신 부분이 필요했다. 없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당찬 면모를 보였다.

백작과 후견인의 캐릭터는 능청스런 하정우와 변화무쌍한 조진웅을 만나 원작보다 풍성하고 강렬하게 재창조됐다. 하정우는 "1930년대였고 일본어 대사가 반 이상이고 그때 말투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친근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객과 만날 것인가 고민했고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또 조진웅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지적인 욕구가 굉장히 탐욕적으로 흘러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역동성 속에서 자유롭게 놀았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미묘한 게 있다. 그래서 저는 그 역할을 아직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아가씨'는 '올드보이'와 '박쥐'로 이미 칸영화제에서 수상했던 박찬욱 감독의 3번째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수상 기대감이 높다. 그 결과는 폐막식인 오는 22일에나 알 수 있다. 칸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아가씨'는 오는 6월 1일 한국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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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가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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